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초부터 12월말까지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전시실에서는 고 김윤식 교수의 학문세계를 되돌아보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혼신의 글쓰기-김윤식의 한국현대문학사‘. 오늘 회원들과 단체로 관람하며 잠시 시간여행을 다녀왔다.
학부 1학년 가을학기 때 강의실에서 선생을 처음 대면했으니(어느덧 나는 그때의 선생보다 나이가 많다) 벌써 37년의 시간이 흘렀다. 선생의 첫 저작이 나온 게 1973년의 일이니 87년에 저자는 아직 젊은 나이였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론 학부와 대학원에서 여러 학기 강의를 들었고 2001년 퇴임강연도 경청한 기억이 있다. 90년에 타계한 평론가 김현과 함께 내게는 문학공부의 기초를 만들어준 분이어서 전시회를 둘러보는 감회가 없지 않았다.
책으로는 <한국근대문학의 이해> 같은 책이 강의 교재여서 처음 구매한 것일 듯싶은데 80년대 중반부터 나온 책들은 대부분 손에 들어보았다. 그 느낌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책으로는 <이상 연구>(1987)와 <낯선 신을 찾아서>(1988)가 생각난다. <이상 연구>는 아마도 1학년 겨울방학 때, 그리고 <낯선 신을 찾아서>는 2학년 가을에, 단풍이 물든 풍경을 보며 교정(중앙도서관)에서 읽었다. 독자이자 학생으로서 충만한 느낌을 가졌었다.
오늘 전시회에서 두세 권의 책은 실물로 처음 보았는데, 그중 하나는 이번 전시기간중에 나온 <한국근대문예비평사연구>다(전시실에는 표지만 걸려 있었다). 1973년 한얼문고에서 초판이 나온 책으로 저자의 박사학위논문을 토대로 한 것이다. 지난달말에 문학과지성사에서 새로 나온 건 한글 교열판이다. 일지사에서 나온 판본을 소장용으로 갖고 있었는데 이번 한글판은 독서용으로 삼을 수 있겠다(귀가길에 동네서점에서 바로 구입했다). 책과 함께, 독자와 함께라면 저자는 결코 죽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