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은 비애의 도시
이스탄불의 작가
오르한 파묵은 그렇게 적었지
터키어로 휴준(huzun)
비가 내리는 이스탄불은
휴준의 도시
아테네에 첫 발을 디딘 날
플라카 지구에도 비가 내렸지
(슬픈 아테네라고 중얼거렸지)
비가 내리는 아테네에선
파르테논 신전도 비에 젖었네
신들도 우비를 입었을까
우리는 우산을 들고 걸었네
그리고 지금
이스탄불의 블루모스크를 보려는 날
이스탄불에 비가 내리고
이스탄불은 비애에 젖는다
이스탄불의 비애를 느껴보라고
보스포루스 해협을 지나는 배들도
비애를 나른다는 표정이다
그 배들을 온종일 세던 날들이
파묵에겐 있었지
파묵에겐 온종일
휴준의 무게가 느껴졌지
프랑스 작가 고티에가
멜랑콜리라고 적은 것
이스탄불은 멜랑콜리의 도시
아이스크림과 젤리 맛보다 먼저
멜랑콜리 이스탄불
이스탄불의 비애를 맛보아야지
아침부터 이스탄불에 비가 내리고
우리의 여정도 잔돈만큼 남았다
오늘은 방해받고 싶지 않다오
방밖에 걸어두고
이스탄불의 비애를 적는다
빗방울보다는 습기처럼 느껴지는
이스탄불의 휴준
이제 우산을 들고 나갈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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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11 09: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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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12 21: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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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13 11: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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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14 23: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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