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지 사회면이 매일같이 사건, 사고 기사로 얼룩지고 있다. 오늘/내일자 신문들이 다루고 있는 한 가지 기사는 청와대 사회정책수석 내정자의 표절 논란인데, 기사를 몇 개 훑어보다가 '학계의 상례'와 '학계의 정설'이 서로 상반될 수도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흥미롭기에 자료삼아 스크랩해놓는다(*제자와 공동연구한 논문을 자기 이름으로만 발표한 또 다른 '표절' 의혹 사례는 http://www.segye.com/Articles/News/Politics/Article.asp?aid=20080222002145&ctg1=01&ctg2=00&subctg1=01&subctg2=00&cid=0101010100000&dataid= 참조).
한겨레(08. 02. 22) 학계 “자료출처 밝히지 않으면 표절”
박미석(사진) 청와대 사회정책수석 내정자에 대해 논문 표절 논란이 일고 있다. 숙명여대 교수인 박 내정자가 2002년 8월 <대한가정학회지> 제40권 8호에 발표한 ‘가정 정보화가 주부의 가정관리 능력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이 제자 ㅅ씨가 2001년 12월 숙대 석사학위 논문으로 낸 ‘주부의 정보사회화가 가정관리 능력에 미치는 영향’이란 논문을 표절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의혹의 핵심은, 박 내정자가 제자 논문에 쓰인 설문조사 자료를 활용했다는 점을 전혀 언급하지 않은 점이다. 박 내정자는 ㅅ씨가 2001년 2월28일~3월20일 서울과 경기 성남, 부산에 사는 주부 500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자료를 똑같이 활용했지만, ㅅ씨 이름은 밝히지 않았다. 박 내정자의 논문만 보면, 그가 혼자서 설문조사를 설계·진행하고 분석한 것처럼 보일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박 내정자는 21일 “자료의 수집과정이나 본인 지도하에 이뤄진 선행 연구에 대해 명확히 밝히지 않은 것은 연구 윤리에 비춰 보면 부적절했다”고 말했다.
두 논문은 제목, 연구 목적, 결론이 매우 비슷하다. 또 ㅅ씨가 “가정 정보화라는 새로운 조류는 … 다양한 변화를 초래하게 되었다”고 쓴 문장을, 박씨는 한 차례는 똑같이 쓰고 또 한 차례는 조금 수정해 썼다. 제자 논문을 발췌해 쓰다가 실수한 게 아니냐는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이렇게 박 내정자 논문엔 ㅅ씨 논문과 똑같거나 비슷한 문장이 60개 가량 발견됐다. 이 점에 대해서도 박 내정자는 “논문의 취지가 비슷하다 보니, 일부 유사한 표현이 중복되는 점에 대해 송구스럽다”는 뜻을 밝혔다고 이동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대변인이 전했다.
그러나 박 내정자의 논문을 학회지에 실은 대한가정학회는 이날 “동일한 논문 자료를 활용한 것은 사실이나, 공동 연구자들은 이 자료를 사용해서 논문을 쓸 수 있다”며 “두 논문은 연구 문제, 연구 모형에 있어 내용을 달리해 ‘다른 논문’이라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박 내정자도 “같은 자료를 바탕으로 다른 방법으로 사용해 심화된 연구 결과가 나온다면 다른 논문이라고 판단하는 것이 학계의 상례”라며 “대한가정학회가 (두 논문이) 다른 논문이라고 판단한 것도 이런 맥락”이라고 말했다. 자료 출처를 명시하지 않은 점은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두 논문이 다른 논문이라는 가정학회 의견에 기대어 표절 의혹을 벗으려 하는 의도로 풀이된다.
