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묵는 일정을 첫날밤과 마지막밤으로 나누는 건 우습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어제가 마드리드의 첫날밤었고 오늘은 마지막밤이다. 내일밤은 세비야에서 묵게 된다. 마드리드에 도착하자 마자 세르반테스의 생가박물관을 찾아 알칼라 데 에나레스 방문하기가 어제의 핵심 일정이었다면 오늘은 세고비아를 방문하고 다시 마드리드로 돌아와 (피곤해서 잠이 들어다가 이른아침에 일어나서 이어서 적는다) 로페 데 배가 박물관에 들르고 스페인광장의 세르반테스 동상까지 도심 워킹투어를 진행하는 일정이다(모두 어제의 일정이 되었다).

세고비아는 역사 유적(로마 수로교)과 중세 성(일명 백설공주의 성으로 불리는 알카사르), 그리고 대성당(후기고딕양식의 대표건축물)이 있는 도시다(기타리스트 세고비아와 무관하다). 둘러본 순서는 수로교, 대성당, 알카사르 순이었다. 오전일정을 마치고 수로교 광장의 전통식당에서 점심식사로 꼬치니오(새끼돼지구이)를 먹었다. 첫날저녁 양고기구이에 이어서 스페인의 육식여행 시리즈(이제 돼지 뒷다리 하몽이 남은 것인가?).

세고비아는 마드리드에서 북쪽으로 1시간반쯤 거리다. 점심식사 후에 마드리드로 돌아와서 들른 곳이 ‘죽기 전에 봐야 할 세계역사유적 1001‘에도 들어가 있는 로페 데 베가의 집. 스페인문학기행 강의를 준비하면서 그런 사실을 알게 돼 이번 일정에 포함했다. 내가 참고한 내용은 이렇다.

˝로페 데 베가(1562~1635)는 스페인의 가장 위대한 작가 중 하나다. 바로크 시대의 극작가이자 시인이었던 그는 매력적인 희극 작품을 통해 잘 알려져 있다. 그는 놀라우리만치 많은 작품을 집필했는데, 살아생전 1,500~2,500편에 달하는 장편 희곡에 단편 희곡과 시까지 썼다고 전해진다. 그의 작품 대부분은 사랑과 명예 사이의 갈등을 그린 공통적인 테마를 다루며, 아마 가장 유명한 작품은 <푸엔테 오베후나>일 것이다. 작가는 마드리드의 그리 뛰어나지 않은 귀족 가문에서 태어났으며 삶의 대부분을 이 도시에서 보냈다. 1610~1635년까지 그의 가족이 거주했던 집은 박물관으로 보존되어 그의 파란만장한 삶이 남긴 많은 진품 기념물을 소장하고 있다.

로페 데 베가가 1610년 이 집으로 옮겨 왔을 때, 그의 문학적 명성은 이미 절정에 달해 있었다. 열두 살이라는 나이에 첫 희곡을 쓴 이후 그는 육군에 종사하고 스페인 아르마다 함대에서 영국과 싸웠으며, 한 유명한 극장주의 딸과 부정한 연애 사건을 벌여 8년간 마드리드에서 추방당하기까지 했다. 1600년 로페 데 베가는 두 번째 아내인 후아나 데 구아르도와 결혼했으나, 그가 종종 바람을 피우는 바람에 두 사람의 관계는 순탄하지 못했다. 아내가 죽은 이후 그는 1614년에 성직자가 되었으나, 여전히 연애 생활에는 열심이었다.

로페 데 베가는 아마 스페인 작가들 중에서도 가장 유명하다고 할 수 있을 인물인, <돈 키호테>의 작가 미겔 데 세르반테스(1547~1616)와 같은 거리에 살았다. 이 거리에는 세르반테스의 이름이 붙어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로페 데 베가라는 이름이 붙은 거리는 몇 블록 떨어진 곳에 있다. ‘로페 데 베가의 집‘은 스페인이 누렸던 황금시대에 전형적으로 볼 수 있었던 마드리드의 가정집을 충실하게 재창조해 낸 공간이다. 정원은 그의 시 한 편에 언급된 모습 그대로 다시 만들어졌고, 과일 나무 몇 그루는 그가 살아 있던 시대로부터 유래하는 오래된 것들이다. 로페 데 베가의 집은 스페인이 낳은 가장 훌륭한 작가 중 한 사람에게 바치는 찬사라 할 수 있다.˝

로페의 집에서 일행은 두 팀으로 나뉘어 현장가이드의 설명을 가이드의 통역을 통해 들었다. 연애사로도 유명한 작가이지만 로페의 연애스캔들은 자세히 들려주지 않았는데 아마도 너무 길고 복잡한 이야기여서이리라(관람 전후로 내가 보탠 건 연애사 아니라 로페와 세르반테스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였다. 시와 극작에 있어서 동시대의 로페는 세르반테스 부러움을 살 만큼 천재적 재능의 작가였다. 다만 세르반테스는 근대소설의 출발점이 되는 걸작을 써냄으로써 사후에 더 큰 명성을 얻게 된다)

로페의 집 방문을 마치고 선택에 따라 절반은 프라도미술관으로, 나머지은 도심투어를 진행했다. 당초 프라도 미술관 관람 대신에 세고비아 투어를 선택한 거였는데 원하시는 분들은 둘다 가볼 수 있게 된 것(게다가 엊저녁은 저녁6-8시에 무료관람이었다).

미술관에 가신 분들을 제외하고 남은 일행은 마드리드 도심의 솔광장부터 마요르광장. 산미구엘광장, 그리고 왕궁을 거쳐서 스페인광장까지 워킹투어. 사실 숙소인 호텔(호텔마드리드플라자)이 스페인광장역 근처에 있어서 스페인광장까지는 5분거리다. 5분 걸어가면 되는 곳에 도착하기까지 하루해가 걸려서 어둠이 내릴 무렵에야 우리는 동상앞에서 단체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돈키호테와 산초의 여정만큼 빡빡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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