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슐라르의 <불의 정신분석>(이학사, 2007)을 영역본과 함께 읽다가 문득 모스크바통신에서 바슐라르에 대해 간단히 적어놓았던 게 생각났다. 찾아보니 '<텍스트>-바슐라르-로트만'이라고 타이틀을 달았던 꼭지이다. 모스크바통신의 내용은 비공개로 돌리기 전에 대부분 새로 정리해서 옮겨놓았었는데, 간혹 빠진 글들이 있다. 이 꼭지도 그런 경우인 듯하다. 간혹 사실에 맞지 않거나 불필요한 일부 내용은 교정을 보면서 옮겨놓도록 한다. 한 줄기 추억담으로. 때는 2004년 5월이었다.

지난주초에 서울에서 온 우편물을 받았다(여기 와서 통틀어 두번째로 받은 우편물이었다). 월간 북매거진 <텍스트>의 3월호와 4월호 두 권이 들어 있었다(우라!) 우연한 계기로 그 잡지에 ‘로쟈의 노트’라는 걸 연재했었는데, 담당기자는 내가 모스크바에 온 이후에도 책을 보내주겠다고 했고, 약속을 지킨 것이었다. 메일로 이 곳 주소를 알려주긴 했지만, 책을 직접 보내겠다는 약속은 ‘덕담’으로 흘려도 좋은 것이었는데(비용도 만만찮고), 세상엔 아직 고지식한 사람들이 더러 있는 모양이다. 그래서 내가 이곳에 와서 제일 처음 읽는 한글 책이 지난번에 언급한 <항상 라캉에 대해…>와 함께 이 <텍스트>가 되었다. 

나는 이곳에서의 ‘과제’와 관련된 책 두어 권을 제외하곤 한글책은 한권도 들고 오지 않았고, 영어책도 전공서 몇 권을 빼면, 얇은 데리다 책 세 권(<죽음이라는 선물> 등)과 브루스 핑크의 책 한 권(<라캉적 주체>)이 전부이다. 그런데, 아직 이 책들을 책꽂이에서 한번도 꺼내보지 않았다. 읽어야 할 러시아어 책들이 책장을 다 채우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지만(그보다 더 원론적으로 책 읽을 시간도 많지 않았다, 책을 ‘보러’ 다니느라고), 굳이 한글이나 영어에 대한 ‘욕구’가 생기지 않았던 것. 이것의 주된 원인은 길게 건 짧게 건 한글이나 영어로 메일을 자주 보내기 때문인 것 같다(이걸 자제하면 책을 읽게 될까?).

내가 집어든 <텍스트>의 3월호엔 이곳에 오기 전에 사두었던 이지훈의 바슐라르 연구서 <예술과 연금술>(창비)에 대한 서평도 실려 있었는데, <텍스트>를 나에게 배달해준 할아버지가 딱 이 바슐라르를 닮았다. 월요일인가, 화요일 아침부터 문을 여러 차례 두드리길래, 누군가 싶었더니 언젠가 한번 엘리베이터에서 만나서 편지 몇 통을 내가 사는 7층 수위 아저씨(라기보다는 할아버지) 책상에 갖다 놓아달라고 부탁받았던 배달부 할아버지였다(나에게 우편물에 적힌 주소를 확인시키더니, 장부에 사인을 하도록 했다). ‘스빠씨바!’ 나는 감사의 말을 잊지 않았다.

이 할아버지의 별명이 ‘바슐라르’이다(내가 붙인 거지만). 약간 ‘고생한 바슐라르’. 수염은 비슷하게 났지만 약간 검은 얼굴에 좀 말랐다(말도 약간 더듬는다). 그래도, 배달부답게 모자와 배낭을 다 챙겨서 다니신다(영화 <일 포스티노>의 배달부 아저씨가 갑자기 생각난다). 사실, 젊은 바슐라르도 우체국에서 일하지 않았던가! 이 러시아의 바슐라르 할아버지가 밤에는 촛불 밑에서 몽상도 하고, 남몰래 연금술도 꿈꾸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나는 이 할아버지를 자주 만났으면 싶다!

