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전 대통령의 죽음에다(경찰의 허술한 수사로 보아 '자살'도 확정된 사실은 아닌 듯하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국내외 정세가 어수선하다. 두 사건의 절묘한 '타이밍'이 이번에도 의혹을 품게 하는데, '음모론'을 제쳐놓는다 하더라도 남북한의 대립정국이 강경파들의 입지를 더 강화시켜줄 것임은 자명하다(오늘 뉴스를 보니 전시작전권 환수조차도 유예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모양이다). 소위 '적대적 공존관계'를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관련 인터뷰기사에 있기에 스크랩해놓는다.    

시사자키(09. 05. 27) “북한, MB 구출 작전에 나섰나?” 

▶ 진행 : 변상욱 대기자(CBS 라디오 '시사자키 변상욱입니다')
▷ 출연 :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손호철 교수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국민들의 안타까움과 원망이 치솟는 듯했습니다만, 바로 뒤이은 북한의 핵실험으로 주춤하면서 모두가 당혹스러움과 혼란에 빠져들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정부가 PSI 전격 가입을 선언했으니까 잠시 뒤면 북한에서 뭔가 툭 튀어나올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사람들은 그런 얘기 많이 하죠. “참 잘도 맞아들어간다, 북한이 아예 때를 보면서 저렇게 해주는 것 아니냐, 현 정부가 정말 운도 좋다, 어떻게 적이 아니라 아군이 하나 있는 것 같다.” 이런저런 얘기들을 많이 합니다. 일부 학계에선 '이런 게 적대적인 의존관계'라는 해석도 나오는데요. 손호철 교수와 함께 이에 대해 얘기해보겠습니다.  



▶ 진행/변상욱 대기자> 현 남북 상황을 두고 '적대적 의존관계, 적대적 공범'이라는 얘기도 나오는데요. 이런 개념은 예전부터 있었던 겁니까?

▷ 손호철 교수> 그렇게 오래 되진 않았지만 십여년 전부터 사용되는 개념입니다. ‘적대적 상호의존’, ‘적대적 공존’, ‘적대적 공생’, 이런 단어들을 쓰는데요. 겉으로 보기엔 서로 대립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공생관계인 것, 즉 자신의 존재가 상대방에 의존하고 있는 관계를 흔히 얘기하는 것이고요. 과거에 우리 군사정권, 소위 우익이라고 부르는 극우정권들, 그리고 사실 세습까지 해서 그걸 좌파라고 불러야 할진 모르겠지만 북한의 좌파정권이 서로 대립하지만 사실은 북한이란 존재가 있음으로써 한국의 극우세력은 소위 반공논리로 자기를 유지할 수 있고요. 북한의 경우엔 마찬가지로 남한정부나 미국이 있음으로해서 자기네들의 논리를 정당화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은 의존하는 관계, 이런 걸 흔히 표현하는 말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 진행/변상욱 대기자> 이건 평소 서로 간에 교감이 은밀하게 오고 간다는 것과는 다른 거죠?

▷ 손호철 교수> 그건 다른 거죠. 음모설이나 그런 것이 아니라 사실상 구조적으로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 의도하지 않게 서로 도와주고 있는 관계를 지칭하는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진행/변상욱 대기자> 예를 들면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대중, 김영삼이라고 하는 야당의 두 지도자는 아주 오래된 적대적 공생관계라고 할 수 있을 것 같고요.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일성 주석 역시 나름대로 수긍이 가는데요. 지금의 이 상황,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된 이 상황도 그렇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 손호철 교수> 북한의 핵실험 소식을 듣고 북한이 이명박 대통령 구출작전에 나섰나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는데요. 그렇게 생각하게 되는 건 사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인해 이명박 정부는 상당히 위기에 봉착해있고, 그런 국면에서 북한이 핵실험을 함으로써 사실상 굉장히 국민의 관심이 다른 쪽으로 흘러가고 이명박 정부가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해줬다는 측면에서 이명박 정부와 북한이 서로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북한의 핵실험이라는 게 이명박 정부를 도와주는 공생의 관계라는 식으로 해석할 수 있겠죠.  

