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데리다> 상영전
엊그제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의 현대철학 강의에서 데리다를 다루면서 다큐영화 <데리다>(2002)에 관해 조금 자세히 얘기했는데('입문'용으로 가장 좋을 듯하다는 판단에서였다), 개인적으론 이 영화의 자막 작업을 하고 간단한 소개강의도 한 바 있다. 찾아보니 2007년 봄이었다. 그때 영화 내용을 간추린 자료를 이번 강의에서도 사용했는데, 다시 둘러보니 서재에는 옮겨놓지 않았다. 혹 이 영화를 보신 분이나 보실 분들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서 옮겨놓는다(유튜브에서도 절반 이상은 찾아볼 수 있다).
감독: 커비 딕(Kirby Dick), 에이미 지어링 코프만(Amy Ziering Kofman)
음악: 류이치 사카모토(<마지막 황제>)
#1. 미래(future)와 도래(l'avenir; to come)의 문제
-미래: 예측, 예견, 계획, 예언할 수 있는 시간.
-도래: 전혀 예측/예견/계획/예언할 수 없는 시간(진정한 미래), 타자(Other)의 도래.
#2. 데리다 부부의 외출 준비 모습 - 폴란드방송(“데리다는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철학자 중 한 사람이다”) - BBC방송(“디컨스트럭션을 제창한 세계적인 철학자 데리다”) - 프랑스방송(“데리다의 철학은 갱도를 떠받치는 들보들을 폭파하는 광부들의 작업과 같다”)
#3. 거리를 걸어가는 데리다 일행 - 2주간 카메라와 동행하는 생활(‘미국적인 삶’ 혹은 ‘찍거나 찍히거나’)
#4. 철학자의 삶과 전기(biography)(뉴욕대학교 강의) - 하이데거 왈, “아리스토텔레스는 태어났고 사유했고 죽었다.” - 권위 있는 전기에 의한 고착적인 이미지 vs 텍스트의 한 문단에 대한 혁신적인 읽기
#5. 데리다의 삶(에피소드) - 데리다의 트라우마(서플먼트에 포함된 내용) - 어머니와의 분리 장애(밤마다 울어댐, 4살 유치원, 19살 때 파리에서의 대학준비반) - 제도(학교)에 대한 공포와 혐오(서플먼트) - 초등학교 때 유태인이라는 이유로 학교에서 쫓겨남. - 소년시절의 꿈은 축구선수.
#6. 전통철학에서의 전기/자서전에 대한 비하적 태도 - 미용실의 데리다
#7. 디컨스트럭션(해체, 탈구축, 탈구성)에 대한 설명 - 인터뷰 상황과 기술적 조건에 대해서 먼저 상기시킴(지금 자연스러운 게 전혀 아니라는 점). “디컨스트럭션이란 자연스럽지 않은 걸 자연스럽게 만들지 않는 것, 즉 역사적, 제도적, 사회적으로 규정된 것을 자연적인 것으로 간주하지 않는 것.” - 디컨스트럭션은 모든 작품/텍스트에 ‘언제나, 이미’ 작동하고 있음.
#8. 프랑스에서의 강의 - 기록과 아카이브(문서보존)의 문제 - 전화통화 - 평소라면 외출이 없을 경우 파자마 차림으로 지냄(하지만 카메라 때문에 정장을 입고 있음) - 리얼리티(현실)와 허구(가상)의 문제.
#9. 시각(seeing)과 촉각(touching)의 문제 - 눈과 손의 문제 - “눈은 우리 신체의 일부분이지만 나이를 먹지 않는다.” - 눈과 손은 서로를 인지하고 확인하는 자리 - 나르시시즘의 문제 - 우리를 더 잘 보는 것은 타인(타자)들이다.
#10. 초상화 전시회에서의 데리다 - “나는 받아들인다(I accept.') - 자기 이미지와 대면할 때의 당혹스러움과 두려운 낯섦(uncanny). - 데리다는 사진에 대해서 결벽이 있었음(1969년까지 일체의 사진이나 복제 이미지를 허용하지 않았음. 서플먼트)
#11. 나르시시즘의 문제 - “사랑은 나르시시즘적이다.”
#12. 데리다와 마르거리트(아내, 정신분석의) - 1952년 고등사범 재학시 스키장에서 처음 만남(친구의 여동생) - 1957년 미국에서 결혼 - 식사를 차려먹는 데리다 부부.
#13. 다시 철학자의 삶 - “나는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지만 이야기하는 방법을 모른다”(언제나 부족하고 어긋나게 이야기함) - 공개적인 인터뷰에서 사생활에 대한 언급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 - 필름으로 기록된 부부간의 대화를 다시 확인하는 데리다 - 거리를 걸어가는 두 사람.
