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르코프스키의 영화 <솔라리스>의 원작자인 폴란드의 SF작가 스타니스와프 렘(1921-2006)의 소설들이 출간됐다. <솔라리스>는 몇 차례 번역 출간된 적이 있으나 현재는 모두 절판된 상태이다. 이번에 <사이버리아드>란 작품과 함께 SF전문출판사 오멜라스의 첫번째 책으로 나온 것. SF작가라면 아이작 아시모프 정도를 주워섬길 뿐이지만 이번에 나온 렘의 책들에는 관심이 간다.

경향신문(08. 06. 12) 국내 최초 과학소설 전문 출판 ‘오멜라스’ 박상준 대표

국내 최초로 과학소설(SF)만 내는 출판사가 문을 열었다. 웅진단행본그룹의 임프린트로 출범한 오멜라스는 최근 폴란드 출신의 전설적인 SF 작가인 스타니스와프 렘의 소설 ‘사이버리아드’와 ‘솔라리스’를 출간하면서 신고식을 했다. 오멜라스는 어슐러 K. 르 귄의 단편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에서 따온 이름이다. 소설에서 그렸듯이 과학적 유토피아도, 우주의 이상향도 아닌 밝음과 어둠이 공존하는 인간사회를 가리킨다. 소설만 내는 것도 아니고, 장르 소설만 내는 것도 아니고, 장르 소설의 하위 장르인 SF만을 내서 출판사가 유지될 수 있을까.

박상준 대표(41)는 “SF의 역사가 100년이 넘었는데 한국에서는 SF 자체가 공백”이라면서 “외국의 SF를 소개하는 것으로도 할 일이 많지만 국내 작가를 발굴, 육성하는 일에도 주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1990년대 초반부터 장르 문학계에서 알아주는 기획자, 평론가, 번역가로 일해왔다. 지난해 창간한 장르 문학 전문 월간지 ‘판타스틱’의 초대 편집장을 맡기도 했다.

“같은 장르 문학 중에서도 미스터리나 판타지는 나름의 독자층과 작가를 확보하고 있지요. 판타지를 예로 들면 ‘해리 포터’나 ‘반지의 제왕’ 같은 외국작품뿐 아니라 이우혁의 ‘퇴마록’이나 이영도의 ‘드래곤 라자’ 같은 국내 작품이 나왔지요. 그러나 SF는 베르나르 베르베르, 마이클 크라이튼 등이 소개되기는 했지만 한 번도 전성기를 누린 적이 없습니다.”

그는 그러나 SF의 미래는 밝다고 단언한다. ‘태평양 횡단특급’을 낸 듀나(이영수), 단편 ‘깊’(계간 ‘문학동네’ 2006년 겨울호) 등을 통해 SF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박민규를 비롯, 김중혁·윤이형·김언수·박형서 등 젊은 작가들이 SF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있다고 전한다. “SF는 오락이기도 한 동시에 과학의 철학과 윤리를 보여줍니다. 전자로서 SF를 즐기는 사람은 다른 장르도 함께 읽지만 후자에 중점을 두는 사람은 SF 마니아가 되는 경우가 많지요.”



박 대표는 중학교 때 읽은 아서 클라크의 ‘지구 유년기 끝날 때’가 보여주는 심오한 세계에 매료돼 SF에 빠져들었다. 한양대 지구해양과학과를 거쳐 서울대 대학원 비교문학과에서 공부한 그는 지금까지 100여종의 SF를 내는 데 기획, 해설, 번역 등의 형태로 관여했다. 시공사, 풀빛, 현대정보문화사(백산서당) 등에서 SF가 조금씩 나온 것은 그런 덕분이다.

“1900년에 태어나 1970년에 죽은 사람을 상상해보세요. 그가 태어날 때는 비행기가 없었지만 죽을 때는 아폴로 우주선이 달에 다녀온 뒤입니다. SF는 과학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는 데 따른 윤리를 꾸준히 모색해온 장르입니다. 21세기에는 더욱 필요하지요.”



