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등록 버튼을 누르는 순간 먹통이 되어 날아간 글을 다시 퍼온다(그나마 퍼온 글이어서 화를 참았다). 작가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곧 100만부를 돌파한다는 소식이다. 100만부 이상 팔려나간 문학작품이 없는 건 아니지만 '베스트셀러'로서는 이례적인 일이라고 한다. 사실 내가 기억하는 '베스트셀러'의 개념도 온전하게 <난쏘공>에 빚지고 있다. 초등학생시절과 중학생시절에 가끔씩 TV나 잡지에서 접한 베스트셀러 순위에 언제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수위로 올라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내게는 '동시대 현대문학'과 거의 동일시된 작품이 <난쏘공>이었다. 비록 대학 1학년에 들어와서야 나는 작품을 읽었지만. 아무려나 작가의 노고를 다시금 되새기게 되며 우리시대의 <난쏘공>에 값하는 작품은 무엇일지 생각해보게 된다. 관련기사를 스크랩해둔다.
한겨레(07. 09 03) '난장이가 쏘아올린 공’ 100만부 넘었다
‘난장이’가 마침내 100만번째 공을 쏘아올렸다. 조세희(67)씨의 연작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난쏘공’)이 100만부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1978년 6월5일 문학과지성사에서 초판이 출간된 뒤 29년여 만의 일이다.
문학과지성사에 이어 2000년 7월부터 <난쏘공>을 내고 있는 도서출판 ‘이성과 힘’의 조중협 대표는 2일 “8월15일 227쇄로 99만9800부까지를 찍었으며 다음주 중에 100만부 기념쇄로 228쇄를 찍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 대표는 “100만부 기념쇄에는 문학평론가 권성우 숙명여대 인문학부 교수의 표사 글을 새로 싣고 띠지를 씌워서 <난쏘공> 100만부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한다”고 말했다.
대중성에 초점을 맞춘 베스트셀러 소설들이 짧은 기간에 100만부를 넘겨 팔리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순문학 작품으로 30년에 걸쳐 100만부를 넘긴 것은 매우 드문 일. 문단에서는 한국 현대문학사에 한 획을 그은 사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난쏘공>은 산동네 철거민 출신으로 공장 노동자가 된 난쟁이 일가를 통해 도시빈민과 노동자 등 70년대 민중의 고통스러운 삶을 다룬 작품이다. 75년 말에 발표된 <칼날>에서부터 78년 여름에 발표된 <내 그물로 오는 가시고기>까지 단편 열두 편으로 이루어진 이 연작은 ‘서울특별시 낙원구 행복동’과 서해안 항구도시 ‘은강’을 한국 문학의 지도 속에 확고히 편입시켰다.
민중의 삶을 핍진하게 그리면서도 세련된 문체와 독특한 형식실험을 구사한 <난쏘공>은 사회성과 예술적 완성도를 아울러 성취한 드문 사례로서 한국 현대문학의 고전으로 우뚝 자리잡았다. 80년대 대학생들의 필독서였으며, 그 뒤로도 중·고등학생들을 위한 추천도서로 자주 선정되고 있다. 96년 초에 최인훈씨의 소설 <광장>과 함께 100쇄 기념잔치의 주인공이 된 데 이어 2005년 말에는 200쇄를 넘어섰다.
<난쏘공> 초판 발간 30돌이 되는 내년 6월에 맞추어서는 <난쏘공>과 조세희씨의 문학세계를 집중 점검하는 기획 단행본 <조세희 깊이 읽기>(가제)도 나올 참이다. 권성우 교수가 편집을 맡은 이 책은 작가와의 집중대담, 작가론 및 작품론, 작가에 관한 인물 에세이 등이 실릴 예정이다.(최재봉 문학전문기자)
한겨레(07. 09. 03) "난쟁이 가족 불행, 아직 끝나지 않았다”
조세희씨의 연작소설집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난쏘공’)이 세상에 첫선을 보인 것은 1978년 6월 5일이었다. 그러나 책에 수록된 연작 열두 편의 무녀리 격인 단편 〈칼날〉이 처음 발표된 것은 75년 12월호 〈문학사상〉에서였다. 78년 여름호 〈창작과 비평〉에 연작의 마지막 편인 〈내 그물로 오는 가시고기〉가 발표됨으로써 이 책-폭탄은 세상을 향해 발사될 준비를 마쳤다.
