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에 창문이 없다보니 시계를 보지 않으면 시간을 알 수 없다. 꼭두새벽부터 햇빛이 들어 더 잘 수도 없었던 모스크바의 여름 기숙사와는 사정이 정반대다. 일어나서 선풍기를 틀고 아침 끼니를 때우고 정신도 차릴 겸 일간지들을 잠시 훑어보다가 그나마 '나쁘지 않은' 소식으로 출판동향 기사를 옮겨놓는다. 하반기에 한국문학이 쏟아져나올 거라는. 일본소설 바람이 의외로 일찍 수그러들면서 한국소설의 판매량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영화가 죽쓰고 있는 것과든 달리 한국소설은 시장 점유율 1위다. 중진 작가들의 기대작들이 대기중이라고 하니 기대해봄 직하다.

한국일보(08. 07. 14) 황석영·김훈·신경숙 기대작 밀려온다

이달초 교보문고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소설 시장에서 한국소설이 판매량 상위 100위권에 34종을 올리고 판매권수 점유율 34.5%를 기록하면서 영미소설(23종ㆍ24.3%)과 일본소설(27종ㆍ17.1%)의 아성을 무너뜨렸다. 한국문학의 선전은 하반기에도 이어질까. 한국문학 주요 출판사 중 8곳(문학과지성사, 문학동네, 민음사, 실천문학사, 열림원, 이룸, 창비, 현대문학)의 작품 출간 계획을 토대로 하반기 한국문학 동향을 정리한다.

■ 소설
인기 중진 작가들의 장편 출간이 이어진다. 작년 <바리데기> <남한산성> <리진>으로 각각 장편 붐을 선도했던 황석영(65) 김훈(60) 신경숙(45)씨가 나란히 차기 장편을 낸다. 황씨는 이달말까지를 예정으로 네이버 블로그에 연재 중인 자전소설 <개밥바라기별>을 내달 문학동네에서 묶어 낸다. 김씨 역시 문학동네를 통해 해방 이후 한국 현대사를 배경으로 한 전작 장편을 발표할 계획이다. “기자를 비롯한 주인공급 인물이 여럿 등장하는 3인칭 소설”이란 것이 그의 귀띔이다. 신씨는 계간 <창작과비평>에 연재 중인 <엄마를 부탁해>를 연말쯤 창비에서 출간한다.

젊은 작가 장편 중에선 먼저 김선우(38) 시인의 첫 소설이 눈에 띈다. 이달말 실천문학사에서 나올 김씨의 장편은 월북 무용가 최승희를 모델로 한 역사소설이다. 한국 팩션의 기수인 김탁환(40)씨는 이달 20일께 통일신라 고승 혜초의 천축국(인도) 기행을 모티프 삼은 <혜초>를 민음사에서 출간한다.

지난해 장편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으로 좋은 반응을 얻은 김연수(38)씨는 만주 독립군을 소재로 2004년 잡지 연재했던 장편 <밤은 노래한다>를 문학과지성사를 통해 내놓는다. <미실> <논개>의 작가 김별아(39)씨는 내달초 백범 김구의 생애를 그린 장편을 이룸에서 발표한다. 이평재(49) 한동림(40)씨의 첫 장편, 방현희(44) 김숨(34) 이홍(30)씨의 두 번째 장편도 주목된다. 하반기엔 현길언(68) 복거일(62)씨 등 60대부터 김유진(27) 염승숙(26)씨 등 2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에서 20종의 소설집이 쏟아진다.

중견작가 중에선 정도상(48)씨가 이달 탈북ㆍ이주노동 소재의 연작소설집을 내는 것을 시작으로, 박상우(50) 이현수(49) 성석제(48) 서하진(48) 한창훈(45) 함정임(44)씨 등이 작품집을 낸다. 강영숙(42) 민경현(42) 박현욱(41) 최대환(38) 김경욱(37) 김윤영(37) 오현종(35) 조헌용(35)씨 등 젊은 작가들도 그간 써온 중단편을 묶는다.

특별한 작품집도 예정돼 있다. 민음사는 이달 소설가 이문열씨 회갑 기념으로 구효서 박상우 심상대 박석근씨 등 후배 작가들의 단편을 묶은 헌정소설집을 출간한다. 현대문학에선 이기호 해이수씨 등 월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한 젊은 작가 10명이 ‘피크(peak)’, 즉 ‘인생 절정의 순간’을 테마로 쓴 단편을 묶어 8월 중 책을 낸다.

■ 시
‘미래파’로 불리며 한국 모더니즘의 새 영역을 열고 있는 장석원(39) 진은영(38) 이승원(36) 김근(35) 김경주(32) 김민정(32)씨가 나란히 두 번째 시집을 낸다. 이들에 앞서 탐미주의의 낯선 미학을 선보였던 강정(37) 시인은 세 번째 시집을 선보인다. 한국 서정시의 적자(適子)라는 평을 듣는 문태준(38)씨는 <가재미>(2006) 이후 2년만에 네 번째 시집을 묶는다. 손꼽히는 중견시인 송찬호(49) 김경미(49) 박주택(49) 정끝별(44)씨가 네 번째 혹은 다섯 번째 시집을 낸다.

원로ㆍ중진들의 시집 소식도 있다. 고은(75) 시인은 9월4~12일 서울 중구 한국국제교류재단 문화센터에서 등단 50주년 기념 서화전을 여는 것과 맞춰 신작시집을 출간한다. 올해 상반기로 예정됐던 <만인보> 완간은 시인의 사정 때문에 내년으로 미뤄졌다. 정현종(69) 시인은 5년 만에 아홉 번째 시집을 내고, 정희성(63) 시인도 7년 만에 새 시집을 낸다.(이훈성기자)

08. 07.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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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P 2008-07-15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으로 김훈의 소설이 되게 읽고 싶네요^^ 한국 문학가 중 유일하게 읽는 작가라서 이 편집증적인 골라 읽기는 언제쯤 고치게 될지...

로쟈 2008-07-15 11:09   좋아요 0 | URL
저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릴케 현상 2008-07-15 0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선우씨가 당분간 청탁에 의한 시를 쓰지 않을 거라고 했던 말뜻을 이제 알겠네요^^ 나 소설 쓰느라 바쁘거등요

로쟈 2008-07-15 11:10   좋아요 0 | URL
끼와도 무관하지 않겠지만, 시로는 '전업'이 안된다는 사정도 있을 듯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