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삼성 특검 결과가 발표되었다. 조세포탈 등의 혐의에 대해서만 불구속 기소한다는 것이며 예상대로(?) 상식에 미치지 못하는 내용이다(아직 종결되지 않았지만 이 사건의 전말은 한국학을 공부하는 이들에게는 한국사회를 이해하는 데 아주 요긴한 자료가 될 듯하다. 그게 이 사건의 의의가 될까?). 이에 대한 법원의 판결을 남겨두게 됐는데, 애초에 이 비리사건을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의 인터뷰기사와 재판부에 대한 소개기사를 스크랩해놓는다.

한겨레(08. 04. 19) "거짓말이었다면 나를 구속하라”

“나를 구속하라.” 말로는 누구나 삼성과 이건희 회장을 단죄할 수 있다. 조준웅(67) 삼성 특별검사도 지금으로부터 121일 전 특검에 임명되자 “검찰 등 수사기관이 어떤 특정인이나 특정 단체에 면죄부를 주기 위해 수사하는 것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특검팀이 내놓은 150여쪽에 이르는 수사결과 발표자료는 “차명주식은 이건희 회장 개인 것이 분명하다”고 거듭 밝혔다. 그러나 같은 발표자료에 등장하는 김용철(50) 변호사는 “신빙성이 의심되고, 모순에 차고, 수시로 변하는” 남자였다. 김 변호사가 ‘나를 처벌하라’고 나선 이유다.

18일 아침 김 변호사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이곳에서 하룻밤을 묵으며 새벽 3시까지 변호인들과 반박자료를 준비했다고 한다. 특수부 검사 출신인 그는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참고인 진술을 저렇게 조목조목 물어뜯는 것은 처음 봤다”고 말했다. “비자금과 로비 의혹을 대충 덮을 것은 예상했지만 나를 물어뜯을지는 정말 몰랐다”는 것이다.

특검팀은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 결과 발표문의 상당 부분을 ‘김 변호사의 진술이 얼마나 신빙성이 없는지’를 설명하는 데 할애했다. 심지어 삼성 본관에서 돈을 주고받는 정황을 설명하기 위해 김 변호사가 특검팀에 그려준 사무실 약도조차 ‘로비는 없었다’는 결론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됐다. 그는 “사람 말을 비틀어서 저렇게도 만들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김 변호사는 특검팀의 로비 의혹 수사 태도에 넌더리를 쳤다. “압권은 특검팀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명단’입니다. 제가 삼성 법무팀장으로 있을 당시의 검찰 주요 보직자 명단을 내밀며 ‘확인’을 해 달라고 하더군요. 이들이 나중에 검찰총장이나 장관이 될 때 로비 의혹이 불거지면 ‘특검 수사에서 해명됐다’며 도와줘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죠. 환장하겠더군요.” 그는 확인해주지 않았다. 대신 마무리 조사를 받으며 “‘면죄부 조사면 더이상 진술 안 하겠다’는 내 말을 반드시 조서에 남겨 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특검팀에 출석해 20여 차례 조사받았다. “내 말이 앞뒤가 안 맞는다고 추궁당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그런데 왜 수사 끝나고 나를 씹는지 모르겠네요.” 정작 수사 시작부터 종료까지 수시로 말을 바꾼 것은 삼성 쪽이었다. “<행복한 눈물>을 보세요. 애초 삼성 쪽은 홍라희씨가 샀다고 했다가 곧바로 아랫사람 착각이었다고 말을 바꿔요. 그런데 특검팀은 그걸 인정해주거든요.”

“수사 끝난 뒤 왜 나를 깎아내리는지 모르겠어”

그는 특검팀이 “(김용철과 삼성 가운데) 누가 수사 대상인지 전혀 모르는 거 같다”고 했다. 수시로 바뀌는 삼성 쪽 해명은 별다른 확인도 없이 그때마다 인정했던 특검팀을 삼성은 어떻게 생각할까. “이런 특검팀을 얼마나 비웃을까요. 아마 고마워하지는 않을 겁니다. ‘굳이 이렇게까지 해줄 필요는 없을 텐데’ 하면서.”

