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외부 강연을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이번주 <씨네21>에서 영화평론가 겸 감독 정성일씨의 인터뷰기사를 읽었다. 인터뷰어는 김혜리 기자. 데뷔작 <카페 느와르>에 관해 검색해보니 베니스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고 내달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후 일반개봉될 예정이라 한다. 상영시간이 무려 3시간 17분이다. 이 '리얼 시네필'의 영화세계에 대한 기대와 함께 관련기사를 스크랩해놓는다('김혜리가 만난 사람'은 주말에나 링크해놓아야겠다). 

뉴스엔(09. 09. 17) 영화평론가 정성일 감독데뷔작 베니스영화제 호평 

영화평론가 출신 연출자 정성일 감독의 데뷔작 영화 ‘카페 느와르’(제작 영화사 북극성)이 지난 12일 폐막한 제66회 베니스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으며 성공적으로 상영을 마쳤다. 비록 경쟁부문은 아니지만 비평가 주간 섹션에 진출한 ‘카페 느와르’는 관객의 열띤 호응과 관심을 받았으며 상영 후 관객들의 열렬한 기립박수를 받았다.

이런 관객들의 관심도가 현지 언론과 관계자들의 눈길을 더욱 잡아 끌게 했다. 독특한 형식미와 영화 곳곳에 감독이 의도한 기발한 정치적 의미들로 인해 신인감독의 작품이지만 걸작이라는 평가까지 받았다. 영화제 집행위원장 브르노 토리는 “독특한 형식미를 지닌 영화다”, 선정위원 안토 줄리오 맨치노는 “신인감독 작품으로는 보기 힘들 걸작이다”, 부위원장 겸 선정위원 프랑체스코 디 파체는 “영화 곳곳에 숨어 있는 정치적인 의미를 발견한다면 놀라움을 금치 못할 영화다”고 호평했다.

한편 ‘카페 느와르’는 오는 10월8일 개막하는 제14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에도 진출한 상태. 이는 베니스 영화제의 비평가 주간 섹션 진출에 이어서 두 번째 국제영화제 진출이다.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은 현재 한국영화를 대표할 만한 작품을 뽑아 상영하는 섹션으로 매년 그 해에 화제와 관심을 받은 한국영화가 초청됐다.

2008년 제13회에는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임순례 감독의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나홍진 감독의 ‘추격자’ 등이 상영됐다. ‘카페 느와르’는 이번 부산 영화제를 통해 첫 국내 상영을 할 예정이어서 영화 관계자들과 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카페 느와르’는 슬픈 사랑에 중독된 영수(신하균)와 그가 죽도록 사랑하는 여인 미연(문정희), 그를 목숨보다 더 사랑하는 또 다른 미연(김혜나) 그리고 영수가 사랑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다시 만나는 선화(정유미)와 은하(요조), 다섯 사람의 사랑을 그린다.(홍정원기자)  

09. 09. 21.  

P.S. 기사의 마지막 문단 정도가 내가 얼추 들었던 영화의 줄거리인데, 인터뷰를 읽어보니 영화는 1,2부로 구성돼 있고 1부가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기초한 것이라면 2부는 도스토예프스키의 <백야>에 토대한 것이라 한다. 감독은 롤랑 바르트의 <사랑의 단상>에서 영화의 시작점에 대한 힌트를 얻었다고 하는데, 그의 초점은 멜로드라마가 아니라 <베르테르>에 나타난 계급 갈등이라고("영화 곳곳에 숨어 있는 정치적인 의미"란 이런 걸 가리키겠다). 영화의 두 부분은 어떻게 관련되는가? 

"아주 상투적으로는 두 부분은 각기 삶과 죽음입니다. 1부의 원작은 괴테의 18세기 독일 이야기(<베르테르>), 2부의 원작은 도스토예프스키의 19세기 러시아 이야기(<백야>)예요. 즉, 혁명 전 유럽과 혁명 뒤 러시아죠. 한쪽이 액추얼한 가능성이라면 다른 하나는 버추얼한 가능성이죠. 주인공 영수를 따라가면서 두 개의 시대정신이 어떤 방식으로 공존하는가를 보여주는 게 중요했어요. 어느 쪽에 마음을 기댈지는 관객의 선택이에요. 저는 우리 시대가 정치나 자본주의에 대해, 자기의 삶에 대해 너무 낭만적인 게 문제라고 생각해요. 제발 그렇게 낭만적으로 보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었고 그래서 영화 중간에 브레이크를 넣을 수밖에 없었어요." 

