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쓴 시를 옮겨놓는다. 대략 15년쯤 전에 쓴 듯하다. 제목이 '레몬 파파야'니까 '도쿄 소나타'와 얼추 운(韻)도 맞는다. 사실은 그 '운' 때문에 이 시가 생각났을 것이다... 

레몬 파파야 

레몬 파파야
나의 죽음에는 異國의 과일들을
나의 죽음과 무관한 異國의 과일들을
나의 죽음과 무관한 異國의 향기들을
레몬 파파야
나의 죽음의 침상에
내 것이 아니었던 불빛들을
내 것이 아니었던 불꽃들을
푸른 불꽃들을
물빛보다 엷게 타오르는 불꽃들을
한 번도 내가 나눠 갖지 못했던
레몬 파파야 불꽃들을
나의 소진하는 침상에
레몬 파파야 눈물을
나의 죽음과 무관한 異國의 눈물을
나의 죽음을 넘어서
푸르게 타오르는 눈물을
한 번도 내 것이 아니었던
그대의 눈물을-

레몬 파파야
나는 아프단다 

 

09. 03. 21.

P.S. 시작메모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휴일이었던 것 같은데(아니면 강의를 빼먹은 날이던가) 감기 기운이 있었다. 문득 '레몬 파파야'란 말이 떠올랐다. 곰곰이 따져보니까, 레몬은 이상의 죽음에서 따온 것이었고, 파파야는 <그린 파파야 향기>라는 영화에서 따온 것이었다(영화는 여름에 봤다). 어쨌든 그렇게 떠올린 말에 의해서 이 시는 자동적으로 씌어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