“책을 내고서 작고한 평론가 김현을 출판사 근처 다방에서 만났어요. 김현은 ‘밤새워 읽었다. 좋다. 8천부는 나갈 거다’라며 흥분하더군요.(웃음) 그게 벌써 30년 전입니다. 그랬던 김현은 일찍 죽고, 저도 여기저기 몸이 아프고…. 무언가 마무리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참인데, 100만부가 되었다네요.”
명민한 평론가 김현이 ‘8천부’를 장담했던 〈난쏘공〉은 그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선전에 선전을 거듭했다. 90년대 초의 어느 무렵에는 순문학으로서는 드물게 100쇄를 넘어서서, 60년에 초판이 나온 최인훈씨의 소설 〈광장〉과 함께 뒤늦은 100쇄 기념행사도 열었다(1996년). 초판 출간 30년을 앞두고 100만부를 넘어섰으니 평균으로 치자면 매년 3만부 남짓이 팔렸다는 얘기다. 신작들도 1만부를 넘기기 힘든 상황을 고려하면 놀라운 기록이다.
“새 학년 새 학기가 시작되는 봄에, 그리고 여름방학에 특히 많이 나가더군요. 올여름에도 제법 나간 것 같아요. 초판이 나왔을 때 5단 5센티미터짜리 광고 한번 한 게 다였고 지금도 광고는 전혀 안 하고 있는데 신통한 일입니다.”
〈난쏘공〉은 광고의 도움 없이 알려지고 팔려나가는 책이다. 지난 80년대에는 대학가의 필독서로 읽혔고 지금은 중고등학교의 추천도서로 사랑받고 있다. 2002년에는 어느 문학잡지가 문학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20세기 최고의 한국 소설’로 뽑히기도 했다.
“처음 책을 낼 때는 몇 부가 팔릴 거라는 식의 예상보다는, 검열에 걸리지 않고 세상에 나가 제 몫을 다할 수 있기만을 바랐어요. 이제 30년이 지나 쑥스러움을 무릅쓰고 (‘100쇄 기념판’ 출간 같은) 흉한 짓을 하는 이유도 지금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기 때문입니다. 겉으로는 사회가 풍요롭고 자유로워진 것 같지만, 〈난쏘공〉을 처음 내던 때와 근본적으로 달라진 것은 없다고 봅니다. 난장이 가족의 불행은 아직 끝나지 않은 거죠.”
〈난쏘공〉 출간 30주년이 되는 내년 6월에 맞추어 〈난쏘공〉과 조세희씨의 문학세계를 전반적으로 되짚어보는 기념 도서도 준비되고 있다. 문학평론가 권성우(숙명여대 인문학부 교수)씨가 편집을 맡은 이 책에는 시대와 문학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들어보는 집중대담, 작가론과 작품론, 그리고 작가와 가까운 이들이 쓴 인물 에세이 등이 실릴 예정이다. 권성우씨는 “조세희 선생님처럼 한 작품에 문학적 염결성과 진정성을 몽땅 쏟아 부은 작가도 흔치 않다”며 “〈난쏘공〉 30년의 발자취는 한 시대의 정치·사회적 핵심과 대결한 작가 정신의 산 증거”라고 말했다.
〈난쏘공〉과 소설집 〈시간 여행〉(1983년), 사진산문집 〈침묵의 뿌리〉(1985년) 이후 작가는 신작을 쓰는 대신 카메라를 들고 노동자와 농민 등의 집회장을 찾아다녔다. 피 흘리는 노동자·농민의 사진 등 한 시대를 증거할 그의 사진들은 정리를 기다리고 있다. 90년대 초 이후 퇴고에 퇴고를 거듭하며 붙들고 있는 장편 ‘하얀 저고리’도 마무리는 하고 싶은데 몸이 따라 주지를 않는다.