학계에선 석·박사학위 논문은 지도교수와 논문 작성자의 공동 성과로 간주한다. 하지만 지도교수가 제자와 공동 저자 형식이 아니라 자기 이름으로만 논문을 학술지에 실으면서 자료 출처를 명시하지 않으면 표절에 해당하는 것으로 본다. 그러나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은 “당선인 비서실에서 논문 내용을 검토한 결과, 일부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것이 사회정책수석 직무를 수행하는 데 결정적 결격 사유는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김소연 황준범 기자)
국민일보(08. 02. 21) 박미석 사회정책수석 내정자, 제자논문 표절의혹
숙명여대 교수인 박미석 청와대 사회정책수석 내정자가 자신이 지도교수를 맡았던 제자의 논문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20일 제기됐다. 이에 따라 이명박 당선인측의 인사 검증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박 내정자는 2002년 8월 대한가정학회지 제40권 8호에 ‘가정정보화가 주부의 가정관리능력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앞서 박 내정자의 제자 A씨는 2002년 2월 숙대에서 ‘주부의 정보사회화가 가정관리능력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불과 6개월 뒤 제자와 비슷한 제목의 논문을 학회지에 제출한 것이다.
두 논문을 비교한 결과, 참고문헌을 제외하고 13쪽 분량의 박 내정자 논문에서 A씨 논문과 똑같거나 비슷한 문장이 최소 60개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연구목적도 비슷했다. A씨는 “정보통신기기 및 인터넷 활용능력과 주부의 가정관리능력의 관련성을 밝혀…주부의 정보활용에 대한 동기유발을 촉진시키고”라고 썼다. 박 내정자는 “정보활용도와 가정관리능력의 관련성을 밝혀…주부의 정보활용에 대한 동기유발을 촉진시키고”라고 서술했다. 결론도 역시 유사했다.
결정적으로 표절 의혹을 받는 이유는 동일한 것으로 보이는 ‘조사대상과 자료수집’ 때문이다. 조사 시점과 대상이 모두 일치했다. 또 박 내정자가 논문에서 사용한 표 6개 중 4개도 A씨 논문 내용과 거의 동일하거나 유사했다. 그러나 박 내정자는 자신 논문의 참고문헌이나 각주 등에서 A씨 논문을 전혀 거론하지 않았다.
교육부는 현재 ‘표절 가이드라인’ 기초연구를 마무리했다. 출처없이 6개 단어 이상이 연속적으로 일치하는 경우, 출처를 밝히지 않고 데이터나 조사방법이 동일하거나 유사한 경우 등을 표절로 규정하고 있다. 김기수 변호사는 “표절에 대한 각종 판단 기준에 비춰볼 때, 표절로 볼 근거가 있으며 이는 저작권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박 내정자는 “제자의 데이터를 활용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연구비를 줄이기 위해 같은 데이터를 활용하기도 한다”며 “하지만 분명히 다른 연구방법론을 적용해 쓴 논문”이라고 말했다.(하윤해 안의근 기자)
국민일보(08. 02. 21) 60여곳에 판박이 문장… 결론도 비슷
박미석 신임 청와대 사회정책수석비서관 내정자의 논문이 표절 의혹을 받는 이유는 크게 여섯 가지다. 그러나 박 내정자는 제자의 논문을 전혀 언급하지 않아 표절 의혹을 부추겼다. 한 대학교수는 “박 내정자가 A씨의 논문 지도교수였기 때문에 논문의 주제와 내용, 조사방법까지 다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그런 상태에서 유사한 논문을 제자에 대한 어떤 인용없이 발표한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① 제목과 연구 목적이 비슷=어순만 조금 바꿨을 뿐 두 논문의 제목이 매우 유사하다. 사실상 같은 뜻으로 해석된다. 연구목적도 비슷하고, 제자보다 6개월 뒤에 비슷한 논문을 낸 것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다.
② 너무 많은 동일 또는 유사 문장=A씨 논문 9쪽에 있는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여성 특히 주부에게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가사 자동화(Home Automation)를 들 수 있다’는 문장은 박 내정자 논문 5쪽에 실려 있다. 이처럼 비슷하거나 동일한 문장이 60개를 넘었다. 박 내정자가 A씨 논문의 각기 다른 페이지에 실려있는 내용들을 한 문장, 혹은 두 문장씩 끌어다 합친 부분도 발견됐다.