#14. 사랑에 대하여 - 사랑 일반론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음 - 사랑은 ‘who'와 ’what'의 문제(누구를 사랑하느냐 vs 누군가가 가진 무엇을 사랑하느냐) - “정조(충실성)는 ‘who'와 ’what' 사이의 차이에 의해서 위협 받는다”
#15. 데리다의 가족 - “누이와는 한 번도 싸운 적이 없다”- 친구 부부의 방문 - 데리다 어머니의 신장결석(47-90세까지 하나의 신장으로 삶). - 어머니에 대한 기억(말년에 치매).
#16. 인종주의, 반유대주의에 대한 입장 - 비시정부의 반유대주의 정책에 따라 1940년 10살 때 학교에서 쫓겨남 - “가장 고통스러웠던 건 학교의 행정적인 결정이 아니라 ”더러운 유태인!“이라는 일상에서의 모욕 - 어른이 아닌 또래의 급우들이 폭력과 돌팔매질.
#17. 남아공의 데리다 - 만델라가 수감돼 있던 감옥을 둘러봄 - 1998년 8월 남아공의 여러 대학에서 ‘용서’를 주제로 강연
#18. 순수한 용서의 필요성과 불가능성(순수한 용서는 용서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용서이며 따라서 불가능. 하지만 용서할 수 있는 것을 용서하는 것은 용서가 아님) - 화해와 용서를 구별해야 함
#19. 미국 시트콤과 디컨스트럭션 - “TV 그만 보고 책을 읽으시오!”
#20. 즉흥적으로 말하고 행동하는 일(improvising)의 어려움(특히 카메라나 녹음기 앞에서) - 우리는 언제나 얼마만큼 불가피하게 상투적인 말을 하고 행동함 - 나 자신 되기의 어려움
#21. 에코와 나르키소스 신화 - 나르키소스에게서 시각 이미지(sight)와 에코에게서 목소리(voice)의 문제 - 에코와 나르키소스는 서로를 사랑하는 두 장님, 어떻게 이 두 사람이 사랑하느냐는 게 문제.
#22. 데리다의 서재 - “여기 있는 책들을 나는 다 읽지 않았어요.” - 아들 피에르의 방.
#23. “어머니와 같은 철학자가 있다면?”이란 질문에 “철학은 어머니가 될 수 없다. 철학자는 언제나 남성 형상이기에.” - “따라서 철학자는 아버지이지 어머니가 아니다.” - “어머니가 될 수 있는 철학자는 디컨스트럭션 이후의 철학자, 곧 나 자신이거나 나의 아들. 혹은 나의 손녀 철학자”(디컨스트럭션은 남근중심적 철학에 대한 해체의 시도) - 사유와 철학은 구별해야.
#24. 철학의 죽음(종언)과 사유의 미래 - 데리다의 데뷔 - 아비탈 로넬의 회고(‘디페랑스’가 사전에 등재되던 날) - 데리다의 어머니 왈, “재키, 네가 ‘디페랑스’라고 쓴 거냐?” - 형의 증언(“걔가 어떻게 철학을 하는 건지 아주 커다란 수수께끼예요.”) - 가계에 ‘철’자도 안 들어가 있음(“우린 지적인 것과 무관한 집안입니다.”).
#25. 데리다 아카이브는 파리에 있음 - 1995년 캘리포니아대학(어바인)에서도 아카이브가 만들어짐 - 개소식에서의 데리다(“납골당 같군요.”)
#26. 아카이브의 문제 - “아카이브는 과거의 문제가 아니라 미래의 문제이고 책임과 약속의 문제이다”
#27. “철학자들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찍는다면 무얼 보고 싶으냐?”는 질문에 “그들의 성생활”이라고 답함 - “나는 그들이 말하고자 하지 않았던 것을 듣고 싶다.” - “그들은 왜 자신의 책에서 사생활은 다 지우고 개인적인 것들은 말하지 않았는가?” - “당신도 그런 질문을 받고 싶은가?”란 질문에 “이미 여기저기서 말했다. 숨겨진 형태로, 다른 방식으로.”
#28. 비밀스런 나와 내 안의 비밀 - “나는 누구인가?” - 촬영되는 데리다의 일거수일투족과 그가 말하지 않는 비밀 - 아카이브 이후의 데리다 - 데리다의 죽음 이후의 데리다.
10. 05. 08.
P.S. 참고로 영화의 대본과 관련자료를 모아놓은 책도 나와 있다. <데리다>(2005). 입문서로 소개되면 좋을 듯싶다. 개인적으론 번역에 참여할 용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