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딘스키와 러시아 거장'전 관련기사를 옮겨놓는다. 언론리뷰들이 다소 뒤늦게 뜨고 있는데 늦게라도 많은 이들이 관람할 수 있으면 좋겠다(나는 이달 마지막주에 단체관람할 예정이다). 그래야 러시아 미술을 안방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또 생길 것이기에. 그런 계산속으로 기사를 옮겨놓는다.   

경향신문(07. 12. 12) 칸딘스키 보러 갔다가 ‘19세기 러시아’에 빠지다

주최측에서 욕심을 많이 부린 전시다. 이는 단점인 동시에 장점이 됐다.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칸딘스키와 러시아 거장전-19세기 리얼리즘에서 20세기 아방가르드까지’(한·러교류협회 주최)는 제목 그대로 19세기에서 20세기까지의 러시아 미술을 보여주고 있다. 등장한 작가만 54명, 작품은 회화만으로 무려 91점이다. 한국 사람들이 알 만한, 추상화의 선구자 칸딘스키를 제목에 내세웠지만 그의 작품은 4점밖에 안된다. 초기 습작 소품 두 점을 빼면 실질적으론 두 작품에 불과하다. 정작 감동을 주는 작품은 19세기의 그림들이다. 제목이 전시의 진가를 제대로 강조하고 있지 못한 셈이다.



바꿔 말하면 19세기 러시아 그림들을 본 것만으로 전시의 가치는 높다. ‘광대한 국토만큼이나 폭과 깊이를 자랑하는 러시아 미술의 백미’를 볼 수 있다. 19세기 러시아 미술의 특징은 리얼리즘으로 요약된다. 문혜영 큐레이터는 “민중·인간에 대한 관심, 광대한 영토에 대한 사랑이 러시아 미술의 두 가지 특징”이라고 설명한다. 사실주의적인 메시지는 드라마틱한 러시아적 분위기를 담아 회화로 표현됐다. 19세기 작품은 총 63점으로 초상화, 풍경화, 역사화, 풍속화 등 주제별로 구분된 방에서 전시되고 있다.

톨스토이, 차이코프스키 등 예술가들을 주로 그린 것이 특징인 19세기 러시아 초상화는 동시대의 예술적 성취를 자랑스러워하는 사회 분위기를 반영했다. 러시아의 국민화가로 꼽히는 레핀이 인물의 본질을 깊숙이 통찰해낸 작품 ‘작가 고골의 분신’을 비롯해 낭만적 분위기를 가진 대작 크람스코이의 ‘달밤’ 등이 대표작이다. 풍경화에선 러시아 특유의 자연풍경을 아름답고 서정적으로 묘사한 사브라소프, 격정적인 바다의 생명력을 탁월하게 묘사한 아이바조프스키 등 거장들의 작품을 볼 수 있다. 혁명, 빈부격차, 사회부조리 등을 주제로 러시아 미술의 본질적 특징인 ‘사회 참여로서의 예술의 적극적 힘’을 반영한 작품들은 역사화와 풍속화 섹션에서 확인된다.

러시아 회화사 전체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레핀의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 전쟁의 현장을 사실적으로 묘사함으로써 반전 메시지를 전달하는 베레샤긴의 ‘불의의 습격’, 권력자와 무산자의 불평등한 현실을 단순하지만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마소예도프의 ‘지방자치회의 점심식사’ 등은 꼼꼼히 챙겨봐야 할 작품이다. 주제별로 접근하다보면 러시아 미술의 아름다움을 다각도에서 속속들이 볼 수 있게 된다.

20세기 러시아 미술은 유럽 화파와 교류하며 여러 사조를 혼합한 형태로 나타난다. 말레비치, 라리오노프, 곤차로바, 포포바 등 다양한 화풍을 보이는 러시아 아방가르드 작가들의 작품 24점이 경향별로 전시된다. 칸딘스키 작품으로는 완숙기의 걸작 ‘블루 크레스트’와 ‘구성 #223’이 왔다.



전시장 구성은 좋은 편이다. 19세기의 드라마틱한 그림에서 받은 감상의 충격은 20세기의 현대적 그림들을 보며 한숨 돌릴 수 있다. 작품 수가 많기 때문에 작품이 빽빽하게 걸려 있어 감상하기에 다소 숨찬 느낌이다. 그러나 칸딘스키 작품 넉점을 여유있게 배치해 놓은 붉은색 방이 마지막에 있어서 감상을 인상적이면서도 여유롭게 마무리할 수 있다. 작품들은 러시아 양대 국립미술관인 러시아미술관과 트레티야코프미술관에서 왔다. 1996년 ‘일리야 레핀전’ 이후 12년 만에 들어온 러시아 미술전이다. 내년 2월27일까지.(임영주기자)

07. 1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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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07-12-13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봐야지 하는...전시입니다. 모네마네피카소에 넘 정열을 쏟아붓는 우리네 전시회
(그렇다고 싫다는 건 아닙니다..다만 넘 편중..되었다는 생각이..)에서 이렇게 보기 힘든 전시회를 기획해준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죠..^^

로쟈 2007-12-13 14:16   좋아요 0 | URL
어렵게 성사된, 드문 기회인 건 확실합니다...

소경 2007-12-14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겨울날 가마터 발굴장에서 일하는게 초읽기로 다가 왔네요. 어렵지 않게 행사에 문제만 없다면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찬바람에 곡갱이질이나 호미나 삽질에 열정이 붙을 지도. ^^;;

로쟈 2007-12-14 22:37   좋아요 0 | URL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를 들고 가시길.^^

소경 2007-12-14 22:29   좋아요 0 | URL
앗.. 어제 시골에서 김장 도와서 챙긴 돈으로 책을 다량 구입해서 인터넷으로 손쉽게 구입은 무리고, 가기전에 구내 서점에 부탁해서 구해야겠네요. 연모하는 누님이 밥사준다 해서 다음 주에 직행 할 걸 미뤘는데 그게 다행인지 ^^;;, 추천 고맙습니다.

로쟈 2007-12-14 22:38   좋아요 0 | URL
겨울에 땅 파면서 읽기는 가장 좋은 소설이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