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당신의 추천도서는?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http://www.kpec.or.kr/)에서 매달 발표하는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이 이달에는 며칠 일찍 발표되었다(연말이어서인가 보다). 그걸 빌미로 나도 따라서 '이달의 읽을 만한 책'들을 골라본다. 1월부터는 분야별로 한권씩 고르는 걸 따라해보기로 한다(10개 분야이다). 어느새 2008년 '1월의 읽을 만한 책'이다!

1. 문학

 

 

 

 

지난 11월의 읽은 만한 책으로 골랐던 한강의 <채식주의자>(창비, 2007)가 뒤늦게 올라왔다. 추천자인 작가 신경숙씨는 "어린 시절의 폭력이 한 인간의 내면에 어떻게 각인되는지, 그 상처가 주변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집요하게 따라가는 <채식주의자>는 인간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욕망의 미세한 지형도"라고 평해놓았다. 사실 나도 사놓고 아직 읽어보진 못했기에 1월에는 읽어봐도 좋겠다. 그래도 나대로 고르자면 공선옥의 <명랑한 밤길>(창비, 2007)을 꼽아본다.

몇 편 읽지 않았으면서도 평소 공선옥의 소설이 '촌스럽다'고 생각해왔지만 이번에 나온 소설집은 평도 좋고 또 '명랑' 모드인지라 연초에 읽을 만하지 않을까 싶다. 알라딘의 소개는 이렇다: "상처에 매몰되지 않고 삶을 긍정적으로 포용하는 자세는 공선옥 소설의 개성을 한층 돋보이게 만든다. 그가 <멋진 한세상>(2002) 이후 5년 만에 신작 단편집을 펴냈다. 낯익지만 일관된 주제의식을 견지하며 냉엄한 현실을 능청스럽게 이야기하는 공선옥 소설의 활력은 여전히 놀랍다."

2. 역사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이 추천한 역사 분야의 책은 김호웅 등이 쓴 <김학철 평전>(실천문학사, 2007)이다. 나도 출간시 리뷰들를 읽으면서 찡한 느낌을 받았었는데, 말 그대로 격정의 시대를 산 '최후의 분대장'의 파란만장한 삶을 반추해볼 수 있겠다. "의열단으로 시작해 중국 홍군(紅軍)의 우군(友軍)이었던 조선의용군 소속으로 일본군과 교전 중 체포되어 한쪽 다리를 잃고 8·15광복 후 출옥한다. 월북 후에는 김일성 신격화에 회의를 느끼다 중국으로 망명하지만 모택동을 비판한 <20세기의 신화>를 썼다는 이유로 10년간이나 투옥"되고 했던 삶이다.

거기에 보태 내가 고른 책은 독일의 철학자 바이츠제커의 <역사 속의 인간>(에코리브르, 2007)이다. 소개에 따르면, "자연의 역사와 인간의 사유의 역사를 배경으로 하여 현대 인간의 삶에서 제기하는 실천적 과제들에 대한 대답을 담은 책이다. 지은이 바이츠제커는 사유방법론으로 인간의 역사를 고리로 하여 이어진 두 개의 반원으로 형성된 하나의 ‘원환과정’을 여러 차례 반복함으로써 인간의 삶의 본질을 밝힐 수 있다고 단언한다." 바이츠제커의 책으론 <과학의 한계>(민음사, 1996) 이후에 오랜만에 소개되는 듯하다(에른스트 울리히 폰 바이츠제커가 아니라 카를 프리드리히 폰 바이츠제커다).

3. 철학

 

 

 

 

김상환 교수(서울대 철학과)가 추천한 철학 분야의 책은 이영남의 <푸코에게 역사의 문법을 배우다>(푸른역사, 2007)이다. 추천의 이유는 "독창적인 역사철학자로서의 푸코를 알기 쉽게 소개하고 있다"는 것. 더불어 "저자가 철학 전공자가 아니라 역사 전문가라는 것이 이채롭다"고 했다(출판사도 '푸른역사'다. 내가 갖는 불만은 이 출판사의 책들이 페이지당 여백을 너무 많이 준다는 것이다).

