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이른 출발을 위해 버스에 탑승한 상태다. 취리히의 흐린 아침. 밝은 아침은 일주일 뒤로 주문해놓는다. 스위스를 떠나게 될 날의 아침이 취리히의 아침이다. 호텔 정면으로 철길이 있어서 간간이 기차가 지나가는 게 보인다. ‘간간이‘라고 적는 순간 또 지나가는 걸로 보아 ‘자주‘ 지나간다.

오늘의 일정은 토마스 만과 니체, 그리고 내일은 헤세다. 니체를 꼭지점으로 해서 모아도 되는 세 작가다. 만과 헤세는 각별한 교분을 나눈 것으로도 유명한데(실제로 1946년 헤세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결정적 기여를 한 인물이 1929년 수상자 만이다. 적어도 만에 따르면 그렇다), 둘의 서신교환선만 책한권이다(나는 영어판을 갖고 있다). 번역되면 좋겠다.

2018년 가을 독일문학기행 때 헤세의 고향 칼프와 만의 고향 뤼벡을 찾았었다. 6년만에 두 사람의 무덤을 찾게 되니 감회가 없지 않다. 두 작가의 장소들이 이들 도시에 한정되는 건 아니지만 최소한 생애의 ‘시작과 끝‘을 따라가본다는 의미가 있다.

취리히는 잔뜩 흐린 날씨다. 비가 한바탕 쏟아진 듯 아스팔트 바닥은 흥건히 젖어 있지만 지금은 오지 않는 상황. 토마스 만의 무덤을 먼저 찾은 뒤 우리는 생모리츠로 이동하게 된다. 렛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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