오멜라스는 앞으로 스타니스와프 렘의 소설 6권을 비롯해 아이작 아시모프, 로버트 하인라인, 로버트 소여 등의 시리즈를 준비하고 있다. 렘은 과학소설과 비주류 문화권 출신이라는 한계를 넘어 세계적인 대가의 반열에 오른 작가로, 영미 과학소설이 통속적인 오락에 치우쳤다는 문제 의식을 갖고 평생 치열한 글쓰기를 했다.

렘의 책 2권에 이어 나오는 책은 올라프 스테풀든의 작품인데 그는 SF의 기본철학과 원형을 제시한 작가로 평가 받는다. 그가 상상해낸 다이슨스피어는 행성을 통째로 둘러싸는 구조물로, 지구에 닥쳐온 에너지 위기를 경고한다.

박 대표는 이 같은 SF의 고전 이외에 여행할 때 지참하는 포켓북 형태의 재미있는 중·단편, 출판시장에서 새로 부상하는 영어덜트 시장을 겨냥한 SF 등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야자키 하야오, 오시이 마모루 같은 일본의 걸출한 애니메이션은 SF적 상상력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우리 교과서에도 SF가 실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한윤정기자)

08. 06. 19.

Станислав Лем Станислав Лем. Собрание сочинений в двух томах. Том 1Станислав Лем Станислав Лем. Собрание сочинений в двух томах. Том 2

P.S. 스타니스와프 렘과 <솔라리스>에 대해서는 재작년 그의 서거를 계기로 쓴 페이퍼(http://blog.aladin.co.kr/mramor/858000)를 참조. 이미지는 러시아에서 나온 두 권짜리 선집의 표지다(러시아어로는 '스타니슬라프 렘'이라고 읽는다). 렘은 SF소설뿐만 아니라 철학적인 저술들도 남기고 있으며 러시아에서는 '철학자'로도 대우 받는다(그의 책들이 철학총서에도 들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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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솔라리스
    from 한사의 서재 2008-06-20 09:06 
         그녀는 내가 마지막으로 보았던 모습 그대로였다. 그때는 열아홉 살의 소녀였다. 살아있다면 지금은 스물아홉 살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지만 죽은 자는 영원한 젊음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녀는 여전히 졸린 듯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가엾은 레야, 나를 찾아 온 거야?”     
 
 
비로그인 2008-06-20 01:09   좋아요 0 | URL
솔라리스 영화를 정말 재밌게 봤는데, 리메이크작은 기대에 못미치더라구요.
반가운 포스팅이었습니다.
로쟈님덕분에 장바구니가 더 무거워졌습니다.ㅜㅜ
로쟈님, 하나 부탁드리자면,
제가 지젝의 책을 읽어보고자합니다. 완전히 입문인데요.
로쟈님의 서재를 훔쳐보면서 지젝에 너무 흥미가 생겼습니다.
그런데 전혀 배경지식이 없네요.
지젝에 대한 입문서로 어떤 책이 좋을까요.
어제 밤새도록 로쟈님의 서재를 훔쳐-_- 보았지만
선뜻 고르기가 힘듭니다.
이놈의 정권이 일개 소시민을 공부하게 만드는군요,
바람직하다고 해야할까요-_-

로쟈 2008-06-20 12:58   좋아요 0 | URL
종종 받는 질문인데, 제 답변도 비슷합니다. 지젝의 책은 <누가 슬라보예 지젝을 미워하는가>와 <지젝이 만난 레닌>을 일단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가 쓴 <라캉>도. 그 정도를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으면 입문으로서는 충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영화와 영화이론에도 관심이 있으시다면 지젝의 '영화책'들도 권해드릴 만합니다)...

비로그인 2008-06-20 09:11   좋아요 0 | URL
렘의 '솔라리스', 인상 깊은 책이었답니다.
로쟈님의 렘의 책과 SF전문출판사 '오멜라스' 소개 반가운데요..


로쟈 2008-06-20 12:55   좋아요 0 | URL
솔라리스 애호가시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