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나온 책들 가운데, 더 좁게는 이번주 신간들 가운데 가장 '비싼' 책은 할 포스터 등 쟁쟁한 미술사가, 이론가들이 쓴 <1900년 이후의 미술사>(세미콜론, 2007)이다. 704쪽 분량이고 정가로는 95,000원. 방대한 미술사책이어서 도판이 안 들어갈 수 없고 그만큼 가격도 '업'된 경우이겠지만 이 정도면 바로 원서로 구입해야 하나 좀 망설여지긴 한다(도서관에서 몇 번 볼 때마다 주문을 해야 하나 망설이긴 했지만). 보급판(2005)으로 나온 원서의 경우 두 권을 합한 가격이 67달러이므로 배송료를 더해도 국역본보다 저렴하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한국의 책값은 이젠 '번역료'에다 '저작권료'가 더해져서 영미권의 원서보다 비싸다.

아무려나 그 두께와 가격만큼 올해 나온 가장 비중있는 미술책으로 보인다. 세미콜론이란 출판사는 낯선데, 알고보니 <씬시티>나 <300> 같은 프랭크 밀러의 만화책을 출간한 곳이다. 아직 언론리뷰들은 뜨지 않아서 출판사의 소개 정도만 읽어본다.

1900년 이후부터 최근인 2003년까지 연도별로 서술된 현대미술사 저술의 결정판. 이보다 더 명성 있는 저자들, 상세한 내용, 명쾌한 분석, 풍부한 도판을 만날 수 있는 책은 당분간 만나기 힘들 듯하다. 각 저자들은 현대미술사의 핵심인 모더니즘과 아방가르드, 반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 등 20세기 이후 미술사의 쟁점들을 점검하고 주요 미술가, 작품, 저작, 전시 등에 대해 서술하여 복잡한 현대미술의 갈래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준다. 오늘날 미술사 연구에서 각광받고 있는 정신분석학, 예술사회학, 구조주의와 형식주의, 후기구조주의의 방법론에 대해 개설하고 있을 뿐 아니라 각 저자들의 난상토론이 담긴 두 편의 라운드테이블, 현대미술과 철학 관련 용어 해설, 자세한 찾아보기 등을 수록하여 현대미술사를 공부하는 학생은 물론, 심도 있는 논의를 원하는 연구자 및 미술가들에게 귀중한 자원이 될 것이다.

"공부하는 학생은 물론, 심도 있는 논의를 원하는 연구자 및 미술가들"이 아닌 경우에는 그냥 장서용으로 꽂아둠 직하다. 그런 게 '교양'이므로...

07. 10. 27.

P.S. 20세기 미술사에 관한 참고서가 더 있나 찾아보니 <옥스퍼드 20세기 미술사전>(시공사, 2001)이 눈에 띈다. <1900년 이후의 미술사>와 같이 보면 좋겠다 싶은데, 품절이다. 대략 이런 책이라 한다.

20세기는 미술사에 있어 그 어느 시기보다 다양하고 변화무쌍한 미술 활동이 전개되었던 시기. 미술사 전반을 포괄하면서 현대 미술의 뚜렷한 특징이 되어 온 사조와 사상, 그리고 개성적인 미술가들을 상세하고 명료하게 소개하고 있는 미술사전이다. 1,800여 명에 달하는 전 세계 미술가의 생애와 활동, 작품 경향과 20세기 미술사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상세하고 깊이 있게 다루며, 세잔, 고갱 등 20세기 미술의 형성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 19세기 말의 주요 미술가도 보완 수록하고 있다. 그리고 인상주의, 후기 인상주의 등 19세기 말의 미술 경향부터 신표현주의, 비디오 아트, 페미니즘 미술 등 최근의 모든 주요 사조와 운동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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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 2007-10-27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서용으로 '그냥' 꽂아두기엔 너무 비쌉니다. 할 포스터가 쓴 부분만 읽고 올까요? 서점은 책을 사는곳이지 읽는곳은 아님에도...?

수유 2007-10-27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고 말하면서 책을 검색하니 아니살 수가 없네요. 그러니 꼭 읽어야 할테지요. 간만에 인터넷으로 주문 들갑니다.

로쟈 2007-10-27 22:51   좋아요 0 | URL
빠르시네요.^^

2007-10-29 03: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쟈 2007-10-29 08:39   좋아요 0 | URL
역시나 교재로 널리 쓰이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