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흑인 페미니스트이자 사회운동가 벨 훅스(1952-2021)의 책 한권이 다시 나왔다. 다수 저작이 번역돼 왔는데 이번에 다시 나온 건 <벨 훅스, 계급에 대해 말하지 않기>(2008)다. 원제는 ‘우리가 서 있는 자리: 왜 계급이 중요한가‘쯤으로 옮겨질 만한데, 반어적으로 번역돼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의도와 무관하게 짓궂은 결과를 낳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는 <당신의 자리는 어디입니까: 페미니즘이 계급에 대해 말할 때>로 나왔다. 그나마 자기 자리를 찾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대표적 페미니스트이자 사회운동가 벨 훅스가 ‘계급’ 문제에 대해 자신의 경험을 진솔하게 고백한 <당신의 자리는 어디입니까>가 출간되었다. 그간 불평등과 인종차별 철폐, 젠더, 계급 착취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썼으나 계급 문제에 온전히 집중한 건 이 책이 유일하다. 노동계급 가정에서 자라 교육을 통해 중산층으로 올라선 자신의 인생을 허심탄회하게 터놓는 한편 빈부격차와 계급 갈등이 심화함에도 모두가 계급에 대해 침묵하는 시대를 지적하고 국가와 개인의 책임이라는 측면에서 계급 문제를 다룬다.˝

여성문제가 계급문제로 다 환원될 수 없더라도 계급문제를 다루지 않는 페미니즘은 신뢰할 수 없는, 유사 페미니즘이다. 곧 계급은 페미니즘에서도 기본값이라고 생각한다(강의에서 자주 언급하는 게 ‘여성은 계급‘이라는 버지니아 울프의 말이다). 이런 기본을 새삼 환기시켜주는 책이 다시 나와서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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