푸코를 읽는 김에 내가 고른 책은 콜브룩의 <들뢰즈 이해하기>(그린비, 2007)이다. '들뢰즈와 함께 보는 현대 영화'란 부제를 달고 있는 파트리샤 피스터르스의 <시각문화의 매트릭스>(철학과현실사, 2007)도 이번에 출간되었기에 같이 읽어볼 만하다(콜브룩의 책을 조금 읽으면서 나는 들뢰즈의 철학이 '예술가 철학'이라는 심증을 더 굳히게 되었다). 물론 일반독자가 가볍게 읽을 만한 책들은 아니지만 들뢰즈를 이해하기에 가장 쉬운 책이란 점은 인정할 수 있다(<들뢰즈 이해하기>의 경우 일부 오역과 편집상의 실수들은 교정되면 좋겠다).

4. 정치


 

 

 

손호철 교수(서강대 정치외교학과)의 정치 분야 추천도서는 뜻밖에도 베르나르 베르베르 등 프랑스 작가 10인이 쓴 <세상의 아이야, 너희가 희망이야>(푸른나무, 2007)이다. 추천사는 이렇다: "11월 20일이 어떤 날인지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이 날은 국제연합(UN)이 정한 '아동권리의 날'이다. 아동도 성인들과 마찬가지로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릴 권리가 있다. 그러나 1년이면 거의 1천만 명의 어린이가 영양실조 등으로 목숨을 잃고 가난 때문에 1억 명 이상의 어린이들이 학교를 가지 못하고, 2억 명 이상이 노동을 한다. <세상의 아이야, 너희가 희망이야>는 <개미>의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등 10명의 프랑스 최고 작가들이 국제연합아동기금(UNICEF)을 위해 건강할 권리, 가족을 가질 권리, 먹을 권리, 보호받을 권리, 교육받을 권리 등 어린이들의 핵심적인 10가지 권리를 짧은 소설형식으로 그려서 헌정한 탁월한 교양서이다." 듣고 보니 의미있어 보이는 책이기도 하다.

비슷한 취지에서 내가 고른 책은 데루오카 이츠코의 <부자나라, 가난한 시민>(궁리, 2007)이다. 제목 그대로 '돈 많은 가난한 나라'(일본)를 돌아보면서 '진정한 풍요란 무엇인가'를 질문하고 있는 책이다. '선진화 담론'이 대세를 장악하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도 좀 따져보아야 할 문제이다. 출판사측의 소개를 인용하면, "지금 한국은 ‘돈 많은 못 사는 나라’이며, 분명히 ‘기형국가’이다. 개발과 투기 문제, 저열한 사회자본 문제, 위험한 연금개악 문제, 그리고 이기적이고 무능력한 노동운동 문제에 대한 데루오카 이츠코 교수의 설명은 우리에게 훌륭한 반면교사 역할을 할 것이다." 역자인 홍성태 교수의 <대한민국, 위험사회>(당대, 2007)와 함께 우리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데 도움이 될 듯하다.

5. 경제/경영

 

 

 

 

정운찬 교수(서울대 경제학과)가 추천하는 경제분야의 책은 윤수영의 <세속 경제학>(삼양미디어, 2007)이다. 모처럼 국내 필자가 쓴 경제학 입문서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듯한데, 추천의 변 또한 뜨겁다: "세계의 중심 맨해튼을 24달러에 팔기로 선택한 인디언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이 책은 이자의 당·부당성,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 일자리와 임금, 황금제국의 부활, 유럽의 투기와 버블, 남북전쟁과 노예해방, 세계적인 시사주간지와 경제·경영 잡지, 세계유명 경제지와 일간지, 투자와 투기의 쌍쌍파티, 부자가 되는 꿈 등 무궁무진한 주제로 꽉 차있다. 한번 읽기 시작하면 눈을 책으로부터 떼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대학이나 연구소에 있는 경제학자들이 이 책을 읽으면 복잡한 수식이나 그래프를 통하지 않고도 현실 경제의 모습을 잘 설명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될 것으로 나는 믿는다."

내가 고른 책은 영국의 비평가이자 사회사상가 존 러스킨의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느린걸음, 2007)이다. 오늘자 한겨레의 북리뷰를 참조하면, "산업혁명으로 최성기를 구가하던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예술비평가요 사회사상가인 존 러스킨(1819~1900)은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Unto This Last)>에서 애덤 스미스에서 토머스 맬서스, 데이비드 리카도, 존 스튜어트 밀로 이어진 자본주의 정통 경제학의 전제조건들을 정면으로 부정한다. 그는 고용주와 노동자를 포함한 경제 주체들에게 최선의 결과를 가져다 주는 것은 “정의와 애정”이라고 주장한다." 러스킨의 책으론 건축론 <베네치아의 돌>(예경, 2006)이 소개된 바 있다. 