이 정도의 배경 지식을 갖고 영화를 봐도 좋겠다. 참고로 영화의 부제는 '세계 소년소녀 교양문학전집'이다.'이 영화를 이렇게 보아주세요'라는 가이드라인인데, 감독의 표현을 빌면, 이 영화를 볼 때는 '교양'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렇게 붙였다고. 나로선 좋아하는 배우 정유미의 출연작이기도 해서 더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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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영화를 통해 완성된 책의 리얼리즘
    from 로쟈의 저공비행 2010-12-27 23:34 
    '라캉'으로 검색을 하니 제일 먼저 뜨는 기사가 이번주에 개봉하는 영화 <카페 느와르>에 대한 소개평이다. 안 그래도 뒤늦은 개봉 소식을 접하고 한번 보고 싶던 차였다(지난주에 언론시사회가 있었고, 오늘은 VIP시사회가 열렸다고 한다). 이 참에 스크랩해놓는다.       무비스트(10. 12. 27) 영화를 통해 완성된 책의 리얼리즘 영화평론가 정성일이 감독으로
 
 
philocinema 2009-09-21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어달전 홍상수 감독 '극장전'의 DVD를 관람하던중
comentary를 진행하던 정성일씨의
영화에 대한 놀라운 관찰과 깊이 있는 분석을 들으면서,

안 그래도 평소 그의 글에 매료되었던 저는,

'정성일씨가 직접 영화를 찍으면 어떤 영화가 될까'라는 설레이는
상상을 해보았었는데, 그의 영화가 제작되어 상영예정이라는 소식은
가슴을 쿵쾅거리는 설레임을 안겨 주는군요!

그런데 과연 그의 영화를 개봉해줄 개봉관이 충분할지를 생각해보면 암울합니다.
제가 사는 대전에선 올 봄 홍상수 감독의 '잘 알지도 못하면서'를
단 한군데의 멀티플렉스에서 딱 1주일만 걸고 내렸는데,
그나마 홍감독은 재야의 이름값이라도 있지...

여하튼 정감독의 영화를 대전서 개봉 않는다면
다른 지역에라도 달려가 보고 싶은 마음이 한 가득입니다.

PS: 극장에서 이미 보았지만 또 보고 싶고
관심 있는 주위 사람과도 영화를 나누고 싶어
주문했던 '잘 알지도 못하면서' DVD가 지금 막 도착했습니다.
오늘 퇴근후 아내와 다시 보려합니다.
기다려집니다.


로쟈 2009-09-21 18:50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대중성이 강한 영화는 아닐 텐데, 상영시간도 길어서 정말 몇 개 극장에서나 개봉될 거 같아요...

마노아 2009-09-21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그런데 혹시 카테고리 정리하셨나요? 뭔가 좀 사라진 느낌이...

로쟈 2009-09-21 18:43   좋아요 0 | URL
요즘 정리할 시간도 없는데요.^^;

마노아 2009-09-21 19:35   좋아요 0 | URL
확실히 서재지수는 떨어졌어요. 그래서 글을 숨겼나 했지요.^^

로쟈 2009-09-21 20:23   좋아요 0 | URL
마이리스트의 카운트가 잘못 돼 있는데요...

펠릭스 2009-09-21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계천(?)을 비슷듬히 거니는 그녀의 마음은 어디를 향할까요?
아, 쓸어지는 그녀(진보)는 어디에 있을까요? 혹시 소주에
취해 깃발같은 꿈을 포기하지나 않았을까요? 혹시 어디 숨긴
권총을 생각하고 있지나 않을까요!

로쟈 2009-09-21 21:39   좋아요 0 | URL
<백야>에 권총 얘기는 안 나오는데요.^^

델러웨이부인 2009-09-21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유미, 저도 좋아하는 배우예요. 정성일 교수도요. 그의 <영화의 이해>를 수강했던 적이 있답니다. 무려 15년 전 일이네요. 김혜리 기자 인터뷰 좋죠. 어쩌면 그리 되는지~

로쟈 2009-09-21 21:38   좋아요 0 | URL
첫 평론집까지 출간된다고 해서 저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누굴까 2009-09-25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성일 평론가가 드뎌 입봉을 하셨군요. 예전에 정성일씨가 쓰신 KINO 의 평론들의 현학적(?)인 표현에 좌절했던 기억이 있군요...너무 어렵게 쓰셔서..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것이 "라깡의 어법으로 말하면.... 구조화 되어 있다"..뭐 이런식..ㅠㅠ 물론 로쟈님이 보시면 다 이해하시 겠지만.... 영화도 왠지 어렵지 않을까 걱정되네요.

로쟈 2009-09-25 20:53   좋아요 0 | URL
네, 비문도 가끔씩 나오죠. 그래도 그만한 열정(이면서 순정)을 가진 평론가는 반세기에 한명 정도가 아닐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