불확실성이 지배적인 시대라곤 하지만, 출판분야는 좀 예외적이어서 올해의 최고 베스트셀러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문학동네, 2010)가 될 거라는 걸 누구라도 알 수 있다. 또한 그에 버금하는 책으로 인문분야 최고의 화제작이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김영사, 2010)가 될 거라는 것도. 이미 30만부 이상 판매됐다고 하니까 아무튼 당분간 깨지기 힘든 '기록'을 세우게 될 듯하다. 이미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그 샌델이 한국에  온다. 실상은 그의 두 번째 방한이지만, 베스트셀러 저자로서의 감회는 새로울 듯하다.    

최근 국내 서점가에 인문서 열풍을 몰고온 '정의란 무엇인가'(김영사)의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가 5천명 한국 독자와 만난다. 아산정책연구원(원장 함재봉) 초청으로 다음주 방한하는 샌델 교수는 20일 저녁 7시 경희대 평화의 전당(4700석 규모)에서 강연을 한다. 19일 오전 10시에는 아산정책연구원에서 기자간담회도 갖는다. 20년 연속 하버드대 최고 명강의로 꼽히는 샌델 교수의 강연을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로, 7월 26일~8월 3일까지 선착순으로 신청을 받았다.

30년간 샌델 교수가 하버드대생들에게 강의했던 '정의' 이야기를 담은 '정의란 무엇인가'는 5월 24일 출간된 후 3개월 여만에 32만부(8월 12일 기준)가 판매됐다. 한국출판인회의가 집계한 8월 둘째주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전국 온,오프라인 서점 10곳 판매부수 종합)에서도 무라카미 하루키 장편소설 '1Q84'(문학동네) 3권에 이어 2위를 기록 중이다.(노컷뉴스)

 

첫 번째 방한시의 강연을 모은 책이 <공동체주의와 공공성>(철학과현실사, 2008)이지만 이 책은 '<정의란 무엇인가> 바람'을 전혀 타지 않았다(놀라울 정도다!). 한 문학평론가는 그래서 그의 강연 모습을 담은 표지 이미지가 오히려 샌델이란 고유명사나 그의 얼굴 사진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한 게 아닌가란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원서의 이미지와 비교하면 마케팅의 한 축으로 고려했음 직하다는 게 억지는 아니다. 그 샌델의 책이 한 권 더 나왔다. '유전학적으로 완벽해지려는 인간에 대한 반론'이 부제인 <생명의 윤리를 말하다>(동녘, 2010).  

이번엔 독사진이긴 하지만, 저자의 이미지를 조금 더 키웠다. 물론 강연하는 모습이고,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라는 사실도 부각시켰다. 책이 어떤 반응을 얻을지 궁금하다. '생명의 윤리'란 타이틀을 달고 나온 책 가운데서는 가장 많이 나갈 듯싶지만, '윤리'란 말의 '저항선'도 만만찮기 때문이다('윤리'는 '정의'와 다르다!).   

개인적으론 샌델의 강연에 갈 계획이 없지만, <생명의 윤리를 말하다>는 바로 읽어볼 마음이 있다. 내가 같이 떠올린 책은 자유주의 법철학자 로널드 드워킨의 <생명의 지배영역>(이화여대출판부, 2008). 대학출판부에서 나온 책답게 <공동체주의와 공공성>보다도 덜 주목받은 책이다(이런 경우 저자의 지명도는 거의 '제로'다). 그리고 역시나 같은 '다산 기념 철학 강좌'의 초청으로 방한 강연을 했던 피터 싱어의 강연집 <이 시대에 윤리적으로 살아가기>(철학과현실사, 2008). 샌델이 2006년, 싱어가 2007년 초빙 연사였다. 싱어의 네 차례 강연은 윤리적 문제의 본질, 세계화의 윤리, 동물해방의 윤리, 생사판정과 관련한 생명윤리 등을 다루고 있다. 샌델의 <생명의 윤리를 말하다>와 초점이 겹치는 대목이 있을 듯하다.  

그리고 한 권만 더하자면, 하버마스의 <인간이라는 자연의 미래>(나남, 2003). 독일 사회철학의 거장이 "'생명윤리'의 문제와 더불어 생명공학(또는 유전공학)의 발전이 제기하는 윤리적, 도덕적 문제를 심층적으로 살펴본 책"이다. 모두가 대중적으론 별로 주목받지 못한 책들인데, 샌델의 책이 이 주제의 독서경험을 확장해보도록 부추길지도 모르겠다. '마이클 샌델 붐'이란 게 있다면, 거기에서 내가 기대하고 싶은 건 그것이다...  