 

그런데 그것에 대응해서 이명박 정부가 그동안 미뤄왔던 PSI에 전면 참가하겠다고 얘기했는데요. 그렇게 되면 북한의 강력한 대응에서 우리도 강공책으로 대응하는 것인데, 남한의 PSI 가입이라는 게 북한 체제에 상당히 군사적 위협이 됩니다. ! 그래서 북한 국내적으로 경제도 어려운데 김정일을 중심으로 한 북한 체제를 강화시키는 데 도움을 줄 것이고, 더 나아가서는 후계구도에도 도움을 주는, 그래서 사실상 서로 대립하고 있지만 서로 그 대립을 통해서 득을 보는 측면이 있는 거죠. 그런 것이 적대적 상호의존관계, 적대적 공생관계라고 불리는 관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진행/변상욱 대기자> 북한으로서는 이렇게 한 대 툭 치면 보나마나 저쪽에서 반발이 일어날 테니 그걸 업고 자기들의 내부결속도 다질 수 있는 거겠군요?

▷ 손호철 교수> 네.

▶ 진행/변상욱 대기자> 이게 교감이 이뤄져서가 아니라 서로 운명적으로 그런 관계에 놓여있다는 말씀이겠죠?  

▷ 손호철 교수> 네.

▶ 진행/변상욱 대기자> 다른 나라에도 이런 예가 있나요?

▷ 손호철 교수> 그렇습니다. 흔히 볼 수 있는 게 냉전시기에 미국의 강경파, 특히 군부군수업체와 소련의 강경파 군부는 서로 공생관계라고 볼 수 있는 거죠. 서로 대립하고 있지만 상대방이 군비를 늘리면 우리도 '야, 저거 봐라, 저기도 미사일 만들고 하는데 우리도 무기를 늘려야 한다'고 해서 국방예산을 늘리고, 그만큼 자기들의 영향력은 더 강해지는 것이고요. 그래서 사실 우리가 보면 탈냉전 이후에 힘을 잃어버린 군부가 서로 짜고서 의도적인 긴장을 만들어낸 영화들이 나오는데, 바로 그런 것들이 냉전시기에 있었던 소련과 미국이나 이런 국가들간에 강경파들의 의존적 관계를 얘기한 것이고요.  

 

또 가까이는 9.11 테러가 있었는데요. 오사마 빈 라덴과 거기에 아주 극우적인 대응을 했던 부시 대통령의 관계도 그런 대립적인 관계죠. 결국 9.11 테러라는 게 부시라고 하는 냉전적이? ?극우적인 대통령의 입지를 강화시켜줬는데, 그것이 결국 이라크 침공으로 일어나게 되니까 이슬람 강경파들을 더욱 강화시켜주는 악순환이 이뤄졌기 때문에 서로는 대립하지만 미국 내에서의 부시라고 하는 강경파의 입지, 그리고 이슬람 지역에서 오사마의 입지라는 건 서로 의존하고 있는 관계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진행/변상욱 대기자> 말씀을 듣고 보니 중국에서 동북아공정을 하면 일본에서 역사 왜곡을 하고, 그럼 우리도 대마도도 우리 땅 만주도 우리 땅이라고 나올 수도 있는 거군요.

▷ 손호철 교수> 그렇습니다.

▶ 진행/변상욱 대기자> 그런데 시민사회 입장에서 보면, 나름대로 세력을 가지고 여론을 주도할 수 있는 그룹들이 이렇게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 마치 가운데서 왔다갔다 농락당하는 기분도 들고요. 그럼 시민사회는 이걸 어떻게 파악하고 대처해야 할까요?