6. 사회

 

 

 

 

김문조 교수(고려대 사회학과)가 추천한 사회분야의 책은 다카하라 모토아키의 <한중일 인터넷 세대가 서로 미워하는 진짜 이유>(삼인, 2007)이다. 몇 주전에 리뷰를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김교수에 따르면 "한류 열풍 속에 확산 중인 혐한증이나 탈식민화 시대의 반일운동 등에 관한 근본적 이유를 저자는 신자유주의적 인력이동에 따른 고용경쟁이나 실업위협에서 찾는다. 경제의 세계화로 사회적 유동성이나 위험성이 증대되고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과거의 고도성장형 내셔날리즘이 개인형 내셔날리즘로 대체되어 젊은이들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요컨대 동시적으로 출현하는 청년실업과 같은 국가 차원의 사회문제가 안톤 오노의 금메달 강탈 항의사건 등에서 식별할 수 있는 “명랑한 애국심”의 주범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그걸 '불안한 내셔널리즘'이라고 이름붙인다. 일본의 76년생 젊은 학자의 패기만만한 주장을 담고 있는 책.

사실 '사회'분야란 카테고리는 좀 막연해서 나로선 책을 고르기가 애매한데(정치 분야와 중복되고 하고), 그냥 구해놓고 아직 읽지 않은 발레리 줄레조의 <아파트공화국>(후마니타스, 2007)이나 <도시의 창, 고급호텔>(후마니타스, 2007)을 뒤적거려보기로 했다. 관련 페이퍼는 '아파트공화국의 고급호텔'(http://blog.aladin.co.kr/mramor/1636910) 참조.

7. 과학

 

 

 

 

장경애 과학동아 편집장이 추천한 과학분야 도서는 외르크 치들라우의 <다윈, 당신 실수한 거야!>(뜨인돌, 2007)이다. 소개글에 따르면 "과학저널리스트인 외르크 치틀라우가 다윈진화론의 핵심인 적자생존, 자연선택 등에‘위배되는’ 실제 사례들을 동물의 세계에서 뽑아내 진화론이 과연 생물계에 통용될 수 있는 진리인가라는 진지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 책"이고, 추천사에 따르면 "진화론의 핵심은 자연선택과 적자생존인 셈이다. 생물학 교과서에 진리처럼 서술된 이러한 진화론의 핵심 개념을 비웃는 책이 있다. 바로 <다윈, 당신 실수한 거야!>다. 이 책에서는 진화하면서 강자만이 살아남는다는 믿음에 의구심을 보이며 한없이 열등한 모습으로도 잘 살고 있는 개체들을 소개한다." 나로선 좀 싱겁다는 생각이 드는데, '강자'의 기준이 절대적이지 않은 것 아닌가 싶어서이다(장자가 말하는 '무용의 용'도 있고).

차라리 내가 더 관심을 갖는 책은 <살아있는 지구의 역사>(까치글방, 2005), <생명 - 40억년의 비밀>(까치글방, 2007)이 소개된 바 있는 리처드 포티의 <삼엽충>(뿌리와이파리, 2007)이다(포티의 책들은 이한음씨가 번역을 전담하고 있다). 옛날도, 아주 오랜 옛날 생물 수업시간에만 들어보던 삼엽충. '고생대 3억 년을 누빈 진화의 산증인'에 대한 아마도 가장 자세한 책이지 않을까 싶다.

8. 예술

 

 

 

 

김춘미 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가 추천한 예술분야의 책은 김경의 <이야기가 있는 종이 박물관>(김영사, 2007)이다. 사진작가 김중만과의 합작인데, 소개에 따르면 "종이 물건에 담긴 우리 삶의 다양한 표정을 읽어내려 한 책"으로 "종이에 스며든 옛사람의 소박한 삶. 적게는 100년에서 많게는 300년을 훌쩍 넘은 오래되고 진귀한 종이 소품과 세간을 모았다. 따라서 이 책은 종이에 관한 박물학적 지식의 산물임과 동시에, 한국문화에 대한 흥미로운 인류학적 접근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나로선 쉽게 손이 가지 않을 책이다.

