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철거민 참사에 대해서 사실 할말이 없다. 연휴 전에 수사 발표가 난다고 하지만 정부나 여당쪽에선 연일 철거민과 희생자들에 대한 비판이나 쏟아내는 걸 보면 별로 기대할 것도 없어 보인다. 요즘은 그들이 입에 담는 한국어 자체에 염증을 느끼게 된다. 같은 한국어를 쓴다는 사실이 부끄러운 지경이며, 그런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귀가 혐오스럽다. 여러 모로 정신건강에 극히 유해하다(안 그래도 머리는 복잡하며 늘상 무거운데 말이다). 그나마 철거민 문제를 사회적 이슈로 제기했던 한국문학의 계보에 관한 기사를 읽으며 마음을 좀 가라앉힌다. 그래도 미더운 문학이 있었던 것이다. 다시 험한 시절을 맞아 30년전 문학에나 의지해야 한다면 좀 슬픈 일이긴 하지만... 

경향신문(09. 01. 23) 다시 주목받는 30년전 철거민 문학 ‘난쏘공’

지난 20일 용산 철거민 사망 사건은 마치 우리 사회의 시계추를 30년 전으로 되돌려놓은 듯한 기시감을 불러 일으켰다. 1970~80년대 ‘민중문학’에 등장하는 이야기를 현실에 재현해놓은 듯했다. 30년 전 철거민 문제를 다룬 조세희씨(67)의 <난장이를 쏘아올린 작은 공>의 인터넷 서점 판매가 늘며 다시 주목 받고 있다.  

‘한강의 기적’으로 일컬어지는 70~80년대 한국 사회는 빠른 속도로 농업사회에서 공업 중심의 근대적 도시사회로 탈바꿈해나갔고, 급격한 도시화는 도시빈민 문제 등 갖가지 문제를 양산했다. 이 시기 문학의 키워드는 도시빈민, 철거민과 같은 ‘민중’이었고, 그 속에 사회의 구조적 문제와 모순이 생생히 담겼다.  



조세희씨의 <난쏘공>(1978)이 현재까지 가장 널리 읽히는 철거민 문학이라면, 철거민 문학의 ‘효시’는 윤흥길씨의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1977)다. 경기도 광주의 철거민 임시수용소의 폭동 사건을 다룬 이 소설은 산업화·도시화의 그늘에서 소외된 계층의 삶을 날카롭게 포착한 수작으로 꼽힌다. 1980년대, 도시빈민운동이 대두되면서 이동철씨의 <꼬방동네 사람들>(1981)이 판자촌 동네를 무대로 빈민들의 현실을 생생히 그려 화제가 됐고, 이는 배창호 감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져 역시 주목받았다. 황석영씨의 <객지>(1971)와 <삼포가는 길>(1973)은 한국 사회의 핵심 문제로 부상하고 있던 노동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소설로 꼽힌다.  



문학평론가 정홍수씨는 “당시 급격히 이뤄진 도시화·산업화의 어두운 그늘이 도시빈민·철거민 문제였다”며 “특히 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도시정리사업이 진행되면서, 집중부각된 철거문제가 문학적 테마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민중문학’은 급격히 퇴조했다. 민주화 속에 문학의 리얼리즘적 경향은 80년대 말에 사그라들고, 서구의 페미니즘, 생태주의 등을 수용하거나 상업주의 문화에 물드는 경향을 보였다.   

인하대 국문과 김명인 교수는 “90년대 문학에선 80년대 민중문학이 가진 문제 의식이 많이 사라졌다. 가난의 문제를 다루더라도 개인의 문제로 환원시키는 경향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공선옥씨가 철거민, 옌볜 동포 등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가난의 문제에 천착해왔고, 교사·작가에서 스스로 철거민 투쟁가로 변신한 김하경씨는 소설집 <속된 인생> 등을 통해 철거민 문제와 노동자 문제를 그려냈다.   

외환위기를 겪은 세대의 소설가들에 의해 새로운 양상의 ‘민중 문학’의 출현에 대한 분석도 나온다. 문학평론가 정홍수씨는 “최근 박민규·김애란씨 등의 소설을 들여다보면 청년백수 등 새로운 도시 빈민들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70~80년대 문학과 같은 양상은 아니지만 그런 흐름들이 복귀하는 것을 짚어낼 수 있다”고 했다. 3월쯤 출간될 예정인 서울을 테마로 한 소설집 <서울이야기>(가제·강)에서 김애란씨는 재개발로 인한 철거민의 상황을 벌레에 빗댄 소설 <벌레들>을 발표할 예정이다.

김명인 교수는 “최근 20년 동안 신자유주의의 진행 방향과 한국 문학이 개인화되고 왜소화되는 방향이 일치한다”며 “90년대 이후 문학은 사회적 모순에 대한 정의감, 사회 약자에 대한 공감을 유지하는 데 실패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위축시키는 데 기여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아직도 <난쏘공>이 널리 읽히고 팔리는 것은 그 이후 문학 작품의 빈곤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꼬집었다.(이영경기자) 

09. 01. 23.   

P.S. 작가 조세희씨의 오마이뉴스 인터뷰기사는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053772&cmpt_cd=A0267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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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서울비의 알림
    from seoulrain's me2DAY 2009-01-23 05:20 
    다시 주목받는 철거민 문학
 
 
2009-01-23 07: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1-23 09: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1-24 08: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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