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 알리기에리의 '환상 여행기'란 게 따로 있는 건 물론 아니다. 그가 쓴 <코메디아>, 즉 <신곡>을 가리키는 말이다. 두 종의 <신곡> 번역서가 새로 출간되었다는 소식인데, 올여름에는 어디 여행도 못갈 형편인지라 단테가 안내하는 '환상여행'이라도 떠나고픈 마음이 굴뚝 같지만(정말 '지옥'이라도 구경하고 싶다!) 이 또한 마음대로 될 성싶진 않다(밀린 책들만으로 파묻힐 판이다).
여하튼 재작년 가을 한형곤 번역의 <신곡>이 출간되었을 때 첫대목에 대한 나대로의 읽기를 시도한 바 있는데(http://blog.aladin.co.kr/mramor/758708, http://blog.aladin.co.kr/mramor/759358) 이번에 진도를 좀더 나가보는 게 내가 갖는 최소한의 희망이다. 일단은 관련기사를 스크랩해놓는다.
매일경제(07. 08. 09) 시인이 여행한 천국과 지옥…`신곡` 완역본 발간
단테의 '신곡(神曲)'이 없었다면 이탈리아어도 없다. 시인 단테 알리기에리가 '신곡'을 쓸 무렵인 13세기 이탈리아어는 통일된 언어가 아니었다. 지역마다 각기 다른 방언 형태 언어를 사용했고 지식인들은 글을 쓸 때 주로 라틴어로 썼다. 하지만 단테는 '신곡'이라는 방대한 문학작품을 고집스럽게 이탈리아어로 썼다. 피렌체어로 쓰여진 '신곡' 이후 이탈리아어는 이 위대한 문학작품을 중심으로 하나로 통일되기 시작했다.
'신곡'은 한 나라의 언어적 정체성을 만든 텍스트이자 전 세계인 세계관에 영향을 미친 대작이다. 오죽했으면 독일인인 괴테가 '신곡'을 두고 "인간이 손으로 만든 최고의 것"이라는 헌사를 바쳤을까.단테의 '신곡'을 제대로 완역한 책 2권이 동시에 나왔다.
국내에서도 서구 문물이 들어오기 시작한 근대 초기부터 '신곡' 번역본이 무수히 쏟아졌다. 하지만 그중 상당수가 스페인어본이나 영역본을 중역한 것이었다. 이번에 발간된 2종류 '신곡'은 모두 이탈리아어 직역이다.
민음사가 펴내는 '세계문학전집' 제150권으로 출간된 '신곡-단테 알리기에리의 코메디아'는 박상진 부산외국어대 이탈리아어학과 교수가 움베르토 보스코와 조반니레조의 주해서 등 이탈리아어 판본과 영어판본을 참고해 펴냈다. 이 책은 일본어식 제목인 '신곡'에 원제목을 처음으로 병기해 놓았다. 일본어 중역본으로 처음 알려지면서 '신곡'이라는 제목이 익숙해졌지만 이 책 원제는 '단테 알리기에리의 코메디아'다. '단테의 희극'이라는 뜻이다. 책에는 영국 화가 윌리엄 블레이크 삽화 102장도 책 곳곳에 수록했다.
열린책들에서 나온 '신곡'은 김운찬 대구가톨릭대 이탈리아어학과 교수가 사페뇨의 주해서 등 다수 이탈리아어 원서를 바탕으로 10여 년에 걸친 번역작업 끝에 펴냈다. 김 교수는 원본 시행을 그대로 살리고 기존 번역서들이 저지른 왜곡을 꼼꼼히 바로잡았다. 또 창작 당시 시대적 상황, 중세 이탈리아어의 의미, 등장인물 성격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신곡'은 심오한 그리스도교적 시각으로 인간의 삶과 영성을 그리고 있는 중세문학의 백미다.
정치적 파동에 휘말려 피렌체에서 추방당한 시인 단테는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인간과 신의 가치를 묘사한다. 동시에 '신곡'은 지옥ㆍ연옥ㆍ천국을 여행하는 형식을 취한 우화다.
논라운(*놀라운) 건 단테의 이 환상여행기는 역대 교황들, 플라톤, 마호메트, 호메로스, 소크라테스, 토마스 아퀴나스, 유스티니아누스 황제, 스타티우스 등 실존했던 인물들과 아킬레우스, 제우스, 미노스 등 그리스ㆍ로마 신화에 나오는 인물은 물론 솔로몬, 유다, 다윗 등 성서 속 인물까지 등장한다. 단테의 모든 것을 통해 서양문화의 모든 특질을 한 번에 만날 수 있는 대서사시다.(허연 기자)
07. 08. 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