김 변호사는 이번 수사를 수술에 빗댔다. “의사가 수술 끝나고 뱃속에 가위 넣고 꿰매도 환자들은 몰라요. 우리도 특검팀이 뭘 수사했는지 모르잖아요?” 덜 도려낸 암세포는 나중에 온몸으로 퍼진다. “국가기관·언론·지식인을 모두 장악하고 있다는 삼성의 위력이 드러난 결과죠. 이 위력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악성종양입니다.” 그래서 이번 사건의 가장 큰 성과는 역설적이게도 삼성의 힘을 다시 한번 확인한 데 있다고 김 변호사는 여기고 있다. “그 힘의 실체를 저 역시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수사 결과가 저를 공격하지 않습니까?”

그는 특검팀 안에서 ‘빅딜’도 아닌 ‘그레이트 딜’이라는 말을 몇 번 들었다고 했다. “특검팀이 수사를 풀어갈 복안이 있다고 하길래 뭔가 했습니다. 이제 보니 불구속 기소를 하는 대신 돈의 원천을 덮어주고 수사를 검찰에 넘기지 않기로 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로비 당사자들에게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한 김 변호사는 자신에게도 ‘거래’가 들어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특검팀에서 ‘로비 의혹이 의심은 가지만 증거가 없다’는 식으로 결론을 내주겠다고 했습니다. 고소당한 게 문제되지 않도록 해주겠다는 겁니다. 그래서 ‘검찰에서 원하는 것이냐’고 물었더니 ‘그렇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특검, 삼성인지 김용철인지 수사대상 헷갈려”

그는 “삼성이 수십년 동안 감춰 놓은 돈을 국가예산으로 찾아서 합법적으로 세탁까지 해준” 특검 수사 결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런 수사 결과를 보고 믿을 국민이 있을까요?” 하지만 걱정도 많다. “한달 뒤에 누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겠습니까? 앞으로 어떤 사건을 구속 수사할 수 있겠습니까? 제헌절쯤 되면 벌써 집행유예 판결이 나지 않았을까요?”

그는 이건희 회장 일가와 삼성을 세속의 법정이 아닌 ‘역사의 법정’에 세우겠다고 했다. 불씨가 남으면 더 큰 불로 번지기 마련이다. “인생을 걸 만한 일을 진짜로 찾은 겁니다. 저나 사제단, 다른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분들이 동참할 것입니다.” 수사 결과가 발표되던 날 밤 사제단 신부들은 김 변호사에게 “명예를 함께 지키자”고 했다고 한다. “사제단과 제가 제기한 의혹들이 거짓이라면, 세상을 이렇게 시끄럽게 한 죄는 엄청납니다. 거짓말이라면 허위사실로 세상을 흔든 죄를 물어 저를 구속시켜야 합니다.”(김남일 기자)



한국일보(08. 04. 19) 삼성 재판 맡은 민병훈 부장판사

조준웅 삼성 특별검사가 불구속 기소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등 전ㆍ현직 삼성 경영진 10명에 대한 재판을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가 맡게 되면서 이 부의 민병훈(47ㆍ사시26회) 부장판사에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민 부장은 짧은 기간이라도 실형을 선고하고 수시로 법정구속을 할 정도로 양형이 엄중하다. 또 논리에 맞지 않는 검찰 주장에는 잇달아 무죄를 선고할 정도로 법 판단이 깐깐하다. 이에 따라 민 부장이 이번 사건을 맡은 게 삼성 측에 독이 될 지, 특검팀에 올가미가 될 지 그 향배가 주목된다.
18일 서울중앙지법 등에 따르면 당초 삼성 사건은 경제 전담 재판부인 형사 24부나 25부에 배당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법원은 “24부,25부에 사건이 많다”며 사건을 부패 전담 재판부인 형사23부에 배당했다.

