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북리뷰를 참조하기 위해 금요일자 문화일보를 볼 때가 있다(다른 신문들은 보통 토요일자에 북리뷰를 싣는다). 어제도 금요일이어서 오랜만에 지하철 가판에서 사 읽었는데, 예기찮게도 북리뷰보다 흥미로운 건 윤창중 논설위원의 칼럼이었다. 노 전 대통령 추모 인파를 (원래는 노사모나 '노빠'를 지칭하는 듯 보이는) '황위병'으로 몰아붙이는 안목이 일단 눈길을 끌고 '답답한' 이명박 정부의 대응 때문에 곧 '황위병 세상'이 될 거라는 전망이 귀를 쫑긋하게 한다(아, 곧 그런 세상이 오는구나!). 그래서 최근 칼럼을 몇 편 더 검색해봤다. 현 시국에 대한 (이제는 '이명박 우울증'에 걸렸다고 하는) 이명박 지지세력의 '위기의식'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자료가 될 듯해서 스크랩해놓는다.

문화일보(09. 06. 05) '황위병’ 앞에 고개 숙인 정권
황위병(黃衛兵)이 벌인 ‘거리의 환각파티’보다 더 견딜 수 없었던 건 대통령 이명박의 비겁함! 비겁하다. ‘노무현 자살’ 뉴스가 TV에 뜨는 순간 순간들. 국민이 숨죽이며 목마르게 기다렸던 건 정부의 반응이었다. 도대체 대통령 이명박은 어떻게 나올 것인가 하는. 결정적인 순간에 최고 통치권자의 결정적인 말 한마디는 여론의 대세를 가른다. 대통령은 TV화면에 용수철처럼 튀어나와 당당히, 당당히 자신의 입장을 밝혀야 하는 것. 그게 비상상황에서 대통령이 취해야 할 기본이다. 그런데? 대통령 이명박은 대변인의 입을 통해 “애도한다”는 한마디를 던지고 전투경찰대가 빙빙 둘러싼 구중궁궐 청와대 속으로 깊숙이 숨어버렸다. 왜, 당당하게 “법과 원칙에 따른 정당한 수사였다. 애도한다”고 말하지 못했는가? 대통령이 청와대 안에서 침묵모드로 들어가는 순간, 저 벌떼같은 황위병들은 대통령을 만만하게 볼 수 있는 단초를 발견한다.
방송들은 폭탄 세례를 퍼붓고. 이명박 정권이 방송을 장악하고 있다고 어거지를 부렸던 방송들은 이때다 싶어 정권과 정국을 다시 장악. 탄핵사태와 촛불시위보다 더 감정에 불을 지르면서. 이명박 정권이 노무현을 죽였다. 움직일 수 없는 정설이 되고, 노무현 반대세력은 노무현을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내리게 만든 역사의 죄인이 돼갔다. 역사의 죄인이. 기표소에 들어가 이명박 후보를 톡톡 소리나게 찍었던 지지층들은 황위병 광기를 또 눈 뜨고 지켜봐야 하는 것보다,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비겁함에 더 큰 모멸감과 자괴감을 느꼈다. 왜 찍었나?
한방 얻어맞으면 바닥에 쭉 너부러져 일어날 줄 모르는 ‘유리턱 정권’. 그러다가 슬금슬금 도망가는 ‘겁쟁이 정권’, 우물쭈물 넘어가는 ‘면피 정권’이 어떻게 민심을 감동시켜, 국민을 결집한다는 말인가?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지지도는 수직하강. 대통령을 찍었던 지지세력은 울분의 나날 속에서 지지를 철회하고, 사분오열돼가고 있다. 이젠 이명박 정권을 위해 싸울 힘도, 의욕도 사라지고 있다. 이게 2009년 6월 이명박 정권과 보수·우파세력의 현주소. 지켜줄 세력이 없다. 남은 건 전투경찰뿐, 고립무원! 전투경찰에 정권의 명줄을 맡기고 있다. 검찰총장은 사표 내던지고. 이런 무책임한 정권이 장면 정권이었다. 그런데도 대통령과 청와대는 국민장도 별 불상사 없이 잘 치렀잖아? 그렇게 넘어가는 거지 뭘? 정말 왜들 정신 못차리고 그러는가?
대통령 이명박은 민심수습을 위한 당·정·청 인적쇄신 요구가 들불처럼 번져가고 있는데도 “국면전환용 인사는 3김시대의 유산”이란다. 어이구! 국면전환을 해도 정권이 유지될까말까 하는 이명박 정권 최악의 위중한 상황인데도. 대통령은 눈과 귀를 닫고 있다. 대통령이 민심을 모르는 구조적인 원인이 뭘까? 대통령 본인이 무슨 일이든 모르는 게 없는 똑똑함을 자부하는데다가, 여기에 정면돌파도 하지 않고 우유부단하고, 매사 계산에 밝은 대통령 특유의 캐릭터가 전혀 바뀌지 않고 있다. 이를 청와대 참모들이 악용해 대통령의 비위에 맞는 보고만을 올리며 대통령을 기망(欺罔)하는 세력이 대통령과 통하는 문고리를 잡고 있다.
