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에 눈에 띄는 신간은 특이하게도 모두 경제학책들이다. <부의 기원>에 이어서 리처드 세일러의 <승자의 저주>(이음, 2007)가 많은 신간들 가운데 유독 눈길을 끌었으니 말이다. 당연 관련기사들을 스크랩해놓는다.  

문화일보(07. 08. 31) 경제학으로도 못푸는 ‘이상한 경제’

<문제1> 석유가 매장돼있을지도 모르는 좋은 땅이 나왔다. 처음에는 3개 회사가 입찰을 했다. 100억원 정도에 입찰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7개 회사가 더 참여해 모두 10개 업체가 경매에 참여할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했다. 애초에 생각했던 금액보다 입찰가를 올려야 할까, 내려야 할까.

<문제2> A에게 1만원을 준 뒤 B와 나눠 갖도록 배분 몫을 정하게 한다. 일단 A가 배분몫, 즉 B에게 나눠줄 금액을 제시하면 B는 제안금액을 받아들이거나 거절할 수 있다. 그런데 B가 거절하면 둘 다 한푼도 갖지 못한다. 이때 A는 얼마를 제시해야 하는가.

<문제3> 주식시장에서 매년 초, 매달 초, 공휴일 직전에는 수익률이 높게, 매주 월요일에는 수익률이 낮게 나타난다. 그렇다면 모두가 1월에 주식을 팔고, 월요일에 주식을 산다면 1월의 수익률은 점점 떨어지고 월요일 수익률은 높아져야 하지만 1월의 수익률이 높고 월요일 수익률이 낮은 현상은 계속되고 있다. 왜 그럴까?


먼저 문제1의 답. 더 낮게 적는다. ‘승자의 저주’를 피하기 위해서다. 만일 있을지도 모르는 석유 매장량 예상치는 입찰자들의 예상치 평균과 일치한다고 가정했을 때 이 경매의 승자는 매장량을 가장 낙관적으로 예측한 사람이다. 그는 매장량을 과대평가했기 때문에 실제가치보다 더 높은 가격을 적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그는 경매에서 이기고도 적자를 보게 된다. 이것이 그 무섭다는 ‘승자의 저주(The winner’s curse)’다. 여기서 ‘승자의 저주’는 ‘승자가 내리는 저주’가 아니라 ‘승자에게 내려지는 저주’다. 오해의 여지가 있지만 이 용어는 이미 국내 학계에서 ‘승자의 저주’로 굳어져 버렸다. 비슷한 말로 ‘피로스의 승리’라는 말이 있다. 고대 그리스의 명장 피로스는 로마와 싸워 승리를 거뒀지만 자신도 적지 않은 손해를 봤다. 작은 ‘전투’에서는 이겼지만, 종합적인 ‘전쟁’에서는 진 것이다. 지느니만 못한 승리를 ‘피로스의 승리’라고 부른다.

문제2는 최후통첩게임이다. 이론대로라면 배분자는 0에 가까운 금액을 제안해야 하고, 수령자는 조금이라도 +의 값을 갖는 금액이 제안된다면 무조건 받아야 한다. 그러나 실험결과 보통 가장 많은 배분몫은 50%였다. 배분자들은 제안을 거부할 위험이 없는 때 조차도 50대50을 선택하는 ‘무른’경향을 보인 반면, 수령자들은 “고작 그것만 줄 바에는, 그냥 그것 갖고 뒈져버려라(Take your offer of epsilon and shot it!)”고 외치는 ‘단호’한 경향을 보인다.

문제3은 주식시장에서 유명한 캘린더 효과다. 효율적 시장가설에 따르면 주식가격은 랜덤워크(random walk·불규칙보행)를 따라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캘린더 효과는 최소 90년 넘게 계속되고 있으며 또 그 사실이 최소한 50년 넘게 잊어져 왔다. 이와 관련, 시장으로의 자금 유입과 유출에 영향을 주는 관습적 요인, 펀드매니저들이 계절에 맞춰 남들이 보기 민망한 보유분을 제거하는 분식회계, 나쁜 뉴스를 금요일 장이 마감될 때 기다려 발표하는 타이밍 등의 설명이 제기되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없다. 실증이 이론을 앞서고 있다는 학설이 있지만 저자는 아직 이론으로 넘어오지 않았다며 경제학자들이 풀어야 할 숙제라고 설명했다.

이 책은 이밖에 ▲무임승차가 가능한 상황에서의 협조적 현상 ▲똑같은 일을 하면서 어느 산업에 종사하느냐에 따라 임금수준이 달라지는 현상 ▲선호역전 ▲시점간 선택 ▲소득과 소비의 상관관계 ▲폐쇄형 뮤추얼펀드의 할인 거래 등 합리성과 이기성의 가정으로 구축된 경제학으로서는 잘 이해되지 않는 13개의 경제학 역설과 이상현상들을 다양한 실험과 분석을 통해 재미있게 설명한다. 시장은 효율성의 굴레에만 갇혀 있지 않으며, 인간은 언제나 합리적이고 이기적으로만 행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통쾌하게 증명한다.(김승현기자)

매일경제(07. 09. 01) 승자가 스스로 재앙을 부르다니 경제는 정말 이론대로 안되는군

복잡하기 그지없어 보이는 경제학의 기초는 의외로 간단하다. 사람들은 자신을 위해 가능한 많은 것을 얻고자 하며, 아주 영리해서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는 방법을 알고 실제로 그렇게 행동한다는 가정, 즉 `이기성`과 `합리성`이라는 두 가지 가정만으로 모든 경제 현상을 분석하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 영역에서는 경제학의 이론적 틀로는 해명되지 않는 역설과 이상현상이 비일비재하다. 이 책은 이러한 경제의 이상현상 13가지를 다루고 있다. 이상현상 중 대표적인 것은 책 제목이기도 한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다. `승자의 저주`는 경매시장에서 사람들이 승자가 되기 위해 너무 높은 가격을 부른 나머지 실제로는 손해를 본다는 말.

