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주목되는 신간 중의 하나는, 하지만 서점의 신간코너에서 보지 못한 책은 도시사회학자 마이크 데이비스의 <제국에 반대하고 야만인을 예찬하다>(이후, 2008)이다. '마이크 데이비스'라는 이름을 이젠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올해 들어서만 벌써 세번째 책이 나왔기 때문이다. 작년 여름에 나온 <슬럼, 지구를 뒤덮다>(돌베개, 2007) 이후에 출간된 <조류독감>(돌베개, 2008), <엘리뇨와 제국주의로 본 빈곤의 역사>(이후, 2008)가 모두 데이비스의 책이다(처음 소개된 책은 <미국의 꿈에 갇힌 사람들>(창비, 1994)이었다).

그 중 타이틀만 놓고 보자면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을 갖게 되는 책은 이번에 나온 <제국에 반대하고 야만인을 예찬하다>이다. 좌파 학자들 가운데 가장 약진하고 있는 경우라 생각된다(데이비스가 편집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뉴레프트 리뷰'의 한국어판이 올 12월말부터 연간으로 출간된다고 한다. 관련기사는 http://www.hani.co.kr/arti/culture/religion/317470.html 참조). 리뷰를 보니 촘스키가 "장하준의 <나쁜 사마리아인>과 함께 2007년에 읽었던 가장 훌륭한 책"이라고도 평했다 한다. 꽂아놓기라도 해야 할 책 아닌가?..

한국일보(08. 10. 25) '현대판 로마' 미국의 추한 속살 들춰내다

미국은 현대의 로마다. 9ㆍ11 이후 미국은 세계화의 모델이면서 신군사주의와 신제국주의의 이념적ㆍ실질적 지지대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토머스 페인 등 나라의 선조들이 상상했던 형태의 국가로부터, 미국은 가도 너무 멀리 가버린 것은 아닐까?



아들 부시 정권이 심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제국에 반대하고 야만인을 예찬하다>는 좌파의 문제 의식과 어법으로, 미국의 현재를 해부한다. 11월 4일 결전의 날을 앞두고 치열히 전개되고 있는 민주당과 공화당의 싸움은 물론, 나아가 미국의 뿌리깊은 모순을 이해할 단서를 제공한다. 뚜렷한 문제의식 아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보여주는 역사적 통찰이 인상적이다.

부시는 물론 럼스펠드, 딕 체니 등 네오콘들이 일차적 성토 대상이다. "하나의 악행(9ㆍ11 테러)을 다른 악행(이라크전)으로 되갚고, 석유를 대가로 무고한 이들이 살육되는 세계의 시민으로"(13쪽) 미국인들을 편입시켰다는 것이다. 저자는 부시측이 선거 당시 전략적으로 무게를 둔 것은 미국의 보수적 복음주의 기독교 신도였다고 지적한다. 기독교에서 악의 세력과 영적 전투를 벌이는 지상의 교회, 즉 전투적 교회(church militant) 측의 영향력이 2000년 대선 당시 정점에 달했다는 분석이다.

화려한 쇼와 매체의 조작에 가려진 미국의 모습도 보인다. 인공호수와 18홀 골프장, 잡역부와 노동자들의 거주지 등 두 곳으로 선명히 양분된 캘리포니아는 "시궁창 호수 너머로 빠르게 멀어져 가는 '캘리포니안 드림'의 현장"(215쪽)이라고 지적한다.

이라크전 등에서 민간의 피해를 최소화한다며 미 공군의 자랑으로 이야기되는 정밀 폭격은 미국의 위선을 단적으로 증명한다. 과연 어떨까? 민간은 결코 안전하지 않다. 아니, 더 위험하다. 전투 공간에 대한 '인식' 수준이 급격히 높아질수록 상대편의 지휘통제시설을 정밀한 폭격으로 파괴하여 적의 눈을 멀게 하는 일이 중요해진다. 곧 "민간의 원거리 통신과 전력망, 데이터 회신 노드까지 무차별 파괴한다"(171쪽)는 것이다.