참고로, 러시아에서는 시학자로서보다는 과학철학자로서의 바슐라르를 더 자주 만나게 된다. 그의 <공간의 시학>이 근년에 번역/소개되었고(로스펜출판사), <새로운 과학철학>과 <부정의 정신>이 함께 묶인 책은 헌책방에서 볼 수 있었다(그리고 <새로운 합리주의>인가 하는 책도). 사실, 이 두 권의 책은 오래전 국내에도 번역/소개됐었다. 물론 (역자의 자부심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번역이 아니었다. 국내에서 과학철학자 바슐라르의 자취를 좀처럼 찾을 수 없는 건 그간에 제대로 된 번역/소개가 드물었기 때문이다. 물론 시학서 번역을 두고서도 논란들이 있었지만. 그 두 권의 책을 낸 곳은 출판사 ‘인간사랑’이다. 하지만 정작, 그 출판사에 부족한 건 ‘책사랑’인데, 이런 날림 번역서를 이미 오래 전부터 서슴없이 출간해 온 것. 그런 틈바구니 속에서 그나마 <예술과 연금술> 같은 책으로 바슐라르를 다시 읽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 건 다행스런 일이다(*러시아어로 번역돼 나온 바슐라르를 나는 이후에 모두 구했다).



하여간에 이 <텍스트>(3월호)를 가방에 넣고 나는 지난 화요일과 목요일에 시내에 있는 <비블리오-글로부스>란 서점을 찾았다. <돔 끄니기>와 함께 모스크바에서 그래도 손꼽히는 대형서점이라고 해서 한번 찾았고, 보아둔 책을 사기 위해서 한번 더 찾은 것. 그리고 그때마다 볼일을 본 이후에는 정처 없이 시내를 30-40분간씩 산책했다. 아무 전철역이나 다시 나타날 때까지. 나중에 지도를 보니까 돌아다닌 곳이 거기서 거기였지만.

모스크바의 지리를 알거나, 나중에 혹 찾게 될 사람을 위해서 밝혀두면, <비블리오-글로부스>는 빨간색 라인(1호선)의 '루뱐까'역에 있다. 출구쪽으로 나오다 보면 <비블리오-글로부스>로 나가는 쪽 출구를 확인할 수 있고(모스크바 지하철은 입구와 출구가 일방통행이다), 출구로 나와서는 곧장 1분 정도를 걸어가면 된다. 가는 길 오른편에는 들어가 보지 않았지만, 20세기 초의 걸출한 시인(혁명의 목청!) 마야코프스키의 박물관이 있다. 참고로, 내가 한참을 ‘산책’하다가 도착한 역은 각각 '취스뜨이 쁘루드이'와 '수하렙스까야'이다.

<비블리오 글로부스>는 지하 1층과 지상 2층으로 구성된 매장인데, 전체적인 면적은 <돔 끄니기>보다 좀 작아보였지만, 분야별로 ‘방’이 나뉘어져 있어서 둘러보기에는 더 편했다. 물론 <돔 끄니기>의 1층을 내가 자세히 돌아보진 않았지만, <비블리오 글로부스>의 지하 1층에는 오디오, 비디오와 화집 코너가 따로 있어서 ‘구경’은 잘 할 수 있었다. 비디오는 DVD와 비디오CD까지 다 망라돼 있었는데, 비디오CD는 역시 종류와 양이 많지 않아서 내가 새로 살 만한 것이 없었다. 비디오로는 러시아 영화들 외에 명작(클래식) 시리즈로 펠리니, 부뉘엘, 르누아르, 구로자와의 영화들이 여러 편씩 눈에 띄었고(특이하게도 히치콕과 오즈는 안 보였다),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도 한 켠에 있어서 나를 잠시 즐겁게 했다. 오시마 나기사의 <감각의 제국>(카바를 보니 무삭제판이다) 옆에.

