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준비차 쿤데라의 에세이 <커튼>(2005)을 오랜만에 다시 읽었다. 내게는 2008년만에 나온 단행본판과 2012년에 나온 전집판이 있다(이번에 다시 구입한 건 2022년에 나온 2판 11쇄. 하지만 오자, 오역이 전혀 수정되지 않았으니 판이나 쇄의 의미가 없다). ‘아침의 자유, 저녁의 자유‘ 장(청춘의 피카소 얘기로 시작해서 말년의 베토벤 얘기로 끝난다)에서 마지막 단락에 밑줄을 긋는다...

베토벤의 마지막 십년 역시, 빈에게서, 빈의 음악가들과 귀족들에게서 더 기대할 것이 아무것도 없게 된다. 그들은 베토벤을 숭배하지만 더 이상 그의 음악을 듣지 않는다. 게다가 베토벤 역시, 설사 귀머거리가 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들에게 귀 기울이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예술의 정점에 있다. 그의 소나타와 사중주는 다른 어떤 것과도 닮지 않았다. 그 구성의 복잡성으로 인해 고전주의와 거리가 멀지만, 그렇다고 해서 새로운 낭만주의의 가벼운 자연스러움에 가깝지도 않다. 음악의 발전에 있어서 그는 누구도 따라오지 않은 방향을 취한 것이다. 수하도 계승자도 없는 그의 작품, 저녁의 자유의 작품은 기적이며 섬이다. - P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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