▷ 손호철 교수> 동북아를 얘기한다면 그런 의미에서 그런 대립을 반대하는 의식 있는 평화를 사랑하는 시민들, 이런 사람들이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가지고 그런 상호의존의 악순환을 깨는 노력이 더 필요한 것이죠.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그런 적대적 상호의존에 반대되는 비적대적인 연대 같은 게 적대적인 상호의존을 깰 수 있는 노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09. 05. 27. 

P.S. '자살'도 확정된 사실은 아니라고 적었는데, 적어도 현재까지는 풀리지 않는 의문점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다음의 아고라에서는 타살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는데, 추측이긴 하나 경찰이 제시하고 있는 시나리오가 워낙에 허술하고 설득력이 떨어지기에 오히려 더 눈길을 끈다). 여기서는 정식으로 보도된 관련기사를 스크랩해놓는다.        

한국경제(09, 05. 28) VIP 혼자 두고… 119 연락 않고…업고 뛰고…풀리지 않는 의혹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3일 봉화산 부엉이바위에서 이병춘 경호과장(45)에게 심부름을 시킨 뒤 투신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이운우 경남경찰청장의 발표에도 불구,노 전 대통령의 서거와 관련한 몇 가지 의문점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정확한 사망시점은 언제인지,상식을 벗어난 응급처치와 경호수칙을 무시한 경호관의 행동,5분 거리의 119센터에 신고하지 않은 배경 등이 핵심 의혹으로 떠오르고 있다.

◆경호수칙 왜 안 지켰나
경찰 조사 결과 노 전 대통령은 사고 당일 경호관과 떨어져 혼자 있는 동안 투신했다. 이는 '경호 대상을 시야에서 벗어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가장 기본적인 경호수칙을 지키지 않은 것.전직 청와대 경호실 관계자는 "특수한 경우까지 세세하게 명문화돼 있지는 않지만 대통령이 뭔가를 지시하면 자신은 대통령의 곁을 지키고 무전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게 요인 경호의 상식"이라고 설명했다. 경호관 한 명이 노 전 대통령을 수행한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김창호 경기대학교 경호학과 교수는 "보통 경호는 군대 경계근무처럼 복수의 인원을 통해 상호감시한다"며 "상식적으로도 전직 대통령이 산행을 하는데 경호관이 한 명밖에 수행하지 않은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응급처치 ABC도 몰랐나
이날 경호를 맡았던 이 과장은 투신한 노 전 대통령을 사고현장에서 업고 공터로 내려와 인공호흡을 실시한 걸로 밝혀졌다. 하지만 응급의학 전문의들은 추락환자에 대한 심폐소생술 등 구급조치 요령을 알고 있는 대통령 경호관의 대응으로 보기에는 '어이없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왕순주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사건현장에서 이 과장이 기본적인 생사 확인 절차를 거쳤는지 알 수 없다"며 "통상 추락환자를 발견했을 때 똑바로 눕혀 숨을 쉴 수 있도록 기도를 확보한 뒤 머리를 잡고 인공호흡을 하는 게 기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무리하게 업고 옮기면 부러진 뼈가 내장을 찌르는 등 심각한 부상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인공호흡 조치 이후에는 119센터에 연락해 기다리는 게 최선책"이라고 덧붙였다. 추락환자에 대한 구급조치 요령을 모를 리 없는 대통령 경호관이 119센터에 신고하지 않고,낙상한 노 전 대통령을 들쳐 업고 옮겼다는 건 상식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왜 119센터에 신고하지 않았나
김해 봉하마을 사저에서 불과 4.19㎞ 정도 떨어진 곳에 진영 119센터가 있다. 응급차로 5~6분 거리다. 지난번 사저 뒷산에 산불이 났을 때도 진영119에서 출동했었다. 환자가 심장이나 호흡에 심각한 장애가 있다면 사고 발생 후 5분 이내에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를 받아야 한다. '5분이 목숨을 살린다'는 소방격언도 있다.