다음과 같은 경우를 생각해 보자. 많은 석유회사가 어떤 지역에서 원유 시추권을 획득하려 경쟁하고 있다. 이 시추권의 실제 가치(원유 매장량)는 경매에 참여한 모든 기업에 동일하다. 하지만 각 기업이 예상하는 가치는 서로 다르다. 어떤 기업은 원유 매장량을 실제 매장량보다 적게 평가할 것이고, 어떤 기업은 그 반대일 것이다. 경매에 참가하는 석유회사들은 각기 전문가를 고용해 매장량을 예측하는 만큼 이들이 제시하는 추정치의 평균은 실제 매장량과 일치한다고 하자.

경매에서 어떤 기업이 승리하게 될까. 당연히 가장 높은 가격을 적어 낸 기업이다. 가장 높은 가격을 적어 냈다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 원유 매장량을 과대평가했다는 말이다. 이 경우 경매에서는 이기지만 금전적으로는 손해를 보게 된다.

현실에서 `승자의 저주`는 매우 자주 발생한다. 프로야구 FA(free agentㆍ자유계약선수) 계약에서부터 출판권 경매, 기업 인수ㆍ합병(M&A), 주파수 경매 등 사례가 무궁무진하다. 실험에서도 마찬가지다. 미국 보스턴대학에서 MBA 학생들을 대상으로 8달러어치의 동전이 담긴 동전 단지를 경매에 붙였는데 총 48번의 실험에서 승자들은 평균 10.01달러를 적어 냈다. 2.01달러만큼을 손해 본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합리성의 가정에 위배된다. 경매 참가자들이 계속 체계적인 실수를 한다는 것인데, 합리성의 가정은 사람들이 동일한 실수를 반복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일부가 비합리적인 행동을 할 수도 있지만, 다른 편의 비합리적인 행동 때문에 효과가 상쇄돼 전체적으로는 합리성이 유지된다는 게 경제학자들의 논리다.

이상현상의 사례는 `승자의 저주` 외에도 많다. 경마장을 떠올려 보자. 경마시장이 효율적이라면 어떤 말에 돈을 걸더라도 건 돈에 대한 기대수익의 크기는 같아야 한다. 합리적인 경제 주체는 기대수익이 큰 쪽을 선택하게 마련인데, 어느 한쪽이 높다면 사람이 몰려 기대수익이 낮아지고 종국에는 다른 나머지와 같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실증분석에 의하면 우승확률이 높은 말에 돈을 걸면 다른 말에 비해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들이 승률은 낮지만 일단 우승하면 대박을 터뜨리는 말에 몰리기 때문이다. 이른바 `한탕주의`인데, 이는 경제이론과는 배치되는 행동이다. 또 사람들은 이길 확률이 높은 대신 상금이 낮은 도박과 이길 확률은 낮지만 상금이 큰 도박 중에서 선택을 하라고 하면 대부분 전자를 택한다. 하지만 두 권리에 대해 가격을 책정하라고 하면 대부분 후자에 더 높은 가격을 매긴다. 명백한 선호체계의 모순이다.

주식시장은 어떤가. 주식시장에는 `캘린더 효과`라고 불리는 현상이 있다. 매년 초, 매월 초, 공휴일 직전에는 수익률이 높고 매주 월요일에는 수익률이 낮은 것을 일컫는 말이다. 이러한 현상 역시 경제이론과는 어긋난다. 1월의 수익률이 높다면 12월에 주식을 사 1월에 팔면서 이득을 올릴 수 있을 테고, 이렇게 행동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1월의 수익률은 점점 떨어져야 정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책은 이처럼 경제적인 관점에서 볼 때 사람들이 비합리적으로 행동하고 자신들의 이익을 최대화하는 방식으로 행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여러 사례와 실험연구를 통해 보여준다.(노현 기자)

07. 09. 02.

P.S. <승자의 저주>는 '경제현상의 패러독스와 행동경제학'이란 부제가 붙어 있다. 덕분에 떠올린 책이 도모노 노리오의 <행동경제학>(지형, 2007)이다. 이건 구입해놓은 책이기도 한데, 그러고 보면 경제학에 대한 나의 관심은 '복잡계 경제학'과 '행동경제학' 쪽으로 정향돼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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瑚璉 2007-09-02 16:14   좋아요 0 | URL
참고로 말씀드리면 승자의 저주는 게임이론에서도 나오더군요.

로쟈 2007-09-02 21:14   좋아요 0 | URL
그렇더군요. 저도 검색하다가 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