Империя чувств

대형서점들을 몇 번 찾으면서 받는 인상이지만, 엄청나게 많은 책에도 불구하고 정작 내가 꼭 사야 할 책, 혹은 살 수 있는 책은 별로 많지 않다. <비블리오-글로부스>만 해도, 말로만 듣던 <톨스토이 전집>을 구경할 수는 있었지만, 이 91권(이게 끝인지는 모르겠다. 너무 높이 꽂혀 있어서 확인해보지 못했다)짜리는 보기만 해도 경탄/경악스럽다. 내가 톨스토이 전공자가 아니란 사실에 안도할 따름. 막심네 가게에서 산 <고골 전집>의 1권(<지칸카 근촌 야화>, 국내에는 8편 중 6편이 번역된 게 있다)도 있었지만, 막심네보다 200루블(8,000원) 이상이 더 비쌌다.

Агата Кристи. Собрание сочинений. Том 48. Книга 1. Мертвецы не катаются на лыжах. Под парусом среди мертвецов. Фантастическое убийство

포크너 전집(9권), 드라이저 전집(8권) 등 미국 현대작가들의 신간 전집도 심심찮게 눈에 띄었지만, 나를 또 가장 경탄/경악케 한 것은 아가사 크리스티 전집이었다. 42권까지 나와 있었는데, 한 권당 보통 700쪽 이상이었고, 어떤 권들은 분권이 3-4권씩 됐다(*전체 48권짜리이다).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 하랴? 하지만, 아가사 크리스티는 두려워 할 만했다! 그밖에 20세기 러시아 작가들의 전집들도 많이 나와 있었지만, 나는 눈요기를 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값도 값이고, 부피도 부피였기 때문에. 19세기만 해도 확실한 거장들의 리스트가 있지만, 20세기는(특히 후반) 거의 (올망졸망한) 백가쟁명의 시대여서 불가코프나 파스테르나크, 플라토노프, 나보코프 등 손가락에 꼽는 작가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안 사기에는/안 읽기에는 찜찜하고, 사기에는/읽기에는 부담스러운 작가들이다(이들이 한 권씩만 썼으면 그래도 다행이련만!).

나에게 이 서점을 소개해 준 후배의 메일에는 그런 내용이 없었는데, 이 <비블리오-글로부스>에도 <북끼니스트>라고 헌책방이 따로 있었다(새로 생긴 것인가?). 하지만, 여기도 한 방 가득 채우고 있는 책들 가운데, 나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책은 몇 권 없었다. 그 중 한 권은 1979년에 나온 <레르몬토프: 연구와 자료>인데, M. 알렉세예프, V. 바쭈로 등이 편집을 맡은 책으로, 러시아와 미국 학자들의 논문과 연구자료 25편 정도가 실려 있다(미국과 러시아의 레르몬토프 학자들이 함께 책을 낸 건 최초라고 서문에 밝혀져 있다). 430쪽 분량이고, 16,300부를 찍을 걸로 돼 있다. 무슨 연구서를 소설보다도 많이 찍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이유 때문인지 책값은 80루블로 생각밖에 저렴했다. 화요일에는 이 책과 유리 로트만의 동료였던 B. 예고로프의 <로트만의 삶과 창작>(1999)을 73루블에 사는 것에 만족했다.

Физиология символического. Книга 1. Возвращение Левиафана

예고로프의 책은 <신문학평론>(영어로는 ‘New Literary Observer’이다. NLO로 약칭)이란 출판사에서 나온 것인데, 이 NLO는 수년 전부터 러시아 문학연구계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는 출판사이다. 특히 맘에 드는 건 책이 모양새 있게 나옴에도 불구하고 책값이 저렴하다는 것. 아무리 두꺼워도 150루블을 잘 넘지 않고(가장 최근에 나온 건 유럽의 18세기 문학/문화에 대한 얌폴스키(Jampolsky)의 아주 두툼한 연구서이다. 얌폴스키는 앞으로 이름을 기억해 둘 만한 중요한 러시아 연구자 가운데 한 명이다), 웬만하면 80루블 이하이다(*물론 지금은 가격이 2-3배 이상 뛰었다).