대통령은 자신이 참모들에 의해 속임을 당하지 않고 있다고 자신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게 바로 똑똑함의 오류다. 청와대, 행정부, 한나라당에 이르기까지 범여권 전체의 실세 자리들을 손안에서 조물락조물락 할 수 있는, 만만한 인사들로 꽉꽉 채운 게 대통령이 민심 불감증에 걸릴 수밖에 없는 근본 원인이다. 기회주의자, 처세주의자, 영혼도 능력도 없는 출세주의자들의 집합소. 김대중·노무현 정권에서도 승승장구하다가 줄을 바꿔탄, 몸을 던져 싸워 본 일이 없는 겁쟁이 웰빙족들로 가득 채워져 있기 때문에 싸울 생각도 않고 도주할 수밖에.
정말 답답하다. 이들 ‘기망 세력’을 쳐내고 보수·우파정권을 이끌 수 있는 영혼·능력·소신·추진력을 갖춘 정면돌파형 정권으로 일신해도 모자랄 판에. 대통령이 일대 결단의 인사쇄신을 하지 않고 또 넘어간다면? 6월이 끝날 때쯤이면 대한민국은 황위병 세상으로 뒤집어질 것. 황위병 세상이!(윤창중/ 논설위원)

문화일보(09. 05. 28) 홀로 선 MB
소름이 돋는다. 비늘처럼.
‘벼랑끝 전술의 양대 달인’-노무현과 김정일을 그렇게 부를 수밖에 없다. 이건 전 세계 관객을 일거에 모두 빨아들인 블록버스터! ‘이명박 극장’은 텅텅 비었다. 노무현이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내리는 순간 대통령 이명박에 맞서 벌인 긴긴 사투는 대역전극으로 막을 내렸다. 김영삼, 김대중의 깜짝쇼들은 이름도 댈 수 없게됐다. 김정일의 순발력은 정말 걸출하다. 벼랑 밑으로 아예 밀어버린 것, 그게 제2차 핵실험이고 미사일 난사(亂射). 비열하고 잔인하다? 정권이 순진한 건 미덕이 아니라 무능력이다.
이명박 정권은 두 사건을 정권 안보와 관련해 최대 악재, 최고 위기라고 뼈저리게 인식해야 한다. 국민장만 불상사없이 잘 치르면 되고, 국제공조로 대북 제재만 잘 하면 되고? 또 그렇게 우물쭈물 넘어간다면 6월은 이명박 정권에 가장 잔인하게 닥쳐올 것이다. 잔인하게.
이명박 정권의 위기는 자업자득! 무슨 일이든 우유부단. 자살을 예상하지 못했다면 정권을 맡을 자격도 없다. 검찰에 불러들이는 순간 구속이든 불구속이든, 결단을 내렸어야했다. 결단을! 우물쭈물하지 말고. 이런 역사적 비극을 얼마든지 막을 수 있었다. 그게 통치권자의 리더십이다. 김정일은 웃고 있을지도 모른다. 흥! 남북정상회담 한번 하려고 초조하군. 대북특사 파견하겠다고? ‘종북(從北) 김일성 신도’ 황석영을 대통령 특별기에 태워 기념사진 찍었지만 돌아온 게 뭐? 개성공단 폐쇄하지 않겠다고 비위 맞췄더니 돌아온 게 뭐? 김일성 생일이 있으니 대량파괴무기 확산방지구상(PSI) 가입을 전략적으로 하자고? 김정일이 핵을 조물락거릴 때 즉각 PSI 전면 가입하고, 개성공단 철수하고, 군사적 대응책 발표하고, 이랬다면 김정일은 절대 장난을 칠 수 없었다. 이제 와서 PSI 가입한다고 무슨 약발? 시오노 나나미가 감동한 마키아벨리의 어록, “군주가 결단력이 없을 때 조롱받는다”. 조롱.
대통령 이명박은 사면초가. 박근혜와 이회창도 받은 게 없으니 도와줄 생각도 없을 것. 대통령 이명박은 목숨 건 자기 투쟁, 하늘을 찌르는 결단력, 김정일을 능가하는 결기를 당장 보여야 한다. 국민 앞에 당당히 나와야 한다. 180도 완전히 바뀐 ‘뉴 MB’로. 한국 사람 노릇하기 정말 힘들다. 대통령이시여!(윤창중/ 논설위원)
문화일보(09. 05. 20) 이명박 정권의 ‘3대 미스터리’
이명박 우울증! 이명박 정권을 세운 지지자들은 지금. 대통령 이명박의 ‘계약 위반’을 분명히 예시하는 사건들 앞에서 분노하고 있다. 계약 위반? 확고한 보수·우파 정권 아니었던가? 확고한. 묻고, 또 묻고, 기다리고, 또 기다리다가 ‘이명박 피로증’, 취임 1년3개월이 다돼가는 시점에서 이젠 지치다못해 ‘이명박 우울증’. 지지자들은 다음 3가지 이명박 정권 미스터리 앞에서 지지 철회로 맞서고 말아야 할 것인지, 심각한 우울증 속에서 고민하고 있다. 이명박 우울증 속에서!

