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에 문외한이더라도 한번 보면 고흐만큼이나 쉬이 잊을 수 없는 화가에 모딜리아니(모디)가 있다. '목이 긴 여인'들이 너무도 개성적이기 때문인데, 그 그림들의 전시회가 열린다고 한다. 연인 잔 에뷔테른의 그림들과 함께. 관련기사를 옮겨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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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07. 12. 21) 모딜리아니와 연인 잔의 애틋한 사랑
풍성한 갈색 머리채, 갸우뚱한 고개, 오른손으로 앞가슴을 가린 채 내면을 응시하는 듯한 목이 긴 여인. 모딜리아니가 죽기 한 해 전(1919년)에 그린 ‘어깨를 드러낸 잔 에뷔테른’이다. 태어난 해는 각각 1884년, 1898년으로 14년 차이가 나지만 1919년 같은 해에 죽은 아마데오 모딜리아니(모디)와 잔 에뷔테른. “마치 항상 알고 지낸 것 같았던” 이들은 1917년 봄 몽파르나스의 화가들 모임에서 눈이 맞은 이래 3년 동안 지독한 사랑과 그림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다.
가난한 커플은 후원가가 내준 빌딩 꼭대기의 작업실에서 알콩달콩 지내다 모디의 결핵이 악화돼 니스로 요양을 갔다. 여기서 잔은 훗날 아버지 평전을 쓴 딸을 낳았고 모디는 대표적인 초상화 작품을 가장 많이 그렸다. 행복은 잠시. 생활고는 모디의 성격을 괴팍하게 만들어 파리로 돌아왔을 때 모디의 병세는 악화돼 있었다. 1920년 1월 모디가 병원에서 죽은 이틀 뒤 에뷔테른 역시 친정집 아파트 5층에서 투신 자살했다. 8개월 된 둘째 아이를 임신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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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사상 가장 잘 생긴 화가’라는 모딜리아니의 주변에는 모델이 되어주겠다는 여자가 끊이지 않았다. 안나 아크마토바(*아흐마토바), 베아트리스 헤이스팅스, 루니아 체호프스카야 등등. 하지만 이들은 모디가 잘 나갈 때의 얘기. 미술계의 주류와 타협하지 않고 점점 외톨이가 되어 술과 마약에 빠져든 그에게 나타나 천국에서도 모델이 되어주겠다며 반려가 되어 ‘생명의 예술’을 창조시킨 여성은 에뷔테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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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모디와 에뷔테른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복원한 전시회가 열린다. 27일부터 내년 3월16일까지 고양시 아람미술관(031-960-0180)에서 열리는 ‘천재, 열정을 그리다’ 전이 그것. 모디가 주로 초상화를 많이 그린 탓에 모디 관련 전시회의 모티브는 ‘모디와 그의 모델’이 주류였다. 하지만 모디와 마지막 3년을 지낸 에뷔테른은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베일에 싸인 채 전설로만 떠돌았다. 애초 가족들의 반대에 부닥쳤던 이들의 사랑은 사후에도 마찬가지여서 따로 묻힌 지 10년 뒤에야 합장이 가능했다. 또 가족들은 잔의 작품이 모디에게 가려져 왜곡될 것을 우려해 공개를 반대해 왔다. 에뷔테른의 진면목이 드러난 것은 2000년 ‘모딜리아니와 그의 친구들’이란 전시회에서부터다. 비로소 미술사적으로 대접을 받게 됐다.
한국 전시에서는 잔의 유화, 과슈, 아크릴, 드로잉 등 65점, 모딜리아니의 유화 및 드로잉 45점과 공동드로잉 1점, 그리고 이들의 관계를 보여주는 엽서, 사진, 머리카락 등 150점이 처음으로 선보인다. 모디의 애정이 담뿍 담긴 그림 ‘에뷔테른’에서 막연하게 상상되던 두 사람의 사랑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모디가 특별한 만큼 그가 사랑한 여인 역시 특별한 존재였음을 드러낸다.(임종업 선임기자)
07. 1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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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덧붙일 사항은 두 가지다. 하나는 앤디 가르시아 주연의 영화 <모딜리아니>(2004)도 소개되면 좋겠다는 것(영화의 한 장면은 http://www.youtube.com/watch?v=XekpJXGKeTc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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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한가지는 모디가 그린 아흐마토바. 1911년에 페테르부르크에서 그린 스케치들이 남아있다. 아흐마토바(1889-1966)는 20세기 러시아시의 디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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