이 노보예출판사는 같은 이름의 격월간 문학잡지도 내고 있는데, 2004년호로는 지난달 중순쯤에 첫호(No. 64-1)가 나왔다(여섯 번이 다 언제 나올 건지?). 가장 유명한 문학잡지의 하나이고, 가장 품위있게 나오는 잡지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놀란 건 고작 2,000부를 찍는다는 것. 480쪽에 5천원도 채 안되는 책값이지만, 독자가 그만큼 없는 것인지?(인터넷으로 원문이 다 서비스되기도 하지만.) 이 잡지는 대개 내용도 새로운 경향인데다가 알차지만(적어도 목차상으론), 특별히 고마운 건 권말에 영어로 써머리가 다 돼 있다는 것(그리고 다양한 서평이 풍부하다는 것).

Мифы - эмблемы - приметы. Морфология и история

이번호 <사건으로서의 책>란에서 특집으로 다루고 있는 저자는 <치즈와 구더기>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이탈리아 출신의 역사학자 ‘카를로 긴즈부르그’이다(현재는 UCLA에 재직중. http://blog.aladin.co.kr/mramor/1112172 참조). 그의 선집 <신화-상징-징후>가 작년말쯤에 이 노보예출판사에서 나온 걸 계기로 하여 마련된 특집인데, 긴즈부르그식의 미시사 연구의 특장과 한계를 짚는 글들과 긴즈부르그 자신의 강연원고 한편, 그리고 그가 이탈리아의 문헌학자이자 맑시스트 팀파나로(S. Timpanaro)와 1970년대에 교환한 서신들을 싣고 있다.

다시 예고로프. 그의 책도 러시아에서 공부한 전공자라면 대개 갖고 있는 책인데, 385쪽 분량의 하드카바 책이 우리 돈 3,000원도 안된다. 어쨌거나 반세기에 걸친 로트만과의 오랜 교우를 바탕으로 하여 씌어진 이 책은 저자의 자부심대로 그만이 쓸 수 있는 책이며, 로트만 연구에 있어서 1차 자료적인 성격을 갖는다. 에스토니아 출신으로(때문에 러시아학계에서 로트만은 오랫동안 비주류였다) 그곳 타르투대학에 오래 몸담으면서(아예 그곳 러시아문학부를 창설했다!) 유리 로트만(1922-1993)은 타르투대학을 러시아 문화기호학의 메카로뿐만 아니라 세계기호학계의 성지로 만들었다(*로트만 기호학에 대해서는 http://blog.aladin.co.kr/mramor/802010 참조).

기호학의 다른 성지들은 그레마스의 파리학파(몇 대학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이 ‘파리학파’의 선집들도 출간된 바 있다)와 함께, 토마스 세벅의 인디애나대학 기호학연구소, 그리고 비언어기호학을 주로 하는 베를린 공대 기호학연구소(세계기호학회 회장까지 역임한 독일학자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 등이다. 물론 그 지명도나 기여도에 있어서 모스크바-타르투 학파는 단연 독보적이지만(물론 로트만 사후에 그 이론적 업적이 발전적으로 계승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그레마스 사후의 파리학파가 그렇듯이).

Пушкин. Биография писателя. Статьи и заметки. 1960-1990. `Евгений Онегин`. Комментарий

다른 한편, 로트만은 푸슈킨 연구에 있어서도 기념비적인 업적들을 남기고 있다. 이미 그의 전집 한 권이 <푸슈킨>으로 묶인 바 있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고골 연구에 있어서 유리 만이 차지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의 위치를 푸슈킨 연구에 있어서 유리 로트만이 차지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순수 러시아’ 학자들은 의견이 다르겠지만). 그건 아마도 학자로서 그 자신이 가장 평가받고 싶어했던 부분들 가운데 하나이지 않을까 싶은데, 러시아문학에서 푸슈킨이 갖는 문학적 상징성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1991-2년에 행해진 생전의 그의 마지막 TV강연 주제도 ‘푸슈킨’이었다). 그리고, 사실 그건 <예브게니 오네긴>에 대한 그의 주석만으로도 인정받을 수 있을 만한 부분이다. 며칠 전 ‘볼쇼이’에서 공연됐던 차이코프스키의 오페라 <예브게니 오네긴>의 팜플렛에서도 로트만의 이 주석은 여러 차례 인용되고 있을 정도이니까(가장 ‘대중적인’ 푸슈킨 학자?!)