“첫머리와 결론 부분을 싹 바꾸고 싶은데, 글을 보고 있으면 어지럽고 정신이 없어서 엄두를 못 내고 있어요. 내년의 〈난쏘공〉 30주년 기념 도서에 맞추어 책으로 내고 싶은데, 그럴 수 있을지….”(글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07. 09. 03.
P.S. 생각난 김에 <난쏘공>의 시나리오와 사진집 <침묵의 뿌리>를 주문했다. 최불암, 안성기, 전영선, 금보라 등이 출연했던 영화는 언젠가 TV에서 본 적이 있다(관련 DB는 http://www.kmdb.or.kr/movie/md_basic.asp?nation=K&p_dataid=03547). <침묵의 뿌리>는 당연히 절판된 줄 알았는데, 아직 남아 있다.
영화 포스터는 상당히 후지군(전형적인 80년대 스탈). 이원세 감독의 1981년작이다. 아래는 몇 개의 스틸사진이다. 덧붙여 새로 제작된다는 영화 관련기사도 옮겨놓는다.
씨네21(06. 01. 17) '난쏘공’ 스크린서 ‘거인’ 된다
조세희 작가의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하 난쏘공)을 원작으로 한 영화 <거인>이 제작된다. <웰컴 투 동막골> <박수칠 때 떠나라> 등을 제작했던 영화사 ‘필름있수다’(대표 장진)는 “지난 6일 조세희 작가와 원작 사용에 관한 계약을 체결했으며, 신인 김중 감독이 시나리오와 연출을 맡는다”고 16일 밝혔다.
<난쏘공>은 지난 1981년에도 <전우가 남긴 한마디>를 연출했던 이원세 감독에 의해 영화화된 적이 있다. 하지만 <거인>은 <난쏘공>의 12작품 가운데 하나인 ‘칼날’과 신애네 등 <난쏘공>의 등장인물에서 모티프를 가져와 김중 감독이 현대적으로 새롭게 쓴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영화화될 예정이어서, 원작이나 1981년작과는 크게 달라진 내용을 담게 될 예정이다.
<거인>의 이은하 프로듀서는 “원작을 그대로 영화화 하거나 원작의 시대적 배경인 1970년대를 그대로 반추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난쏘공>이라는 뛰어난 작품의 환경과 인물을 빌려 이 시대 가장 낮은 곳에 살고 있는 소시민 가족들의 정신적인 소통과 애정, 사랑을 다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작자인 장진 대표는 “가능성 있는 감독이 진정성 있는 작품을 영화화 한다는 점에 매력을 느껴 제작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필름있수다 쪽은 원작의 작품성과 완성도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 계약 체결 전 조세희 작가에게 시나리오 초고를 보여줬으며, 조 작가도 직접적으로 시나리오 수정 과정에 관여하지는 않지만 <난쏘공> 집필의 이유와 배경 등에 대해 제작진에게 도움을 줄 예정이다.
<거인>은 드라마와 멜로와 판타지적인 요소가 두루가미된 독특한 작품으로, 비주얼 등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순제작비만 최소 20~25억이 투입된다. 연출을 맡은 김중 감독은 서던캘리포니아대학(USC) 영화학과를 졸업하고 아메리칸영화연구소(AFI)에서 프로덕션 디자인을 공부했으며, <웰컴 투 동막골>의 비주얼 수퍼바이저를 담당하기도 했다. <거인>에는 김중 감독 외에도 <복수는 나의 것>과 <말아톤>, <웰컴 투 동막골> 등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품에 참여했던 스테프들이 대거 참여한다. 필름있수다 쪽은 클랭크 인 시기를 7~8월께로 잡고 있으며, 이르면 내년 봄께 개봉할 예정이다.
한편, 조세희 작가의 원작 소설 <난쏘공>은 1975년 <문학사상> 12월호에 실린 <칼날>을 비롯해 여러 잡지에 발표된 중·단편 소설 12편을 묶어 1978년 문학과지성사에서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도시화의 광풍 속에서 벼랑 끝에 몰린 하층민들의 삶을 자유로운 형식에 담아 3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지난해 연말에는 200쇄를 돌파해 한국 문학계에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전정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