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시사인'에 인터뷰 기사가 나간 후에 아무래도 그 여파 때문인지 방문자수와 즐찾수가 많이 늘었다. 그래서 예상보다 조금 일찍, 그러니까 오늘 방문자수가 30만을 넘어설 것 같다. 지난 6월 1일에 20만명을 돌파했으니까 6개월이 좀 못 되는 사이에 10만명이 더 다녀간 셈이다. 그 정도면 '대박'은 아니어도 '인기' 블로그는 되는 모양이다(특히나 책 블로그로서는). 가끔은 그다지 재미있어 보이지 않는 서재의 '콘텐츠'(페이퍼)들을 둘러보며 의아하다는 생각도 한다. 적어도 500여명 정도는 매일같이 이 서재를 찾기 때문이다. 그게 의아함을 느끼게도 하지만 분발을 채찍질하기도 한다(뭔지는 모르겠지만 뭔가를 계속 해야만 한다는!). 30만 돌파 기념이벤트 같은 거라도 벌여야 예의에 맞을 듯하지만 떠들썩한 걸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그냥 나대로 조용히 기념/기억해두기로 한다.
오래전에 좋아했던 노래에 이상은의 '더딘 하루'(1991)가 있었고(http://tvpot.daum.net/clip/ClipView.do?clipid=5003968), 그 제목을 따서 (노래와는 무관한) 시를 쓰기도 했는데 그걸 옮겨놓는다. 며칠간 강의준비에 덧붙여서 원고/논문들과의 전쟁을 벌여야 하는 처지인지라 '더딘 하루'란 건 사치스럽게, 그런 만큼 부럽게 느껴지기까지 하지만 여하튼 그런 '더딘 하루'들을 버티던 시간들도 있었다. 내 생의 안쪽이었지만 이젠 바깥으로 비져나가는 시간들이다. <대부3>의 마지막 장면에서처럼(http://www.youtube.com/watch?v=5XeqQc5S8Gw) 나도 언젠가는 다시 '더딘 시간'을 더듬다가 고꾸라질 것이다. 그때까지는 뭔가를, 계속 해나갈 것이다. 삶을 계속 달구어갈 것이다...
더딘 하루
세상 어디에나 가볍게 날아오르는 삶이 있고 거꾸로 처박히는 삶이 있다. 세상 어디에나 삶이 있고 삶의 주변이 있고 거짓된 삶이 있다. 삶은 달걀이 있고 장작불 통닭이 있다. 통닭은 제 몸을 온통 장작불로 달구면서, 이젠 고민할 닭대가리도 없기에, 자유롭다. 삶은 달걀은, 이젠 부화할 여하한 꿈도 품고 있지 않기에, 안달하지 않는다. 무덤덤하다(그래서 소금에 찍어먹어야 한다). 이들은 우리네 내장과 적당히 타협하여, 바야흐로, 승천(昇天)할 것이다(자진하여 소멸하게 될 그들의 흔적을 승천이라 부르지 못할 이유도 없지 않겠는가?) 꼬르륵거리며.
삶의 주변을 기웃거리며 오늘도 나는 더 더딘 하루에 대한 인내의 미덕을 곱씹는다. 으아, 기지개라도 켜고, 못 다한 삶의 온갖 풍경들을 곱씹는다. 닭똥집만 곱씹어서 맛이 나는 것은 아니다. 모든 밑바닥은, 모든 밑구녁은 나름의 인내로 고소하다. 아니 고상하다. 나는 언젠가 아주 고상한 자태로 승천하는 날을 꿈꾼다. 으아, 이런 생각만 하면 어깨가 근질거린다. 이 거대한 내장 속에서, 반드시, 적당히 타협할 날이 오지 않을까. 바야흐로 마구 썩어가는 이 일신(一身)의 종창 끄트머리에서. 방향(芳香)조차 은근할 때. 나풀나풀. 어쩌자고. 정말?
07. 11.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