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지식인의 서재'에서 '소설가 황석영의 서재'를 구경했다(http://bookshelf.naver.com/story/view.nhn?intlct_no=43). 책상에 <강남몽>(창비, 2010)도 놓여 있어서인지 '황석영'이란 글자에 자동적으로 눈길이 갔다.
약 4500여권의 책이 단정하게 꽂혀 있는 서재인데, 약간 어두워보이는 것만 제외하면 나로서도 꿈꾸어볼 만하다. 흥미를 끈 것은 '내 인생의 책'이라고 작가가 꼽은 책들. 질베르 뒤랑의 <상상계의 인류학적 구조들>(문학동네, 2007), 페르낭 브로델의 <물질문명과 자본주의>(까치글방, 1995-1997), 테리 이글턴의 <우리 시대의 비극론>(경성대출판부, 2006) 등 묵직한 인문서들이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소설만 읽지 말고 그런 책들도 좀 보라는 권유로도 읽힌다.
작가의 '작업비밀'은 그 다음에 선정된 책들에서 암시된다. 블라지미르 프로프의 <민담의 역사적 기원>(문학과지성사, 1990), 김태곤의 <한국무가집>(집문당), 그리고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펴내는 <한국구비문학대계> 등이 그것이다. 모두 구비문학과 관련된 책들이다.
러시아의 저명한 민속학자이자 문학이론가 프로프가 거명이 돼 반가운데, <민담의 역사적 기원>에 대한 작가의 설명에는 오류가 있다. 저자의 성별이 바뀐 것(때문에 이런 '교정' 페이퍼도 올려놓는다)
꽤 오래된 책인데 제가 참 애용했던 책이에요. 프로프라는 여류 인류학자의 명저로 제가 정말 좋아하는 책이에요. 소련 연방에 있는 여러 부족들의 민담 설화를 분석해 놓은 책이에요. 여기 보면 이야기의 구조가 어떤 공통성과 창의성, 그리고 보편성을 가지는지 잘 기술해 놓았습니다. 우리 민담 설화의 근원이 시베리아 무속과 굉장히 깊은 관계가 있기 때문에, 우리 민담의 원형이 여기에도 많이 나와 있습니다.
'블라지미르'란 이름에서도 알 수 있지만, 저자는 '여성 인류학자'가 아니라 남성 인문학자다(국역본의 역자가 여성이긴 하다). 기억의 착오가 아닌가 싶다.
<민담의 역사적 기원>과 함께 프로프의 대표작이자 가장 유명한 책은 <민담의 형태론>이다. 무슨 문학서도 아닌데 번역서만 네댓 종이 나와 있는 책이다(분량이 좀 얇긴 하다)
그 외 <구전문학과 현실>(교문사, 1990), <러시아 민담연구>(한국외대출판부, 2005) 등이 더 소개돼 있으며, <희극적인 것과 웃음에 대하여>는 번역중인 것으로 안다. 한편, 작가가 애독서라고 밝힌 <민담의 역사적 기원>은 현재 절판된 상태인데, 이 참에 재출간되기를 기대한다...
10. 07. 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