로트만 얘기를 갑자기 길게 한 것은 <비블리오-글로부스>의 <북끼니스트>에서 그의 누이가 저명한 푸슈킨 학자인 포미쵸프와 공동으로 주석을 단 <보리스 고두노프>(1996)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녀가 맡은 부분은 역사적-문헌적 주석으로 130쪽 정도의 분량이다. 나는 이 주석이 그의 전집 속에 들어가 있는지 확인하지 못해서, 화요일에는 책을 사지 않았는데, 기숙사에 돌아와서 확인해 보니까 적어도 그의 <푸슈킨>(1995)에는 들어있지 않았다. 목요일에 다시 <비블리오-글로부스>를 찾은 건 8할이 이 책(더 정확하게는 이 주석) 때문이었다(원전보다 주석이 더 중요하다?). 책값은 128루블.

Ранний Достоевский 1821-1849

나머지 2할은 도스토예프스키 연구자 네차예바의 책 때문이었는데, 그녀의 1979년작 <초기의 도스토예프스키, 1821-1849>와 함께(이건 지난번에 필팍의 <이데아>에서 구입한바 있다), 이전작인 1975년작 <도스토예프스키와 ‘에포하’>(대략적인 제목인데, 형 미하일과 함께 창간한 잡지 <에포하>와 관련된 연구서로 1864-5년을 다루고 있다)가 나란히 꽂혀 있었다. 화요일에는 ‘너무 비싸다’고 생각해서 안 샀는데, 그 책을 구해달라는 후배의 부탁도 있고 해서 얼만큼 비쌌는지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고서 다시 찾아간 것이다(200루블대라면 사주기로 하고서). 그런데, 무려 450루블(18,000원).

부피도 300쪽이 안되는 책이건만, <초기의 도스토예프스키>가 120루블인데 반해서, 3배 이상이 비싼 건 납득할 수가 없었다. 그만한 돈이면, 로트만의 아내이자, 20세기초 러시아 최대 시인 알렉산드르 블록 연구의 최고 권위자 Z. 민츠의 두툼한 선집 3권을 모두 살 수 있는데 말이다. 비록 내가 필팍의 <그노지스> 서점에서 108루블 하는 그 중 한 권을 멀리 수하렙스까야 거리에까지 가서 178루블에 사는 우(愚)를 범하긴 했지만(원숭이도 나무에서 자주 떨어진다!). 해서, 나는 다른 곳에서의 다음 기회를 기다려보기로 했다. 8,000부를 찍은 책이기 때문에, 어디 멀리 가지는 못했을 것이다…

Философия Достоевского

다시 <텍스트> 얘기로 넘어가기 전에, 책값 얘기를 하나만 더하면, 아마도 첫번째 통신에서 언급했을 라우트의 <도스토예프스키의 철학>을 <비블리오-글로부스>에서는 42루블(1,700원)에 팔고 있었다(이런 곳에서 책값이 싸서 놀라다니!). 그 책은 엠게우의 헌책방에 아직도 165루블(6,600원)짜리로 꽂혀 있는데 말이다. 나는 <이데아>에서 80루블에 사서 혼자 흡족했었는데, 최저가와 비교하면 두 배나 비싸게 산 셈이 된다. ‘협정가격’은 이런 식으로 사람을 희롱한다!..

이런 식으론 분량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여기서 막을 나눈다. <텍스트> 얘기부터 히치콕 번역까지의 이야기는 다음 통신문에서 다루기로 한다(*지젝의 히치콕 읽기에 대해서는 http://blog.aladin.co.kr/mramor/837642, http://blog.aladin.co.kr/mramor/836325 등의 페이퍼 참조).

04. 05. 10/ 07. 09.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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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술 2007-09-02 1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야한 그림이 감각의 제국 러시아판 껍질인가요?

로쟈 2007-09-02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습니다. 그다지 야할 것도 없지만도...

심술 2007-09-02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긴 더 야한 것도 널렸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