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모임이 있어서 자정이 넘어서야 귀가했다. '책읽는 밤'의 영향인지 방문자가 600명 가량 늘었고, 즐찾도 대여섯 명이 많아졌다. 시청자가 아주 없지는 않은 듯하다(KBS 내에서는 최저 시청률을 다투는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주로 금요일에 대형서점에 들르곤 하는데, 연거푸 연말모임이 겹치는 바람에 두 주 동안 신간을 둘러보지 못했다. 온라인 검색에서와는 다른 '눈요기'를 놓치고 있어서 아쉽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각 언론의 북리뷰나 일람해보는 것이다. 12월도 중순을 넘어가면 출판쪽에서는 비수기인지라 보통 '대작'들이 나오지 않는다. 내년 1월로 넘기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런 사정 때문인지, 그냥 기분인지 마음을 잡아끄는 책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대신에 음모론의 단골주인공인 프리메이슨에 관한 책 몇 권에 대한 소개가 있어서 스크랩해놓는다.  

 

세계일보(09. 12. 12) '세계를 지배하는 비밀조직' 진실을 파헤치다

‘다빈치 코드’로 뜬 미국 작가 댄 브라운의 신작 ‘로스트 심벌’로 세계 최고의 비밀결사인 프리메이슨이 다시 조명받고 있다. 조지 워싱턴을 비롯해 프랭클린 루스벨트, 해리 트루먼, 제럴드 포드, 로널드 레이건, 조지 부시 부자 등 미국 역대 대통령 3분의 1 이상이 프리메이슨 회원으로 알려지면서 적잖은 역사학자들은 “미국의 역사는 곧 프리메이슨의 역사이며, 미국의 실체를 바로 알려면 먼저 프리메이슨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할 정도로 프리메이슨에 대한 경외감을 갖고 있다. 마침 프리메이슨을 다룬 3권의 책이 동시에 번역 출간돼 관심을 끌고 있다. 



먼저, 한국문학번역원장을 역임한 진형준 홍익대 인문대 학장이 집필한 ‘프리메이슨 비밀의 역사’(살림). 프리메이슨을 ‘서구 신비주의 전통을 바탕으로 모든 종교를 뛰어넘는 보편적인 종교를 추구하며, 형제애를 강조하는 정신 또는 그 모임’으로 정의하는 저자는 프리메이슨의 기원을 기존에 알려진 16∼17세기 중세 유럽에 널리 퍼져 있던 석공 길드가 아닌, 고대 이집트의 신비주의 전통에 영향을 받은 피타고라스학파에서 찾는다. 기원전 6세기 크로톤에서 정치개혁을 단행한 피타고라스학파는 엄격히 계급을 구분하였고 회원 간의 형제애와 비밀 체험을 강조하는 등 프리메이슨의 기본 정신과 매우 흡사한 모습이 있었기 때문이다. 책은 프리메이슨들의 역사와 신화, 상징 등을 다방면에 걸쳐 기술하는 한편 그동안 일반인들이 프리메이슨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했던 갖가지 논란들을 흥미롭게 다루고 있다.

 

‘심벌코드의 비밀’(팀 웰레스 머피 지음, 김기협 옮김, 바다출판사)은 프리메이슨 탄생의 역사를 천착했다. ‘서양 문명에 숨겨진 이단의 메시지’라는 흥미로운 부제를 달고 있는 책은 고대 이집트로부터 중세 유럽을 거쳐 현대 프리메이슨 조직의 탄생에 이르기까지 정통 기독교의 테두리 바깥에 존재해 왔던 숨겨진 세력의 역사를 담고 있다. 특히 그들이 자신과 자신들의 조직을 지키기 위해 건축과 회화 등 기독교 문화 안에 몰래 기록해 놓은 비밀 암호를 집중적으로 탐구했다. 

 ◇프리메이슨 특유의 모자이크 문양과 기둥, 사다리 등의 상징이 담겨 있는 제도판(製圖板). 하늘을 향해 길게 뻗은 사다리는 프리메이슨의 진보를 향한 정신을 보여준다.

