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한가운데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5
루이제 린저 지음, 전혜린 옮김 / 문예출판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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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대 때 읽고 같은 역자 책으로 재독. 인물에 대한 감성적인 표현을 통한 신비화가 요즘 독자에게는 열없게 느껴진다. 그러나 실체없는 감상만으로 점철된 소설은 아니다. 니나의 행동이 그녀를 증명한다. 지금도 한 시대의 작품으로 존중한다. 다만 슈타인 비롯 연애는 시간을 못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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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크맨 (리커버 특별판)
애나 번스 지음, 홍한별 옮김 / 창비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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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와 서술 방법이 완벽하게 조화되어 있는 작품이었다. 일상이 가능할 것 같지 않은 이중삼중의 억압, 그 압박감이 문장과 문장의 연결 방식으로 구현되어 있는데, 그런 이야기 방식이 독서 과정도 매우 힘들게 하였다. 꽤 긴 분량과 거미줄처럼 얽힌 반복이 진저리나는 상황을 체험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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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4
메리 셸리 지음, 김선형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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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습득한 언어로 사고를 발전시킨 괴물은 매우 달변이었다. 이야기 속에 이야기 속에 이야기가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불행해서 악해진 괴물의 입장을 들을 수 있어 대상화 되어 있던 이미지와 사뭇 다르다. 요즘 소설에 드문 미지의 세계에 대한 기대, 자연에 대한 경이감의 표현도 모처럼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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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26 00: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10-26 11: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 윌리엄! 루시 바턴 시리즈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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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는 현재 64세, 윌리엄은 71세이다. 제목이 주는 짐작과 달리 윌리엄에 대한 이야기라기 보다는 20여년 전에 이혼한 이후에 친구로 지내고 있는 루시와 윌리엄 두 사람의 긴 세월에 걸친 이야기이고, 다 읽고 돌아보면 주인공은 역시 화자인 루시였음을 깨닫는다.

이혼 후에 두 사람은 각각 재혼했으나 몇 달 전에 루시 남편은 병으로 죽고 윌리엄의 아내는 무례한 방식으로 결별을 고하고 떠나버렸다. 그래서 둘 다 정서적으로 힘든 상태이지만, 이 신변의 변화가 소설의 중요한 축인 두 사람의 여행을 가능하게 한다. 

윌리엄은 오래 전에 죽은 엄마 캐서린이 자신의 아버지와 결혼하기 전 초혼에서 낳은 자식이 있음을 최근에 알게 되었다. 엄마의 첫 결혼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으나 한 살 나이의 아이를 남겨두고 떠나왔다는 것과 평생 그 일을 함구했었다는 것은 이번에 알았고 충격을 받는다. 윌리엄의 아버지는 그가 십 대일 때 죽었고 모자 사이에는 한국식으로 표현하면 외동 아들과 홀어머니의 끈끈함이 있었던 것이다. 캐서린은 살아 있을 때 윌리엄과 루시의 결혼 생활에도 많이 개입했다. 루시 쪽 가족은 둘의 결혼에 냉담했고 아무도 결혼식에조차 참석하지 않아 스스로를 투명인간처럼 느끼던 루시에게 캐서린은 이런저런 영향을 준 인물이었다. 

그리하여 윌리엄은 루시에게 자신의 이부 누이가 사는 메인 주를 같이 다녀오자고 부탁한다. 그냥 '살펴 보고 싶다'는 것이다. 둘은 메인 주로 가서 윌리엄의 이부 누이를 찾아냈고, 루시 혼자 그 집에 들어가 대화를 하고(윌리엄은 차에서 기다린다), 이부 누이가 알려준, 캐서린이 첫 결혼 당시 잠깐 살았던 농장 집을 지나가며 보고, 캐서린이 어릴 때 살았던 숲 속 오두막을 찾아가 본다. 그러고 뉴욕으로 돌아온다.  


윌리엄의 엄마 캐서린은 루시와 같은 출신이었다. 벽지 깡촌의 빈곤 가정에서 자랐다. 부모와 오빠도 폭력적이고 거친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윌리엄이 당연히 더욱 그렇지만 두 사람은 각자의 이유로 충격을 받는다. 

