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고의 유쾌한 문화혁명

강의가 있어서 저녁을 일찍 먹었더니 끝나고 나서 허기가 졌다. 자정이 다 돼 귀가해 라면을 끓여먹고 또 내일 강의 준비를 하기 전에(아직 책도 다 안 읽었다) 잠시 숨을 돌린다. 어제, 아니 그제 저녁 다지원 강의가 끝나고 인디고 유스 북페어 프로젝트팀이 만든 <가치를 다시 묻다>(궁리, 2010)를 뜻밖의 선물로 받았는데, 다시금 무릎에 놓는다. '새로운 시대의 가치혁명을 위하여'는 그 부제다.

 

그제 버스 안에서 서서 오면서도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과의 영국 리즈 자택에서의 대담을 읽고 부듯해한 기억이 떠오른다(강의와도 연관이 있어서 하워드 진보다 바우만을 먼저 읽었다). 바우만 교수로선 한국인과의 만남이 아마도 임지현 교수와의 대담 이후에 처음이 아닐까.    



한국의 청소년들이 세계적인 석학을 직접 찾아가서 만나고 질문을 던지고 성실한 답변을 받아오는 일련의 과정이 아름답고도 대견하게 그려져 있다. 인디고의 유스 북페어는 격년으로 열린다고 하는데, 지난 2008년에 펴낸 책은 <꿈을 살다>(궁리, 2008)이다. 인디고에 관한 기사를 두어 차례 옮겨놓은 적은 있지만 직접 '인디고 아이들'이 펴낸 책을 보니 기대 이상이다. 나머지 대담들을 마저 읽게 되면 소감을 적기로 하고 일단은 간단한 소개를 옮겨본다.  

이 책은 전세계 6대륙에 하나의 가치쌍을 연결하여 살펴보고 있다. 북아메리카-정의와 희망, 아시아-평등과 다양성, 유럽-자유와 자기실현, 아프리카-공동체와 민주주의, 오세아니아-생명과 자연, 남아메리카-사랑과 아름다움이다. 그 대륙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중 그 대륙과 연결한 가치에 대해서 진지하게 연구하며 이를 자신의 삶 속에서 실천하는 학자, 그리고 이러한 가치를 사회적으로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는 개인 또는 단체들 특히 청소년, 청년팀을 직접 만나서 인터뷰했다. 

그 '실천하는 학자'들 가운데는 노엄 촘스키나 마서 누스바움, 그리고 올해 초에 타계한 하워드 진이 포함돼 있다. 몇 번 써먹은 사진을 한번 더 우려먹는다. 정말로 보기 좋지 아니한가. 그들이 꿈꾸는 '가치혁명'이 꼭 실현되기를 기원한다. 아니 이런 작업을 진행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혁명이다...  

10. 04. 07.  

P.S. '인디고 아이들'이 펴낸 책을 몇 권 더 꼽아본다. 그들의 '행복한 책읽기'와 '꿈꾸기'가 계속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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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Humanities Magazine for Young People
    from 로쟈의 저공비행 2010-05-01 09:12 
    어제 중앙게르마니아 강연이 끝나고 뜻밖에도 인디고 팀원들에게 이번에 나온 국제판 <인디고>(2010년 봄호)를 선물로 받았다. 안 그래도 어제 오전에 장바구니에 넣어둔 책이다. 지난번에 <가치를 다시 묻다>(궁리, 2010)도 나를 놀라게 한 책이었는데, 깔끔한 장정의 국제판은 한번 더 놀라게 한다. 다음 세대 인문학에 대한 걱정은 내 몫이 아닌 듯하다. 하긴 지젝의 <시차적 관점>을 읽는 중학
 
 
2010-04-07 01: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07 01: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04-07 22:56   좋아요 0 | URL
저런 책을 읽는 청소년들의 부모나 교사가 모두 이해를 해줄까요...시험공부는 안 하고 쓸 데 없는 책 읽는다고 핀잔은 안 듣는지 모르겠습니다.

로쟈 2010-04-07 22:58   좋아요 0 | URL
부모나 교사도 여러 수준이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