③ 동일한 것으로 보이는 조사방법=첫째, 조사기간이 2001년 2월28일부터 3월20일까지로 같다. 둘째, 조사 샘플도 서울과 경기 성남, 부산에 거주하는 주부 500명으로 동일하다. 셋째, 회수된 설문지 역시 421부로 같다. 다만 A씨는 421부 중 부실기재된 17부를 제외한 404부를, 박 내정자는 421부중 자녀 1명 이상인 주부 338명의 자료를 각각 최종분석자료로 활용한 점만 다를 뿐이다. 같은 데이터를 공유했다는 의혹이 일만한 상황이다.
④ 표 6개중 4개가 유사=박 내정자의 논문에 있는 ‘조사대상자의 사회인구학적 특성’, ‘인터넷 사용행태’ 등 4개의 표는 A씨 논문에 있는 표와 매우 비슷하다.
⑤ 결론도 비슷=박 내정자는 정보 유용성의 홍보와 교육 프로그램의 개발, 주부들간의 정보격차를 줄일 수 있는 노력 등을 결론으로 제시했다. 또 가정정보화 수준을 측정하기 위한 정확한 척도 모색도 강조했다. A씨 역시 이런 내용들을 자신의 논문에 썼다.
⑥ 제자 논문 문장 중복도 있어=특이한 점도 발견됐다. A씨는 자신의 논문 8쪽에 ‘가정정보화라는 새로운 조류는…다양한 변화를 초래하게 되었다’라고 썼다. 그런데 이와 유사한 문장이 박 내정자 논문 2쪽과 3쪽에 있다. 이런 경우는 또 발견됐다. A씨는 논문 15∼16쪽에 걸쳐 있는 한 문장 역시 박 내정자 논문 2쪽과 6쪽에 있다. 옮겨 쓰다 실수로 2번 쓴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이다.
제자 논문과 다른 부분은 박 내정자 논문 전체 13쪽중 11쪽 일부와 12쪽 일부에 있는 ‘경로분석 결과’, ‘모형적합도’, ‘경로모형’ 등의 내용이다. 박 내정자가 A씨의 연구방법론을 지도하는 등 논문 작성에 큰 도움을 줬다 하더라도, 표절 의혹을 피해가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두 논문이 비슷해도 너무 비슷하기 때문이다. 학위 논문의 저작권자는 집필한 학생이며, 비슷한 데이터와 문장을 출처없이 사용하는 것은 표절로 보는게 학계의 정설이다.(하윤해 안의근 기자)
08. 02. 21.
P.S. 정리하면, "같은 자료를 바탕으로 다른 방법으로 사용해 심화된 연구 결과가 나온다면 다른 논문이라고 판단하는 것이 학계의 상례”이다. 그리고 동시에 "비슷한 데이터와 문장을 출처없이 사용하는 것은 표절로 보는게 학계의 정설"이다. 이 두 가지 주장을 어떻게 양립시킬 수 있을까? 비슷한 데이터와 문장을 출처없이 사용했다 하더라도 그것을 '심화된 연구 결과'로 간주하면 된다.
가령 "가장 절실한 것은 주부들이 지금까지의 소극적인 마인드에서 벗어나 시대의 흐름을 적극적으로 받아드리는 변화된 자세라고 생각된다."라는 결론과 "아울러 주부들은 지금까지의 소극적인 마인드에서 벗어나 시대의 흐름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변화된 자세가 절실하게 요구된다."는 결론이 거의 유사해 보이지만, 그건 '소극적인 마인드'로 읽은 탓이다(어여 우리 마음의 전봇대를 뽑아내야 한다!).
대학원생은 고작 '생각된다'라고 희미한 결론을 내린데 반해서 우리 교수님은 '요구된다'라고 강하게 못박았다. 이 얼마나 적극적인 자세이며 변화에 대한 순도 높은 갈망인가! 대한가정학회가 두 논문이 서로 '다른 논문'이라고 판단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하나마나한 소리지만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21일 박미석 청와대 사회정책수석 내정자의 논문표절 의혹과 관련해 사회정책수석 직무수행에 결정적 결격사유는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이 정도 일은 물론 이 당선자에겐 깜도 안되는 일일 터이다.) 우리도 어서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읽어야겠다. 동료 주부들이여, 정신차리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