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블랴나의 일정을 마치고 지금은 블레드 호변에 있다. 어젯밤 늦게 류블랴나에 도착해서 오늘 아침일정을 좀 여유있게 시작했는데 류블랴나의 구도심이 워낙에 작아서 예정한 곳들을 다 둘러보고서도 시간에 여유가 있었다. 류블랴나에서 블레드까지는 1시간쯤 소요되는 거리. 내일은 블레드호수의 섬 으로 들어갔다가 나올 예정이고 오후에는 클라겐푸르트로 향하게 된다. 무질박물관을 찾게 되면 비로소 문학기행 느낌을 받을 수도 있겠다.
이전에 적은 대로 류블랴나 방문은 슬라보예 지젝과 페터 한트케를 염두에 둔 것이지만 막상 방문을 준비하면서,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시인과 작가로 프란체 프레셰렌과 이반 찬카르에도 주목하게 되었다(과연 국내에도 소개될 수 있을는지). 오늘 아침 드디어 류블랴나 도심투어를 진행하면 프레셰렌 동상과 함께 그가 사랑했던 여인과 율리아의 부조상을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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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산책으로(블레드호를 한바퀴 돌았다.두시간쯤 소요) 피곤하여 어제는 일찍 잠이 들었다. 아직 이른 새벽인데 눈이 떠진 김에 어제의 일정을 마저 적는다. 류블랴나 구도심을 둘러보고(프레셰렌광장을 거쳐서 삼중교(일명 삼다리)와 백정의 다리, 용의 다리(용다리) 등을 지나서 류블랴나성에 올랐고 전망대에서 류블랴나 시의 전경을 내려다볼 수 있었다. 흡사 프라하성이나 페트리진언덕 전망대에서 프라하의 전경을 내려다봤을 때의 느낌이 들었다. 프라하의 인구가 130만 정도라고 하니 같은 수도라도 류블랴나는 그 1/4도 되지 않는 규모의 도시다.
류블랴나 구도심 안내는 프라하에서 온 체코 가이드가 해주셨는데 크로아티아, 마케도니아 등 발칸여행도 담당하시는 분이라(내년 1월 체코문학기행의 담당가이드이기도 하다) 류블랴나 가이드 경험이 있었다. 함정은 프라하에서 자차로 8시간 운전하여 류블랴나까지 왔다는 것. 마지막까지 류블랴나 가이드 투어가 미정이었던 이유다.
아무려나 가이드의 안내로 구도심 투어를 무탈하게 진행하고 일행은 레스토랑 율리아(페르셰렌의 ‘그녀‘일 것이다)에서 점심을 먹고 류블랴나대학 건물들을 둘러보았다. 대학도서관(국립도서관이었다) 내부 로비까지는 구경할 수 있었다. 도서관 건물 앞에서 내게 류블랴나가 가장 먼저 떠올리게 해주는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과 류블랴나학파에 대한 간략한 소개강의를 진행했다. 거기까지가 핵심일정.
블레드로 이동하기 전에 한시간반쯤 자유시간을 가졌는데 나는 류블랴니차 강변 블록을 거닐다가 꿈꾸는 책들의 집(House of Dreaming Books)이라는 영어간판 서점에 들렀다. 인연이다 싶어서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의 책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아쉽게도 없다고 했고 대신 믈라덴 돌라르의 책 한권(재작년에 나온 영어책이었다)을 꺼내주었다. 반갑게도 지젝에 대해선 자신도 안다면서 서점 앞길을 자주 걸어다닌다고까지 했다. 지젝의 책을 팔 만한 서점을 알려달라고 했더니 한 서점의 이름을 알려주었다. 길찾기로 검색해보니 바로 대학도서관 거리 쪽에 있었고 나는 그리로 걸음을 옮겼다. 10분 남짓 소요.
모양새는 대학구내서점 같은 모양새의 크지않은 서점에는 영어와 슬로베니아어 책들이 꽂혀있었는데 지젝의 책보다 먼저 한강 작가의 책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지적의 책은 신간 위주로서가의 한칸을 차지하고 있었고 나는 류블랴나 방문기념품으로 그의 책(에세이)과 돌라르의 책을 구입했다(돌이켜보니 서점 직원의 사인이라도 받을 걸 그랬다).
블레드로 이동하는 동안에는 페터 한트케와 슬로베니아란 주제를 염두에 두고 한트케 문학 전반에 대한 소개강의를 했다. 그 내용은 블레드호 얘기와 함께 따로 적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