이밖에도 미국의 오류를 적시하는 저자의 펜 끝은 가차없다. 1967년 베트남전에서 101공수사단 소속의 정예 부대원들이 무차별 살육을 벌였던 일, 1950년 한국전쟁 당시 노근리마을 양민학살사건 등이 미국의 전쟁범죄로 언급된다. 저자는 노근리 사건에 대해 "인디언 토벌(운디드니 학살)로 악행을 떨친 제7기병대의 복사판"(149쪽)이라고 성토한다.

저자는 이론이나 주장을 설파하기보다, 생생한 현장을 보여주는 저널적 태도를 택한다. 예를 들어 정밀 폭격의 이름으로 얼마나 무수한 아녀자들이 살육됐는지 서술하는 대목이 그렇다. 그것은 결국 "펜타곤 계획자들이 미래의 핵심 전장으로 여기는 곳, 즉 제3세계를 지배하는 미국 정부 능력의 시험대"(176쪽)라는 것이다. 간간이 등장하는 미국 내부의 정치 상황에 대한 세묘는 현재의 대선 직전 국면까지 밑그림을 제공한다.



이 책은 미국의 좌파 역사학자이자 도시사회학자인 마이크 데이비스가 2001~2007년 '소셜리스트 리뷰' 등 비판적 매체에 실었던 글을 모아 묶은 것이다. 마이크 데이비스의 책은 이미 국내에도 <미국의 꿈에 갇힌 사람들> <슬럼, 지구를 뒤덮다> <엘니뇨와 제국주의로 본 빈곤의 역사> 등 여러 권이 소개돼 있다. 언어학의 거두이자 당대의 비판적 지성을 대표하는 노엄 촘스키가 "장하준의 <나쁜 사마리아인>과 함께 2007년에 읽었던 가장 훌륭한 책"이라고 평한 책이다.(장병욱기자)

08. 10. 25.

P.S. 마이크 데이비스와 함께 주목되는 또다른 저자는 <벌거벗은 제국주의>(인간사랑, 2008)의 존 벨라미 포스터이다. 좌파 생태학자다. 작년에 <슬럼, 지구를 뒤덮다>와 함께 '경합'을 벌였던 <생태계의 파괴자 자본주의>(책갈피, 2007)에 이어서 <벌거벗은 제국주의>는 <제국에 반대하고 야만인을 예찬하다>와 '2라운드'를 벌이는 셈이라고 할까? 두 권을 묶어서 다룬 경향신문의 기사가 이 점을 잘 짚어주고 있다.

<제국에 반대하고…>가 기교파의 글이라면 <벌거벗은 제국주의>는 정통파에 가깝다. 오리건대 교수(사회학)이자 월간 ‘먼슬리 리뷰’의 편집장이기도 한 존 벨라미 포스터는 책에서 미국이 본질적으로 제국인 이유를 개념 분석과 현대사를 바탕으로 깊이있게 설명한다. 비판적 시각도 분명하다. “대량살상무기(WMD) 확산 방지를 이유로 이라크 전쟁을 일으킨 미국이 실은 WMD 확산을 조장했다”거나 “미 제국이 한 일은 팍스 아메리카나(미국에 의한 세계평화)가 아닌 폭스 아메리카나(미국이 퍼뜨리는 천연두)에 지나지 않는다”는 서술들이 그러하다.(정환보 기자)

마음은 두둑하지만, 다 따라가다가는 주머니가 슬럼화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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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08-10-25 21:58   좋아요 0 | URL
책장의 용적율도 높여야 하고요;;;;

로쟈 2008-10-25 23:13   좋아요 0 | URL
기본적으로 방바닥 용적에도 한계가 있어서요. 아파트가 무너진다고도 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