하지만 23일 사고 당일 진영 119센터에는 노 전 대통령 추락 신고가 접수되지 않았다. 진영 119센터 관계자는 "신고가 들어온 적도 없고 모든 이송 과정을 청와대 경호팀에서 한 걸로 알고 있다"며 "온몸에 골절상을 입은 위급환자를 119응급차가 아닌 승용차로 옮겼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의아해했다.

◆정확한 사망 시점은
서거한 지 4일이 지났지만 노 전 대통령의 정확한 사망 시점은 여전히 의문이다. 세 차례 경찰조사 발표 어디에도 사건당일 사고현장에서 당시 노 전 대통령의 정확한 신체 상태에 대한 진술은 찾아볼 수 없다. 발견 당시 숨을 쉬고 있었는지,맥박은 뛰고 있었는지 등 사망 시점을 가늠해볼 만한 진술이 공개되지 않고 있는 것. 다만 시신을 수습한 부산대병원이 발표한 '23일 오전 9시 30분'이 노 전 대통령의 공식 사망 시간으로 기록돼 있을 뿐이다.

노 전 대통령을 응급치료한 병원 두 곳도 당시 상황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당일 오전 7시에 경호차로 실려온 노 전 대통령을 가장 먼저 살펴본 김해 세영병원 측은 "도착 당시 의식불명 상태"라는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다. 공식 사망을 발표한 부산대병원 의료진도 "호흡이 없고 심장이 뛰지 않아 사망상태라고 판단했고 심폐소생술은 응급조치 절차상 이뤄진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현재로선 사고발생 후 119응급차량이 노 전 대통령을 후송하지 않아 현장에서 즉사했는지,병원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사망했는지 전혀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봉하마을=이재철/김일규/서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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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이] 2009-05-27 23:44   좋아요 0 | URL
셋이 빼닮았군요. 판박이에요.

로쟈 2009-05-28 07:40   좋아요 0 | URL
닮아가는가 봅니다...

푸른바다 2009-05-28 00:14   좋아요 0 | URL
자살이 확정된 사실이 아닌 건 아니겠지요... 아마 경호책임의 문제 때문에 허위진술이 있었을 것입니다...

로쟈 2009-05-28 07:40   좋아요 0 | URL
상식적으론 그런데, 사건의 진상이라고 하기엔 너무 의문점이 많습니다. 알려진 내용도 너무 적고...

푸른바다 2009-05-28 09:48   좋아요 0 | URL
의문점이 많은 건 사실입니다... 여기서 온갖 상상력이 발휘될 수 있는여지가 있겠지요. 여기서 기사는 경호원 'FM'을 지키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FM이란 말의 출처인 군대를 비롯해서 우리 사회 곳곳에는 'FM'이 지켜지지 않는 게 상식입니다. 제 경험으론 FM을 많이 말하는 한국 사람이 특히 FM을 지키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전직 대통령의 '투신'은 아마 그 경호원 입장에서 볼 때 단 한번도 상상해보지 못한 '충격적인' 사태였을 것입니다. 그 경호원도 그 상황에서 아마 누구도 느껴보지 못한 당혹과 충격 그리고 고독을 느꼈을 것입니다. 물론 훌륭한 경호원이었다면 FM에 따른 행동을 했겠지만, 그는 그러지 못했던 것 같네요. 너무나도 충격적인 사태에 대한 불안감, 이를 모면하려는 심리 등등이 비FM적인 행동을 하도록 하지 않았을까 하는게 제 생각입니다. 아무튼 이 문제는 본질적인 사항은 아닌 것 같습니다...

merci 2009-05-28 09:35   좋아요 0 | URL
의문점이 많은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시각도 있군요. http://basil83.egloos.com/4960116 유의미한 지적이라고 생각됩니다.

푸른바다 2009-05-28 09:44   좋아요 0 | URL
인용하신 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제 생각과 비슷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