10. 08.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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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0-08-16 17:45   좋아요 0 | URL
함재봉 씨가 초청했군요.랜드 연구소에 있었는데 국내에 자리를 잡았네요.한국의 대표적인 매파 보수논객이지요.샌델 씨는 함재봉 씨가 쓴 시위대처법에 대한 논문을 정의론의 관점에서 어떻게 평가할지 궁금해집니다.

로쟈 2010-08-16 20:06   좋아요 0 | URL
예전엔 '유교 자본주의론'을 주장/지지한 걸로 기억하는 데요. 함재봉씨가 매파면 조갑제옹 같은 양반은 어떻게 분류를 해야 할까요?..

노이에자이트 2010-08-16 23:17   좋아요 0 | URL
조갑제 씨는 거리의 전사가 되었고 실제로 정부에 대한 영향력은 함재봉 씨 쪽이 더 나을 겁니다.경찰청 쪽에서 의뢰받아서 함씨가 쓴 논문이 '광우병 괴담의 정보적 특성분석과 대비책에 관한 연구'인데 보수여론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지요.보수신문들에서 이 논문의 내용을 크게 소개했습니다.

푸른바다 2010-08-17 10:13   좋아요 0 | URL
함재봉씨가 초청했다기 보다는 정몽준이 초청하고 함재봉씨가 실무를 맡았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언론에도 정몽준이 초청한 것으로 보도되었습니다. 아산정책연구원은 정몽준이 운영하는 사설연구소로 알고 있습니다. 아마 그의 대선 준비를 위한 연구소가 아닐까 합니다.

함재봉은 전두환의 비서실장을 지낸 함병춘의 아들입니다. 함병춘은 동서양의 정치사상에 정통한 인물로 정평이 나있습니다. 그는 박정희 정권과도 협력했고 전두환의 비서실장까지 지냈으니 그의 성향이야 두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그는 동서비교정치철학의 전문가였는데 그의 '지식'을 독재정권의 이론적 정당화에 활용했습니다. '한국적 민주주의'라는 발상이 그의 정치철학과 부합되는 면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는 아웅산 사태시 사망했는데, 불행하게 사망한 그의 유업을 장남인 함재봉이 계승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함재봉이 지금은 구체적으로 어떤 연구활동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과거 박정희의 정치철학을 이론적으로 정당화하는 연구를 했던 것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함재봉이 유교존재론을 들먹이며 서양정치사상을 비판하고 우리가 부정적으로 논하는 가치들, 예를 들어 인맥 등등을 정당화하는 것을 재미있게 읽은 적이 있습니다. 한국의 보수들은 철학이나 이론이 없다고 쉽게 생각해 버리지만, 박종홍, 함병춘-함재봉으로 이어지는 계보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들은 좌-우를 통털어서 공부를 많이했던 것으로는 국내에서는 최고였던, 최고인 사람들입니다. 섵부른 폭력적 보수에서 이들의 이론을 바탕으로한 보다 성숙한 '한국적 보수주의'가 탄생할런지도 모르지요...

정몽준이 자신의 연구소에 '아산'이라는 이름을 붙힌 걸 보면 아버지를 계승할 생각이 있기는 있는 모양입니다.^^ 그의 반북 이데올로기는 소떼를 몰고 방북한 아버지 정주영의 '실천'과 부합되지 않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08-17 17:35   좋아요 0 | URL
함병춘 씨는 반대진영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은 인물로 알려져 있지요.예절바른 신사였다고 합니다.제 생각에는 학자로서 좀더 남아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이른바 품위있는 보수랄까...함재봉 씨에 관해서는 그가 유학 마치고 국내에 왔던 초창기 김용옥과 함께 일하기도 했지요.그때부터 유교사상이 우리나라에 도움도 되었다는 이론을 제시했는데 강준만이 <인물과 사상>에서 그런 점을 지적하기도 해서 알려졌습니다.

요즘은 촛불시위에 대한 논문도 그렇고 전형적인 보수 이데올로그로 활약할 듯 싶습니다.그런데 정몽준씨와 잘 어울릴까 약간 의구심도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