첫째, ‘황석영 미스터리’ 아닌가? 왜 대통령은 황석영을 대통령 특별기에 태워 중앙아시아를 휘젓고 다니게 했을까 하는 본질적인 의문을 던지는 것이다. 황의 ‘몽골 + 2코리아론’에 매료? 대통령 이명박이 그런 로맨티스트라면 치기로 넘어갈 수도. 기업인으로 잔뼈가 굵은 대통령의 마음 속에 낭만성이 동했다고 볼 수도 없다. 그런 싸구려 구상은 몽상가라면 누구든 지도를 놓고 제 맘대로 박박 줄을 그으면 나온다. 다른 이용 가치가 대통령 이명박의 눈에 포착되었기 때문에 보수·우파세력의 벌떼같은 반발을 뻔히 내다보고 황을 특별기에 태운 것으로 추론할 수밖에 없다.
황의 정체로부터 해답을 발견하고자 한다. 5회 밀입북(1989~1991), 7회 김일성 알현. 그는 1992년 ‘노둣돌’이라는 잡지 창간호 인터뷰에서 자신이 ‘종북(從北) 김일성 신도’임을 털어놓았다. “그(김일성)는 어쨌든 사상의 차이는 도외시하더라도 두 번이나 세계 최강의 외세와 맞서 싸웠다. 나는 그가 어떤 의미에서는 대국인 중국 혁명의 지도자 모택동보다도 훌륭한 점이 있으며, 베트남의 호지명에 절대로 뒤지는 인물이 아닌 제3세계적 혁명가라고 생각한다”. 여기까지도 가슴이 벌렁벌렁거린다. 더 들어보자. “우리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민중이 소박하게 떠올렸던 여러 위인들 을지문덕, 이순신, 세종대왕, 이율곡, 정약용, 전봉준, 김구 등등처럼 위인의 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뼛속까지 김일성주의자인 황이 대한민국 대통령 특별기에 동승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김정일을 위무할 수 있는 엄청난 추파다. 추파에 숨겨진 전략적 목표? 황의 북한 인맥을 동원해 김정일로 통하는 ‘길’을 트기 위한 것은 아닐까? 그래서 종국엔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될 수만 있다면? 보수·우파의 반발쯤이야 눈에 들어올 리가 없다. 눈 딱 감고 밀어붙였다. 황석영 입으로 ‘중도’ 소릴 들어도 남는 장사. 황의 눈으로 중도라면 좌파다. 기가 막힌다.
둘째, ‘개성공단 미스터리’다. 통로를 열었다 닫았다, 공단 직원을 인질로 삼고, “서울이 군사분계선으로부터 50km 안팎에 있다는 것을 순간도 잊지 말라”고 공갈쳐도 대량파괴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 가입을 유보하고 개성공단 유지 원칙 불변만을 외친다. 완전히 북한에 주눅이 들었다. 왜? 김정일을 정상회담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특유의 질긴 인내력과 전략을 발휘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단언컨대, 김정일이 요구하는 개성공단 사용료·임금 인상도 들어줄 것이다. 속도 없이. ‘통일 대통령’에 대한 불타는, 그러나 감춰진 ‘야심 프레임’으로 황석영·개성공단 미스터리를 뜯어보면 의문의 열쇠가 풀린다.
셋째, ‘노무현 미스터리’다. 왜, 노무현 처리 문제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른 단호한 조치를 하지 못하고 앉아서 깔아뭉개고 있을까?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국제적 시선? 공개할 수 없는 ‘묵약(默約)’? 대선 후보 시절, 대통령 당선인 시절 그 어느 때, 누구에 의한 것인지 모르지만. 말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진정 없었다면 청와대가 상식적 차원에서 이해시켜라! 왜 좌고우면하는지.
대통령 이명박은 지지세력을 절망케하는 위험한 실험을 끝내고 정도(正道)로 돌아가야 한다. 보수·우파 대통령의 정도! 보수·우파 정권의 궤도를 끝내 이탈하고야 만다면 정권에 대한 지지를 완전 철회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이런 원천적인 회의 속에서 ‘이명박 우울증’은 전염병처럼 확산되고 있다. 무섭게 빠른 속도로. 더 이상 기대할 게 없으니 내버려 두자는 절망의 장탄식도 가파르게 들린다. 민의의 거대한 추이다.(윤창중/ 논설위원)
09. 06. 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