쿤데라 강의에서 <소설의 기술>을 다시 읽었다. 가장 계발적인 소설론의 하나. 번역본은 여러 차례 출간됐는데(나도 네댓번 구입했다),전집판이 결정판이 아니라는 게 유감이다. 아래 인용에서도 ‘안나나 카레니나 중 한 사람뿐˝은 ˝안나나 카레닌 중 한사람뿐˝으로 옮겨져야 한다. ˝안나 카레니나와 남편 카레닌 중 한 사람뿐˝이라고 하면 더 친절하겠다(군더더기 지적이지만, ‘안나 카레니나‘는 한 사람의 이름이다).

소설의 정신은 복잡함의 정신이다. 모든 소설은 독자들에게 사실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복잡하다라고 말한다. 소설의 영원한 진실은 이것이지만, 묻기도 전에 존재하면서 물음 자체를 없애버리는 단순하고 성급한 대답들의 시끄러움 때문에 점점 들리지 않는다. 우리 시대의 정신에서 옳은 것은 안나나 카레니나 중 한 사람뿐이다. 앎의 어려움과 잡을 수 없는 진실의 어려움에 대하여 우리에게 말하는 세르반테스의 원숙한 지혜는 거추장스럽거나 쓸데없는 것으로 보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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