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 때문에 이반 일리히의 <학교 없는 사회>(생각의나무, 2009)를 읽고 있다. 여러 차례 번역된 책이지만, 최근에 나온 책은 일리히의 사상을 적극적으로 소개해온 박홍규 교수가 옮기고 해설을 붙였다. 국내에는 이반 일리히 전집까지 출간되고 있을 정도로 지명도가 낮지는 않다. 비록 많이 읽히는 것 같지는 않지만. <학교 없는 사회>는 이반 일리히 읽기의 출발점이 돼줄 듯싶다. 소개기사를 옮겨놓고 읽기 리스트를 만들어둔다.

세계일보(09. 07. 11) “학교를 없애야 한다” 20세기 지성의 외침
학교를 없애야 한다. 학교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도 힘들고, 쉽게 상상할 수 없다. 그러나 ‘끔찍이도 받기 싫었던 수업’과 ‘성적 상위자 몇 명을 제외하고는 나머지를 들러리로 세우는 교육 체제’ 등의 표현에는 꽤 많은 ‘우리’가 공감한다. 이런 시각에 공감한다면, 그 ‘생각 회로’는 멈춤이 없다. 교육이 기회를 평등하게 한다는 믿음은 절대적인 오류다. 믿음과는 달리, 학교는 기회 평등이 아닌 기회의 배분을 독점하는 경향이 짙다. 물질만능주의를 부채질하는 폐해의 정중앙에 존재하는 학교가 만들어낸 폐해는 끝이 없다.
이런 시각과 생각의 회로가 결코 황당하지만은 않다. 세계적인 석학 이반 일리히는 이미 40년 전 이런 의견을 개진했다. 르몽드와 뉴욕타임스 등에 의해 ‘20세기 세계 지성’ 중 한 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1926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나 2002년 독일에서 생을 마감한 그는 세계 지성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이탈리아 로마와 미국, 푸에르토리코 등에서 대학의 부총장과 가톨릭 신부로 역할을 하기도 했으니, 학교의 혜택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교수이면서 신부이기도 했던 그는 자신이 속한 교회와 대학의 존재가치 자체를 철저하게 부정했다. 그러고는 그곳을 벗어났다. 그가 ‘학교를 없애자’는 쇳소리를 낸 것은 1971년. ‘학교 없는 사회’라는 저서를 통해서다. 현대산업사회가 절정으로 치달아 학교 개혁 목소리가 터질 때 당당히 ‘학교 추방’을 주장했다. 이후 숱한 저서를 남겼지만 일약 20세기 문명의 폐부를 진단하고 치료법을 제시한 ‘급진적 사상가’로 인정받은 것은 이 책이 계기가 됐다.
저자의 시각에 대한 공감 여부와는 별도로, 그 사상적 맥락에는 상당 부분 공감할 수 있다. 이를테면 이렇다. 학교는 수업이 공부를 가르치고, 많은 공부는 수업의 결과라고 가르친다. 심지어 인식 능력과 인격마저 학교의 정교한 가르침에 따라 이뤄진다고 믿게 한다. 일명 ‘학교 신화’다. 현실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학교는 타율적 관리사회를 만들어내며, 각종 자원을 독점한다. 그리고 계급 정당화와 부의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자율적인 사고와 인간적인 교류를 오히려 방해한다. 학교로서는 억울할 수도 있다. 저자도 저서 출간 이후 학교만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고 밝혔다. ‘학교 없는 사회’를 출판한 뒤, 저자는 텔레비전 등 학교 외의 교육도 파괴적일 수 있다고 인정했다.
‘학교 문제’가 어느 곳보다도 심각한 한국에서도 그의 명저는 그간 다섯 차례 번역돼 출판됐다. 특히 1970∼80년대에 4회나 번역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번에 옮긴이는 박홍규 영남대 교양학부 교수. 법과대학 교수로 있다가 법학전문대학이 탄생하자 교양학부로 옮긴 학자다. 이번 번역의 방점은 단어의 객관화이다. 당장 제목부터 바꿨다. 그간 네 차례나 ‘탈학교의 사회’로 번역됐던 제목을 원제(Deschooling Society)를 살려 ‘학교 없는 사회’로 돌려놓았다. 박 교수는 지난해 영남대에서 가진 기자와 인터뷰에서 이반 일리히의 삶을 존중하고 동경한다고 굳이 설명했다. 옮긴이의 말은 저자의 말만큼이나 가슴에 남는다.
“병원이 건강의 걸림돌이 되고, 교통수단이 이동의 장애물이 되며, 경찰은 사회정의 실현의 장애물, 정당은 민주정치의 장애물, 언론은 의사소통의 걸림돌이 돼 버린 오늘의 현대문명에서 학교는 제도화된 그 가치를 실현하는 데 장애물이 된 대표적인 사례다.” 그래서 옮긴이의 말처럼 ‘敎育’보다는 ‘交育’이라는 한자말이 더 절실해진다.(박종현기자)
09. 07. 26.
P.S. '미토'에서 기획한 이반 일리히 전집은 현재 다섯 권이 출간돼 있다(<학교 없는 사회>는 박홍규본에서 교정되고 있다). 나머지 타이틀은 <텍스트의 포도밭 속에서>, <자각의 축제>, <ABC: 민중지식의 알파벳화> 세 권이다. '미토(未吐)'라는 말뜻 그대로 미처 다 토해지 못한 책들이다. 마저 출간되면 좋겠다...
 | 학교 없는 사회
이반 일리히 지음, 심성보 옮김 / 미토 / 2004년 1월
10,000원 → 9,000원(10%할인) / 마일리지 5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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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규: "이 책은 일리히 사상의 총론적 작품으로서 그가 분석하는 개별 주제의 기본적.정신적 토대가 된다. 그런 점에서 그의 사상을 이해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문헌이라고 할 수 있다." 원제는 '자율적 공생을 위한 도구(Tool for Conviviality)'. |
 | 그림자 노동- 이반 일리히 전집 5
이반 일리히 지음, 박홍규 옮김 / 미토 / 2005년 10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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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병원이 병을 만든다
이반 일리히 지음, 박홍규 옮김 / 미토 / 2004년 2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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