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 책의 날 기념, 10문 10답 이벤트!

이미 지나간 '책의 날'에 무얼 했던가 돌이켜보니 영풍문고에 들렀다가 <러시아 현대비평이론>(민음사, 1999)을 구한 게 전부다. 책은 대학원 시절인 1993년에 초판 1쇄가 나왔고(그땐 좀 비싼 책이었다) 구입한 건 2쇄다. 현재 절판된 걸로 아는데, 우연히 눈에 띄기에 '10년전 가격'을 빌미로 손에 넣은 것. 그렇게 별일없이 지나간 '책의 날'이건만, 알라딘에서 뒷북 이벤트를 한다고 하니 간단히 답한다(10문은 어제 오후에 한번 훑어봤다). 기분전환이 되려나 모르겠다...  

1. 개인적으로 만나, 인생에 대해 심도 있게 대화를 나누고픈 저자가 있다면?   

이미 세상을 떠난 타르코프스키. <봉인된 시간>(분도출판사, 2005)과 <순교일기>(두레, 1997)의 저자다.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기보다는 그가 찍은 '딥포커스' 장면들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싶다. 아니면 서로 입 다물고 묵상하고 있어도 좋겠다. 그의 '현전'이면 그걸로 족하다.  

  

혹은 키에슬로프스키라도 좋겠는데, 국내엔 소개된 책이 없어서 유감이다. 생존 감독 중에는 아키 카우리스마키. 한데 그가 '저자'이기도 한지는 모르겠다...  

2. 단 하루, 책 속 등장 인물의 삶을 살 수 있다면 누구의 삶을 살고 싶으세요? 

제일 먼저 떠올린 건 이반 데니소비치이지만, 따져보니 이미 경험해본 적이 있다. 대학 2학년 전방입소 교육을 받을 때 나를 '슈호프'라고 부른 친구도 있었으니까. 한데, 이건 '살고 싶은 삶'이라고 하긴 어렵겠다('체험 삶의 현장'이라면 모를까). 그리고 이왕 '체험'이라고 생각한다면, 더 센 걸 경험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변신>의 그레고르 잠자 같은 벌레-되기의 체험.    

   

3. 읽기 전과 읽고 난 후가 완전히 달랐던, 이른바 ‘낚인’ 책이 있다면?  

'낚인다'는 게 별로 소득이 없었다는 뜻인가? 보통은 그럴 기미가 있으면 다 읽지 않기 때문에 '입질'만 하는 게 아닐까 싶다. '기대와 다른 책'이라고 하면, 최근에 읽은 작품으론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을 들 수 있다. 분명 20대에 인상적으로 읽은 작품이지만 40대에 다시 읽으니 생각만큼의 감흥이 일지 않았다. 대신에 <사양>이 오히려 더 나았다. 그러니 다시 읽으면서 <인간실격>에 '낚이고' 대신 <사양>을 '낚았다'고 해야 할까...   

4. 표지가 가장 예쁘다고, 책 내용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책은? 

표지야 흉하지 않으면 되지 않나, 라는 식이니까 특별히 기억하고 있는 책은 없다. 단, 지난 겨울에 체호프의 단편집 표지 얘기를 잠시 늘어놓은 적이 있는데, 아래 같은 표지라면 대만족이다.   

5. 다시 나와주길, 국내 출간되길 학수고대하고 있는 책이 있다면? 

도서관에서 빌려볼 수는 있지만 소장하고픈 책으론 앨프리드 크로스비의 <생태제국주의>(지식의풍경, 2007)가 있다. 이미 읽은 책이고 또 소장도 하고 있지만, 괜히 절판된 게 아쉬운 책으론 지젝의 <이데올로기라는 숭고한 대상>(인간사랑, 2002)이 있고, 출판 편집자들을 만날 때마다 바람을 넣고 있는 책으론 러시아의 대표적인 인문학자 드미트리 리하초프의 자서전 <러시아 영혼에 대한 성찰>이 있다(영역본도 나와 있다).     



6. 책을 읽다 오탈자가 나오면 어떻게 반응하시는지요. 

'좋은 책'일 경우엔 '옥에 티'라고 생각하지만 '허접한 책'일 경우엔 저자나 역자를 기억해둔다. 페이퍼까지 쓰지 않는다면 오래 기억을 못하는 게 탈이군...  

7. 3번 이상 반복하여 완독한 책이 있으신가요?  

대개는 강의용 책들이다. 가장 대표적으론 <지하생활자의 수기>(혹은 <지하로부터의 수기>) 같은 걸 들 수 있을까? 매 학기마다 다시 읽거나 최소한 읽는 흉내를 낸다. 새로 나온 번역본들과 대조해서 읽는 건 올해의 과제 중 하나다... 

 

8. 어린 시절에 너무 사랑했던, 그래서 (미래의) 내 아이에게 꼭 읽어주고 싶은 책? 

책 읽는 걸 좋아하는 꼬마 소녀가 주인공인 <마틸다> 같은 책을 아이가 좋아해주면 좋겠지만, 아무래도 혼자 생각일 듯싶다. 게다가 <마틸다>는 내가 어렸을 때 읽은 책이 아니군. '어린 시절에 너무 사랑했던'이라는 표현이 좀 간지럽긴 한데, 내겐 방정환의 <사랑의 선물> 같은 책이 재미있었다. 그리고 <강감찬>이나 <을지문덕> 같은 전기들. 하지만 딸아이가 좋아하는 전기는 장군들의 전기가 아니라 이태영 변호사의 전기다. 각자가 읽는 수밖에... 

 

9. 지금까지 읽은 책 가운데 가장 두꺼운(길이가 긴) 책은?  

아마도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이지 않을까 싶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보다도 더 기니까. 이번 학기에 읽을 책으로는 <악령>이 가장 길다.  

 

10. 이 출판사의 책만큼은 신뢰할 수 있다, 가장 좋아하는 출판사는?  

특별히 편애하는 출판사가 있는 건 아니다. 그때 그때 좋은 책, 읽고 싶은 책을 내는 출판사가 그주의 가장 좋아하는 출판사다. 신뢰는 그런 호감이 쌓여가다 보면 만들어지는 것이겠다. 이번주엔 <민주주의는 죽었는가>(난장, 2010), <멜랑콜리 미학>(문학동네, 2010), 그리고 어제 가장 탐나는 책이었던 <만주족의 청제국>(푸른역사, 2009) 등이 관심도서다. 엊그제부턴 청나라를 건국한 누르하치와 홍타이지 부자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됐는데, 관련서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이런 걸 제때 내주는 출판사가 독자로선 좋은 출판사다... 

 

10. 04. 28.


댓글(4) 먼댓글(0) 좋아요(4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0-04-28 02: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28 02: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mira 2010-04-28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멜랑콜리 미학표지 참이쁘네요 ㅎㅎ

로쟈 2010-05-01 11:15   좋아요 0 | URL
요즘 어지간한 책들은 다 표지값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