민 부장은 개인적으로 삼성 사건에 상당한 관심과 의욕을 보여온 것으로 알려졌고, 법원이 이번 사건에 적극적인 민 부장에게 배당했다는 분석도 있다. 법원의 한 관계자는 “경제,사회적으로 파장이 큰 사건인데다 치열한 법리 공방이 예상되는 만큼 믿고 맡길 수 있는 재판장을 고른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민 부장은 일단 유죄가 인정되면 집행유예보다는 단기라도 실형을 선고하고, 자주 법정구속을 하는 등 양형이 엄중하기로 유명하다. 민 부장은 최근 사건의뢰인의 투자금 13억여원을 가로채 불구속 기소된 이모 변호사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그는 또 지난해 12월 제이유그룹에서 2억여원을 받아 불구속 기소된 이부영 전 열린우리당 의원에 대해 “국회의원을 3차례나 지낸 사람이 공무원의 직무와 관련해 2억원이라는 거금을 받아 죄질이 나쁘다”며 징역 2년을 선고하고 역시 법정구속했다.

그렇다고 민 부장이 무조건 검찰의 기소 내용을 수용하는 판사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민 부장은 2006년 말 대검 중수부가 유회원 론스타코리아 대표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을 4차례나 기각, 법원과 검찰의 갈등을 촉발시킨 주인공이다. 이로 인해 당시 검찰은 민 부장을‘공공의 적 1호’로 꼽기도 했다. 그는 또 지난해 10억원 상당의 대출 사례금을 받아 기소된 상호저축은행 회장 사건에서 검사가 공소장에 도장만 찍고 실수로 서명을 빠뜨리자 “공소의 효력이 없다”며 공소기각 판결해 검찰을 경악케 했다.

이에 따라 삼성 사건에서 기소 내용이 받아들여질 경우 이 회장 등에 대한 처벌이 강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억원의 뇌물수수를 ‘나쁜 죄질’이라고 판단하는 민 부장에게 1,128억원의 양도소득세 포탈과 에버랜드 등에 끼친 2,500여억원 가량의 손실(배임)은 큰 범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꼼꼼하게 법리를 따지는 스타일상 특검팀 기소 내용이 전부 인정될 것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이 회장은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발행 사실을 보고만 받았을 뿐, 지시 부분은 부인하고 있다.

특검팀도 물증 없이 정황증거로만 기소한 것이어서 자칫 무죄가 선고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 부장은 특검법에 따라 1심 재판을 3개월 내에 끝내야 하는 만큼, 앞으로 석달간 서초동 법정은 치열한 공방으로 뜨겁게 달궈질 예정이다.(고주희기자)

08. 04. 19.

P.S. 흠 오늘이 4.19기념일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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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8-04-19 12:46   좋아요 0 | URL
4.19인데 4.19 기사는 찾아보기 힘들고, 삼성은 멀리 도망가고... (둘이 무슨 관계인거야) ( '')

로쟈 2008-04-20 10:08   좋아요 0 | URL
잊혀진 4.19란 기사는 보이더군요.--;

노이에자이트 2008-04-19 23:28   좋아요 0 | URL
대통령은 임기가 있는데 재벌총수나 언론사주는 임기가 무제한이라서...중앙일보는 김용철을 노리고 있더니 결국 일제사격 시작했더군요.

로쟈 2008-04-20 10:08   좋아요 0 | URL
요즘은 다들 너무 '노골적'이예요.--;

2008-04-21 08: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4-21 1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Koni 2008-04-21 09:27   좋아요 0 | URL
세상은 참 읽기 어려워요.

로쟈 2008-04-21 10:15   좋아요 0 | URL
읽기는 어렵지 않지만, 너무 꼬여 있는 거 같습니다. 그럴 때는 그냥 끊어버려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