캐서린은 골프 클럽 회원이었고, 책을 사랑하는 루시가 도서상품권을 원한다고 말했음에도 골프채를 선물한 사람이었다. 휴가 때면 카리브 지역 해변 리조트로 아들 부부 가족을 데려가곤 했다. 루시는 골프든 휴가 여행이든 한 번도 즐겁지 않았다고 회상하고 있다. 접해 본 적 없는 물건들과 시스템을 이용하고 익숙해지는 과정이 힘들었고, 휴가지에서는 애들 돌봄은 홀로 해야 했으며, 심지어 호텔에서는 방을 찾지 못한 불쾌한 기억도 있었단다. 캐서린은 항상 친절하고 다정하게 대해 주었지만, 난감해 하는 루시를 보면 '오, 너한테는 너무 버거운가보구나'라는 말을 이어서 하곤 했다고. 

루시가 가난하고 무심하고 때로 폭력적이었던 부모의 집을 벗어나서 들어가려 했던 다른 세계가 대학에 입학하는 것으로 문이 열렸다면, 그 문의 입구에 윌리엄이 서 있었고 안쪽으로 들어가는 것을 캐서린이 도왔음은 분명하다. 메인 주 방문은 이 두 사람과 긴 세월동안 이어졌던 그러한 관계의 성격이 새로워지는 계기가 된다.

 

루시는 뉴욕으로 돌아와 생각한다. '캐서린, 당신은 해냈군요, 용케 해냈어요. 우리 세상을 나누고 있는 그 경계를 넘어갔어요!'라고.

루시는 어릴 때 학교에서 자신의 형제들을 향해 냄새가 난다며 코를 쥐던 아이들을 기억하고 있고 이 냄새는 자신을 여전히 따라다니는 '자란 환경의 희미한 냄새'라고 생각한다. 윌리엄과 이동 중에 메인의 시골을 지나면서, 루시는 다시금 과거의 막막한 두려움을 느끼는 한편으로 익숙함과 편안함을 느낀다. 그리고 이것이 오랜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자신의 일부임을 생각한다. 

동시에 작가일로든 다른 볼 일이 있어서든 다른 도시에서 뉴욕으로 들어올 때마다 항상 자신을 받아들여 준 뉴욕이라는 도시에 고마움을 느꼈고 감사의 마음이 생겼었다고 밝힌다. 메인 주에서 돌아왔을 때 백화점에서 스치는 전형적인 부유층 사람들을 보는 것이 좋았고, 심지어 그들에게 사랑을 느꼈다고 한다. 

이런 문장들로 미루어 볼 때 루시는 자기 안의 두 세계를 인정하고 품는 것 같다. 캐서린처럼 이쪽에서 저쪽으로 경계를 넘어가고 싶거나, 저쪽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소설 속에 '두 우주'라는 표현이 나온다. 루시가 어떤 상황 속에서 완전히 이전에 경험한 일이라는 느낌을 갖는데 이 느낌이 데자뷰보다 오래 지속되어 '두 우주 사이로 미끄러져 들어간 것 같았'다 라고 윌리엄에게 말하고 있었다. 루시는 생전의 캐서린이 '루시는 출신이랄 게 없어'라고 지인에게 소개하던 것을 떠올린다. 이제 루시는 출신이 없는 사람은 없음과 자신의 출신을 부정하고 싶지 않음을 이 여행에서 받아들이는 것 같다. 뉴욕 사람이 된 것이 너무나 좋지만 동시에 일리노이 촌구석 사람이기도 함을. 

메인 주는 캐서린의 고향이고 루시의 고향은 일리노이 주이지만 메인 주 여행은 결과적으로 루시의 고향 방문이었다고 생각한다.

세련된 캐서린, 권위 있는 사람이라 여겼던 전 남편 윌리엄. 메인 주 여행 이후에 늘 갖고 있던 그들에 대한 이 인식 틀이 물렁물렁 유연해 진 것 같고, 그들이 가졌다고 생각했던 가치는 퇴색해 보인다. 그래도 루시는 그 가치를 지키겠다고 다짐한다.   

  

이 작품을 읽고 나서 갖게 된 전체적인 인상은 '자기 몰두적'이라는 것이다. 

