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출간된 책, 곧 '오래된 새책'이 너무 많아져셔 이젠 특별한 '뉴스'가 되지 않는다. 지난주에도 스페인의 철학자 오르테가 이 가세트의 <대중의 반역>(누미노스, 2010)과 우나무노의 <삶의 비극적 감정>(누미노스, 2010)이 다시 출간됐다(<삶의 비극적 감정>에 대한 알라딘의 서지정보는 제목과 출판년도 모두 오기돼 있다). 우나무노의 책은 예전에 <생의 비극적 의미>란 제목으로 출간됐었다. 여담을 적자면, '스페인'이란 이름은 요즘 교과서에서 모두 사라졌다. '에스파냐'라고 한다. 그래도 축구할 때는 여전히 '스페인'. 외교부에서도 '스페인'이라고 표기하는 걸로 안다. 나는 이런 '이중표기'가 부조리하게 여겨진다. 

    

그래도 절판된 책이 '오래된 새책'으로 나올 땐 반갑다. 나오미 클라인의 <슈퍼 브랜드의 불편한 진실>(살림Biz, 2010)도 그런 경우다. 예전에 <No Logo>(랜덤하우스코리아, 2002)라고 원저명 그대로 출간됐으나 절판됐던 책이다. 이번에 10주년 기념판을 다시 옮겼다. 내용은 달라졌을 성싶지 않지만 저자의 새로운 서문이 붙었다. 소개기사를 스크랩해놓는다.  

  

경향신문(10. 06. 12) 다국적기업들의 추악한 이면 ‘노동착취’

스티브 잡스는 예의 편해 보이는, 그러나 잘 연출된 캐주얼 의상을 입고 단상에 올랐다. 손에는 날씬하고 작은 아이폰4G를 들었다. 한국의 얼리어답터들은 미국에서 열린 잡스의 프레젠테이션을 새벽잠 설쳐가며 인터넷으로 지켜봤다. 아이폰4G가 한국에서 출시될 날만을 기다리는 동시, 손은 이미 신용카드를 꺼낼 준비를 하고 있다.

‘애플’은 미국의 가전제품 회사 이름이 아니다. 젊고 세련됐으며, 진취적이며 개방적인 시민들을 한 자리에 모으는 종교다. 아장아장 걷는 아기는 베이비갭을 입고 맥클라렌 유모차를 탄다. 청소년들은 코카콜라를 마시며 닌텐도를 한다. 직장인은 스타벅스 커피를 든 채 아이폰으로 전화한다. 브랜드가 침입할 수 없는 ‘성역’이었던 대학에는 ‘삼성관’이라는 이름의 건물이 섰다. 브랜드가 없으면 삶도 없다. 

캐나다 출신 저널리스트 나오미 클라인의 <슈퍼 브랜드의 불편한 진실>(원제 No Logo>은 미국 시애틀에서 세계무역기구(WTO)에 반대하는 반세계화 시위가 벌어진 직후인 2000년 1월 처음 출간됐다. 10년 사이 세상의 모습은 크게 변했지만, 브랜드의 영향력만큼은 줄어들지 않았다. 그 사이 <쇼크 독트린>으로 다시 한 번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클라인은 10주년 맞이 서문을 붙여 <슈퍼 브랜드의 불편한 진실>을 다시 출간했다.

기업은 무엇을 만들까. ‘상품’이라고 답한다면 이미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다. “오늘날 가장 유명한 제조업체들 대부분이 더 이상 제품을 생산하고 광고하지 않는다. 대신 제품을 구매하고 거기에 상표를 붙인다.” 

그렇다면 상품은 누가 만들까. 제국주의자들이 제3세계 식민지를 착취하던 시대가 지났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클라인은 미국과 유럽의 기업 대신 상품을 만드는 사람들을 직접 찾았다.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오지의 경계 삼엄한 공장, 10대 소녀들은 옹기종기 모여 평생 직접 사용하지도 못할 제품을 만든다. 자카르타에서 만난 한 노동자는 자신이 만들고 있는 옷이 오버코트라고 불리는 줄도 몰랐다. 더운 날씨의 이곳 사람들은 오버코트를 입을 일이 없기 때문이다. 필리핀의 어떤 고용주들은 하루에 두 번씩 15분간 주어지는 휴식시간 외에는 화장실에도 못 가게 한다. 근무 중 잡담도 안되고, 노조는 언감생심이다. 최근에도 아이폰 하청업체인 중국의 공장에서 투신 자살이 잇달아 일어났다. 물론 잡스는 “우리는 노동착취업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클라인은 버락 오바마에 대해서도 냉소를 보낸다. “하나의 브랜드로서 오바마 백악관은 스타벅스와 가장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세련되고, 진취적이고, 접근이 용이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도 이 정도면 괜찮다고 느낄 만큼만 호화롭다.” 오바마에게 속은 사람들은 그가 부시 행정부의 핵심 국제정책 중 많은 부분을 그대로 계승했다는 사실을 잊었다.  

 

>>광고판 해방 전선(Billboard Liberation Front)의 광고파괴자들은 애플 컴퓨터의 ‘다르게 생각하라’ 시리즈를 표적으로 삼았다. 그들은 ‘환멸을 생각하라’는 말을 써넣었고, 사과 모양의 애플 로고는 해골로 바꾸었다.

그래서 무엇을 할 것인가. 이미 많은 행동가들은 실천하기 시작했다. 어떤 ‘광고 파괴자’는 거대 기업의 광고를 패러디해 대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어떤 이들은 정치 시위와 놀이 문화를 결합시켰다. 클라인이 한국 사정을 알았다면 ‘촛불 시위’를 예로 들었을 것 같다. 노동착취기업에 대한 불매운동도 벌어졌다. 

 

>>벨기에의 노엘 고딘과 그의 친구들은 ‘파이 던지기’ 활동을 펼친다. 목표는 기업가들이다. 사진 속의 빌 게이츠를 비롯해 종자업체 몬산토의 로버트 샤피로, WTO의 레나토 루지에로 사무총장,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 등이 이들이 던진 파이를 맞았다.

번역은 조금 더 윤문했으면 좋았을 뻔했다. 예를 들어 ‘find oneself in …ing’를 그대로 옮긴 듯한 “…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와 같이 어색한 문장이 눈에 띈다.(백승찬기자) 

10. 0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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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10-07-19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중의 반역은 한마음사판으로 갖고 있습니다..재간돼었군요..그나저나 슘페터의 <자본주의 사회주의 민주주의>나 다시 번역돼어 나왔으면 원이 없겠습니다..이상구박사님 번역 이후로 완역이 여태 안돼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