책은 과학이 이단으로 간주되던 시대에 ‘상징’과 ‘암호’는 학문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지식과 발견을 서로 전하던 독창적이고도 현명한 방법이었을 거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서양 문명에는 정말 암호와 상징이 가득 숨어 있을까? 저자의 대답은 그렇다는 것이다. 더욱이 그런 상징의 역사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본다. 미국 1달러 지폐 뒷면의 피라미드 상단에 그려져 있는 ‘호루스의 눈’은 프리메이슨이 세상을 지배하리라는 상징이고, 지금도 프랑스의 렌르샤토 마을에 모여드는 순례자들은 막달라 마리아를 숭배하는 이단의 무리 라는 것이다. 



‘프리메이슨, 빛의 도시를 건설하다’(크리스토퍼 호댑 지음, 윤성원 옮김, 밀리언하우스)는 무수히 많은 신화, 전설, 음모 이론들의 실체와 미스터리를 파헤쳐 프리메이슨이 건설한 빛의 제국 미국과, 수도 워싱턴 DC의 탄생에 얽힌 충격적인 비밀을 풀어준다. 실제 프리메이슨 회원인 저자는 프리메이슨이 감춰놓았다는 다양한 상징물과 암호를 찾아 워싱턴 DC의 거리와 건축물을 구석구석 답사하고 생생한 사진과 역사적 기록을 함께 제시한다.

미국 국회의사당 초석 비문, 국방부 펜타곤 건물 지붕의 펜타그램 모양, 워싱턴 DC 몰에 숨은 세피로스 등 현재 워싱턴 DC 거리 곳곳에 숨어 있는 프리메이슨의 상징들과 만날 수 있다. 또한 프리메이슨 입회식 장면의 배경으로 나온 템플하우스의 주소에 얽힌 숫자 ‘33’의 비밀, 주인공 로버트 랭던이 ‘워싱틴의 심장’으로 묘사한 170m 높이의 웅장한 오벨리스크의 상징, 사건의 단서가 되는 프리메이슨 크립토스 조각상에 담긴 불가사의 한 암호와 미국 국새에 그려진 피라미드의 감춰진 비밀도 파헤친다.(조정진 기자) 

09. 12. 12. 

 

P.S. 프리메이슨에 관한 책이 없었던 건 아니다. 2000년 이후에 나온 책으로 크리스티앙 자크의 <프리메이슨>(문학동네, 2003), 폴 제퍼스의 <프리메이슨>(황소자리, 2007)을 더 얹을 수 있다. 폴 제퍼스는 이 방면의 전문저술가로 보이는데, <미국의 프리메이슨>(2007)이란 책도 그의 것이다. 러시아에서도 18세기 계몽주의자들 가운데 프리메이슨이 많아서 지성사적 관심대상이 되곤 한다. 별로 내키는 독서는 아니지만 "세계사 거대 사건의 배후에는 늘 그들이 있었다"는 문구에 혹해서 대출해볼 수는 있겠다. 이렇게 다 들통날 정도면 그게 과연 '비밀조직'인가라는 의문도 풀 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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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12-12 11:44   좋아요 0 | URL
저도 인터뷰하신 것 보았어요! 카메라도 잘 받으시고 말씀을 어찌 잘하시던지 ^^*

로쟈 2009-12-12 13:05   좋아요 0 | URL
그게 그 중 잘 나온 대목으로 편집했을 테니까요.^^;

노이에자이트 2009-12-12 21:50   좋아요 0 | URL
이인호<러시아 지성사>에도 프리메이슨에 관한 논문이 있지요.그때는 '자유석공회'라는 번역어를 쓴 게 지금과 다릅니다만...

로쟈 2009-12-12 21:57   좋아요 0 | URL
네, 박사학위논문으로 기억합니다...

L.SHIN 2009-12-12 22:20   좋아요 0 | URL
프리메이슨..프리메이슨. 프리메이슨!

로쟈 2009-12-13 20:47   좋아요 0 | URL
'자유석공조합'이란 번역어와 어감이 너무 다르긴 합니다...

L.SHIN 2009-12-13 21:16   좋아요 0 | URL
네, 사전적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