대신에 나라면 아무 주저없이 최근에 나온 러시아 미술/예술 관련서들을 집어들 것이다. 이병훈의 <모스끄바가 사랑한 예술가들>(한길사, 2007)과 이진숙의 <러시아 미술사>(민음인, 2007)가 그 책들이다. 관련 페이퍼로는 '러시아 예술로의 초대'(http://blog.aladin.co.kr/mramor/1790172)를 참조하시길.

9. 교양

 

 

 

 

이한우 조선일보 문화부 차장이 고른 교양분야의 책은 한스 귄터 가센 등이 쓴 <인간, 아담을 창조하다>(프로네시스, 2007)이다. 주목하지 못했던 책인데, 부제가 '생명 복제 시대에 돌아보는 인간 만들기의 역사'이다. 바로 떠오르는 책은 알렉산더 키슬러의 <복제인간, 망상기계들의 유토피아>(뿌리와이파리, 2007)이다. "호프만의 괴기소설 <모래 사나이>에서 시작해 데이비드 오스본의 <머리들>에 이르기까지 각종 공상과학 소설에서 나타나는 인간 만들기의 꿈을 추적한다"는 전자와 짝을 지어 읽을 만하다. 그러는 참에 이번에 새로 번역돼 나온 벤야민의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길, 2007)도 다시 읽어볼 수 있겠다. 이젠 '생명복제시대의 예술작품'도 씌어져야 하지 않겠는가.

10. 아동->전기

 

 

 

 

두 분의 아동도서연구가/아동문학가가 추천한 아동도서는 <예쁜 우리말사전>(파란자전거, 2007)이다. 나로선 과문하기 짝이 없는 분야인지라 그냥 좋은 책인가 보다고 기록해놓은 따름이다.

약간 변칙이긴 하지만, 아이도 자는 김에 '아동' 분야를 '전기'로 바꾼다. 그리고는 세 사람의 책을 고른다. 찰리 채플린의 <나의 자서전>(김영사, 2007)과 나보코프의 자서전 <말하라, 기억이여>(플래닛, 2007), 그리고 자서전은 아니지만 수전 손택의 유고평론집으로 마지막 에세이들과 강연들을 모은 <문학은 자유다>(시울, 2007)가 탐나는 책들이며 새해에 읽어볼 만한 책들이다.  

 

 

 

 

이상 10개 분야의 책들 외에 가외로 고른 책은 '1월의 고전' <한비자>이다. 물론 예전에 나온 번역본들이 없지 않지만 최근에 이상수의 <한비자, 권력의 기술>(웅진지식하우스, 2007)이 출간되어 바람을 넣는 탓에 기획하게 된 것이다. 편역서인 <이야기의 숲에서 한비자를 만나다>(웅진지식하우스, 2007)와 윤찬원의 <한비자>(살림, 2005)를 기존의 번역서들에 덧붙여서 읽어볼 수 있겠다. 새 정부도 들어서고 하는 김에 '제왕학'도 좀 알아두는 것이 신민의 자유와 권익을 챙기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07. 1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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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따삐야 2007-12-29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참 촌스러운 사람이지만 로쟈님처럼 공선옥 소설은 촌스러워서 잘 안 읽었다죠. 근데 쓰신 글을 보니 한번 읽어보고 싶네요. 누가 머라해도 소신있게 한 가지만 밀고 나간다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인데 그런 면에서 대단하단 생각도 들구요.

나보코프의 <말하라, 기억이여>도 독특하고 재미있을 듯 싶네요.^^

로쟈 2007-12-29 13:20   좋아요 0 | URL
한가지만 밀고 나가다면, 요즘 유행하는 말대로 '달인'의 경지가 되는 거겠죠.^^

수유 2007-12-29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탁과 나보코프, 그리고 러시아 미술.
그리고 흥미를 안끌래야 안끌수 없는- 말이 요상하다요.
다윈 당신 실수한거야. 정도.

로쟈 2007-12-29 18:48   좋아요 0 | URL
<러시아미술사>는 저도 오늘 샀습니다...

Mephistopheles 2007-12-29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관함을 열심히 채우고 있습니다..꾸역꾸역..^^

로쟈 2007-12-29 23:06   좋아요 0 | URL
이제 돈벼락 맞을 때까지 기다리시면 되겠습니다.^^;

이리스 2008-01-08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러시아 미술사 샀는데ㅇㅅ. ㅎㅎ 공선옥 소설은 촌스러워서 안 읽구요.. 으흠..

로쟈 2008-02-03 23:29   좋아요 0 | URL
저는 아직 읽지 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