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푸르트공항에 도착한 건 인친공항을 떠난 지 13시간 반이 지나서였다. 류블랴나행 비행기로 환승하는 것까지는 순조로웠지만, 출발이 늦어지고 있다. 기장의 안내로는 테크니컬한 문제라고 하는데(그 이상은 모르겠다) 최소 30분이상 지연될 모양이다. 한국과는 7시간 시차여서 현지시간으론 밤 10시가 지나고 있다(한국은 새벽 5식가 지났다). 아무래도 자정 안에 숙소에 들기는 어려울 모양이다.
여행에는 여러 가지 변수가 발생하는데 항공편도 예외는 아니다(언젠가 인천공항에서 출발 자체가 1시간여 지연됐던 일이 떠오른다). 장시간 비행에다가 시차까지 겹쳐서 다들 지친 상태인데 탈이 날까 염려된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선 환승대기 시간이 넉넉했지만 서점까지 둘러볼 여유는 없었다. 대신에 슬로베니아 모더니즘의 대표작가 이반 찬카르(1876-1918)의 이름을 익히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 슬로베니아 화폐에 들어간 시인/작가가 두 명인 듯한데 바로 오전에 적은 프란체 프레셰렌과 이반 찬카르다. 슬로베니아어가 소수민족어여서 문학적 성취만큼 널리 알려지진 않은 작가로 보인다(영어로는 몇작품 번역돼 있다).
한트케 연구서를 읽다가 알게 된 사실인데 독립국가의 역사가 짧은 슬로베니아에서는 역사적 시대구분을 왕의 치세나 몇째 공화국이 아닌 작가로 대신한다고 한다. 프레셰렌 시대, 찬카르 시대, 하는 식이다. 나라가 작으니 그만큼 독자가 적어서 작가로선 불리할 터인데 그런 예우를 받는다니 상쇄가 되겠다.
예정보다 한시간 넘겨서 이제 이륙할 준비를 하고 있다. 다음 기록은 류블랴나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