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나온 경제학 신간 가운데 내가 챙겨놓은 것은 마크 스쿠젠의 <거장의 귀환>(바다출판사, 2008)이다. 저자는 '경제학의 힘'을 주제로 한 <이코노파워>(크레듀, 2008)로 지난달에 처음 소개됐는데, <거장의 귀환>은 연이어 나온 책이다. 경제학의 거장, 특히 '빅3'를 꼽으라면 상식적으로 거명될 만한 세 사람, 아담 스미스와 마르크스, 그리고 케인스의 경제학을 소개한다. 이 '빅3'와 함께 차분하게 경제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그리고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서 생각해보아도 좋을 듯싶다. 관련기사를 찾아서 스크랩해놓는다.
세계일보(08. 11. 22) 미네르바가 거장들을 잇는 슈퍼경제학자?
‘빅3(big3)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어떤 시장에서든지 시장을 지배하는 주역은 3개이고 나머지는 모두 조역이라는 논리다. 그러면 경제학계 시장에서는 어떤 사람들이 빅3일까. 우선 자본주의 체계를 정립한 ‘근대 경제학의 태두’ 애덤 스미스가 있고, 자본주의를 부정한 ‘공산주의의 태두’인 카를 마르크스가 있고, 자유시장 자본주의를 교정한 수정자본주의 이론을 전개한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있다.
물론 이 세 사람의 경제학자 외에 데이비드 리카도, 프랑수아 케네, 장 밥티스트 세이, 존 스튜어트 밀, 알프레드 마셜,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어빙 피셔, 밀턴 프리드먼, 폴 새뮤얼슨, 게리 베커 등 경제학자·경제사상가는 많이 있다. 사람에 따라 견해가 서로 다를 수는 있겠지만 이 세 사람이 경제학의 거장이라는 것을 부인하기는 힘들 것이다.
이 세 사람 간에는 어떤 근본적인 차이점이 있을까. 여러 관점에서 비교가 가능하다. 헤겔의 정반합 논리를 생각해보자. 애덤 스미스가 자본주의를 긍정하는 ‘정’이라면, 마르크스는 이를 부정하는 ‘반’이고,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두 사람의 의견을 종합한 ‘합’으로 볼 수 있다. 또 애덤 스미스를 우파라고 하면 마르크스는 좌파이고, 케인스는 중도파, 좀더 자세히 말하면 중도 우파이다. 경기순환상으로 보면 애덤 스미스는 성장 시기에 적합한 경제이론이고, 마르크스는 극심하게 불평등한 소득분배 시기에 적합하고 케인스는 심각한 불경기 시기에 적합하다. 시대적으로 보면 애덤 스미스는 18세기 사람, 마르크스는 19세기 사람, 케인스는 20세기 사람이다. 이 세 거장을 집중 조명한 최근 책 ‘거장의 귀환’을 보면서 현재 경제 위기를 한번 살펴보자.
최근 미국의 부동산 위기를 시발점으로 하여 금융 위기가 몰아닥쳤고, 연이어 실물경제에도 위기가 엄습하고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현재 상황을 1929년의 주식 폭락 이후 1930년대의 긴 불황과 비교하기에 바쁘다. 현재 상황이 정말 1930년대 같은 세계적인 대불황기로 진입하고 있는가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몇 개월 전만 하더라도 1∼2년의 짧은 불경기를 예측하던 경제전문가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3∼4년의 기나긴 불경기가 올 것이라는 비관적인 견해로 말을 바꾸고 있다.
어떤 이유 때문에 주가지수, 국내총생산(GDP), 환율 같은 경제변수가 폭락했을 때 이를 회복하는 데에는 세 가지 패턴이 있다. 이를 LUV 패턴이라고 한다. L 패턴은 폭락 후 회복을 못 하는 경우이고, U 패턴은 한참 동안의 침체 후 오랜 기간에 걸쳐 천천히 회복하는 경우다. 마지막으로 V 패턴은 폭락 직후 급반등하는 경우를 가리킨다.
당초 전문가들은 세계 경제상황을 놓고 V 패턴의 회복을 전망했으나 최근 전망을 바꿔, V 패턴의 회복은 이미 놓친 상황이며 앞으로의 세계경제는 U 패턴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한편 매우 비관적인 사람들은 현재 세계경제는 단순한 경기침체기가 아니라 자본주의의 최고봉이자 마지막 단계인 금융자본주의가 몰락하고 있으며, 적어도 미국의 패권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으로 세계경제는 L, U, V 패턴 중에 어떤 패턴을 따를까. V 패턴이 온다면 애덤 스미스가 곧바로 각광을 받을 것이고, U 패턴이라면 케인스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것이다. 또 L 패턴이라면 마르크스가 각광을 받을 것이다. 만약 여러분이 현 경제 위기에 대한 절묘한 해법을 찾는다면 애덤 스미스, 마르크스, 케인스를 이을 21세기의 슈퍼경제학자가 되지 않을까. 요즘 인터넷 경제 대통령이라고 불리는 미네르바가 혹시 그가 아닐까?(김민주 리드앤리더 컨설팅 대표)
08. 11. 23.
P.S. '빅3' 가운데 시중에서 가장 찾아보기 어려운 건 케인스(케인즈)이다('전문적'이어서인 듯하다). 절판된 걸로 알았는데 찾아보니 주저인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비봉출판사, 2007)의 개역판이 나와 있다. 조순 전 경제부총리의 번역이다. 지난봄에는 <케인스 평전>(지식산업사, 2008)도 알게 모르게 출간됐다. 그 정도면 대략 구색은 갖춰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