'자기 몰두적'이라는 표현은 소설 속에 루시가 작은 사위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며 쓴 표현이기도 하고, 윌리엄이 루시의 태도를 공격하며 사용한 표현이다. 주변과 상대를 배려하기 보다 자기 중심적이라는 말인데 자기 중심적이라는 표현보다 덜 이기적이면서 자기도 모르게 자신에게 집중한다는 뉘앙스가 있다. 나는 이 소설 전체에서 '자기 몰두적'인 느낌을 가졌는데, 아울러 소설 속의 인물로 대표되는 소설의 정체성이 그 점을 모르지 않고 생각해 보려고 한다는 것을 느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거의 혈연 관계에 있는 백인 중산층이다. 그 바깥의 부수적 인물도 있으나 극히 비중은 작고, 그 중 인물이 접하는 종업원이나 호텔 직원 등은 대체로 불친절하다. 그리고 아무 접촉없이 보기만 했던 두 인물이 있는데, 공항에서 지나가며 눈길이 머문 노숙하는 사람과 캐서린 고향 오두막 근처 길에 서 있던 어떤 인물이 그 둘이다. 두 사람은 공항의 썰렁함과 캐서린 집이 있었던 주변 환경의 삭막함을 강조하는 역할을 하여 화자인 루시에게 불쾌감이나 공포감을 주는데, 표현 방식에서 세상에 대해 닫힌 태도가 느껴졌다. 너무 내부와 위협적인 외부로 나뉘어진 느낌이 있었다. 그런데 돌아오는 공항에서는 조금 달라진다. 루시는 심하게 과체중이라 문을 통과하기 어려워하는 남자를 위해 문을 잡아 준다. 그런 후에 자신이 이질적인 존재로 여겨지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를 아는 사람임을 생각한다.

'자기 몰두적'이라는 느낌을 갖는 데는 표현상의 특징도 한몫한다. 루시는 스스로도 인정하는데, 겁이 많다. 어린 시절 환경은 매우 나빴으나 대학 때 만난 윌리엄과 바로 결혼해서 본격적인 직장인 생활은 하지 않았고 작가가 된 후 크게 성공하여 경제적 여건도 어렵지 않았다. 루시는 가족 관계 이외에서 겪을 수 있는 고난에 내성이 부족한 것일까? '겁이 났다, 겁을 먹었다, 겁에 질려' 같은 표현이 자주 나온다. 공포에 대한 기준점이 너무 낮아 보인다. 또 '나는 그렇게 느꼈다, 거의 그렇게 느꼈다, 그게 내가 받은 느낌이었다' 같은 표현도 반복적으로 나온다. 이런 것은 서술에 리듬감을 주는 역할도 하겠지만 좀 거북했다. 아마도 화자가 스스로에게 느끼는 연민이 전면에 표현되어 있어서 독자인 나의 감정을 앞서고, 때로 과한 감정 표현으로 느껴지기 때문인 것 같다. 이런 것은 저자가 알면서 의도한 것이겠지. 루시의 한정된 시야를 보이기 위해서, 또는 아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을 구분하면서 인물의 솔직함과 생생함을 표현하기 위한 의도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은 한다. 그러나 인물들의 나이와 평생 종사한 직업을 생각할 때, 안전 지향으로 느껴지고 좀 더 파고들 여지가 있음을 생각하게 된다.


위에도 언급했지만, 소설의 거의 막바지에 루시가 백화점에서 스쳐 지나며 보게 되는 전형적인 부유층 사람들의 주름을 편 얼굴을 향해서 '그들을 보는 게 좋았다. 그들에게 사랑을 느꼈다, 이게 내가 하려는 말이다.'라고 쓴 것을 읽을 때 루시의 이야기는 과연 내가 계속 듣고 싶은 이야기인지를 생각하게 된다. 앞으로 전개될 루시의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로 연결될 지점이 있을 것인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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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 모틸론 풀리 워시드 - 200g, 홀빈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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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에서 커피에 이렇게 만족하리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제품 소개에 나오는 몇 가지 향이 과하지 않으면서 조화롭고 맛 있었다. 다른 종류도 계속 맛 볼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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