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교회가 아름답다

평일에는 자주 찾는 한겨레나 경향신문을 주말에는 사볼 수가 없다. 동네 편의점 등에서 갖다 놓질 않기 때문이다(아니면 너무 적게 갖다놓거나). 해서 오늘자 리뷰란에 실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온라인에 뒤늦게 올라온 기사를 하나 옮겨놓는다. <한국 교회의 일곱 가지 죄악>(삼인, 2009)에 대한 것이다. 김규항의 <예수전>과 함께 얼마전에 읽은 한완상의 <예수 없는 예수 교회>(김영사, 2008)을 바로 떠올리게 해주는 책이다. 그러고 보니 표지도 비슷하다.   

한겨레(09. 05. 30) “이명박을 클릭하니 한국교회가 보이더라” 

<한국 교회의 일곱 가지 죄악>이라는 언뜻 보면 꽤 과격한 제목을 지닌 이 책에서 한국 교회란 한국 개신교를 말한다. 이 책을 쓴 김선주(43)씨는 개신교 신자로, 신학대를 졸업하고 지금은 한 대학의 신학대학원에 재학중인 “예비 목회자”이다.

그는 이 책에서 한국 사회에 기독교에 대한 반감이 번져 나가고 있는 데는 한국 개신교가 기독교 본래의 정신을 잃어버리고 눈앞의 이해관계만 바라보기 때문이라고 단언한다. 지은이가 기독교 정신에서 멀어진 개신교 주류 교단을 들여다보는 열쇳말은 ‘이명박 대통령’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국 교회의 내부 구조를 들여다볼 수 있는 아이콘이다. 이명박을 클릭하면 한국 교회의 은폐된 내부가 보인다.”

지난 대선에서 개신교의 주류 교단과 대형 교회 목사들은 노골적으로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고 나섰다. 소망교회 이명박 장로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그를 지지한 목사들은 ‘하느님의 뜻’이라며 기뻐했다. 그러나 부자 감세를 밀어붙이고 가난한 자와 약자들을 위한 정책에는 무관심했던 이명박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엔 한국 교회의 목회자 상이 그대로 나타난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이명박 장로를 찍지 않으면 “내가 생명책에서 지울 거야”라고 했던 전광훈 목사를 두고 지은이는 “생명책에서 지울 수 있는 권리를 하느님이 아닌 목사가 행사할 수 있다는 말은 자신이 곧 하느님이란 것”이라고 비판한다.

한국 교회 목사들의 배타적 권위주의와 정치·이념을 앞세우는 태도는 뿌리 깊은 역사적 연원을 지닌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한국전쟁 당시 북한 정권과 이를 지지했던 기독교인으로부터 수세에 몰렸던 일부 북한 교회 지도자들이 대거 월남하여 교회 장로였던 이승만 대통령의 친미 반공세력의 주류를 형성하게 된 것이다.” 1966년 박정희 정권 때는 김준곤 목사의 주도로 대통령 조찬 기도회가 시작됐고, 1980년에는 광주학살의 지휘자 전두환 대장을 위해 개신교 지도자 23명이 기도회를 열었다.  

지은이는 기독교의 본디 정신은, 예수의 삶과 가르침은 국가나 민족의 경계를 넘어 아나키즘, 곧 무권위주의(무정부주의)에 있다고 이야기한다. 원시 기독교의 신학적 기틀을 잡았던 바울의 사상도 이런 맥락에 닿아 있다. 배타적 민족주의를 표방하고 유대교 전통을 강조한 유대 그리스도인들과의 투쟁을 통해 기독교를 보편 종교로 발전시킨 데는 경계를 넘어서는 아나키즘 정신이 있었다고 지은이는 힘주어 말한다.

현실의 한국 교회는 이와는 동떨어져 있다. 1975년 김준곤 목사는 “나라를 위해서는 순국을, 주님을 위해서는 순교를, 공산주의자들의 도발에는 육탄으로 맞설 것”을 역설했다. 국가와 주님과 반공이 하나의 의미로 동일시되는 것이다. 지금도 주류 교단은 반공과 국가주의를 내세워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자의 대체복무제를 반대하고 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총무인 최희범 목사는 올 2월 “국가 없이는 신앙도 없다”며 이명박 정부의 대체복무제 보류를 환영했다. 

지은이는 개신교회 내부의 일곱 가지 문제점으로 △신도 앞에 권위로 군림하는 목사들 △복음보다는 이념에 발목잡힌 교회 △상품화된 설교와 영성 △형식화된 복음 △‘예수 천당, 불신 지옥’을 앞세운 잘못된 전도 방식 △윤리 없는 헌금을 지목한다. 지은이가 보기에 그것이 ‘죄악’인 것은 성경이 말하는바 복음으로부터 빗나간 교회는 그 자체로 죄이기 때문이다. 예수는 눈앞의 이익에 급급했던 소아시아 일곱 교회를 향해 “회개하지 않으면 촛대를 옮기겠다”고 했다. 촛대를 옮기겠다는 말은 본디 정신에서 멀어진 교회를 예수 스스로 버리겠다는 선언이며, 지금의 한국 교회는 그 심판의 메시지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지은이는 말한다.(허미경 기자) 

09. 0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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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서울비의 알림
    from seoulrain's me2DAY 2009-05-30 22:40 
    [책] 한국 교회의 일곱 가지 죄악 — via 로쟈
 
 
노이에자이트 2009-05-31 15:24   좋아요 0 | URL
김준곤! 한국대학생선교회를 이끌던 인물!

로쟈 2009-05-31 15:32   좋아요 0 | URL
지금도 명예총재로 돼 있네요...

baxtan 2009-06-22 11:45   좋아요 0 | URL
틀린 얘기는 아닌듯 싶네요. 그러나 판단이나 비난 역시 주님께서 금하신 일이지요. 심판은 주님의 몫이니까요. 은밀히 골방에서 이 문제에 대한 기도를 합시다.

환상범 2011-07-27 23:08   좋아요 0 | URL
주님께서 판단이나 비난을 금하셨다고요?
에이... 거짓말...
다니시는 교회 목사님께서 하셨겠죠.
예수님은 성전에서 장사하는 이들에 대한 비난을 퍼부으시며 성전을 허물고 다시 지어야 한다고 말한 것 등으로 신성모독이라는 죄목을 받았죠.
그리고, "깨어 있어라" 이 상황에도 너희는 잠이 오느냐는 말씀을 하십니다.

결론적으로 다시한번 말씀드리지만,
판단이나 비난을 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은 돈을 쫒는 목사들이 하는 말입니다.

우리 성당 신부님은 연말이면 하시는 말씀이 "교무금은 공동체 내에서의 각자의 몫이다"라고 말씀하시지만, 뒤에 하시는 말씀은 "낼 수 있으면서 안내는 분들에게 드리는 말씀입니다. 교무금이 부담스러워 주님을 멀리하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ㅋㅋ

개신교도들이 자꾸 성당으로 와서 요즘은 성당이 미어터지려해요. 개신교가 하루 빨리 깨끗해져야 쾌적한 우리 성당 지켜나갈 수 있을텐데...

내 안에 계신 주님을 왜들 교회에 가서 찾는지... 나야 의무를 소홀히 하면 안되니까 그러는 거고... 하하... 제가 좀 이기적이죠? ㅋㅋ(웃자고 한 말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