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하게 번역된 폴 굿맨의 책 <바보 어른으로 성장하기>(1960)에 실린 수전 손택의 글 한 단락이다. 정확히는 1972년 폴 굿맨이 사망하자 그를 추모하여 쓴 글인데 2012년판에 ‘추천사‘로 포함되었다(손택은 2004년에 사망했다). 폴 굿맨의 책들에 관심을 갖게 하면서 동시에 손택의 책을 한번도 강의에서 읽지 않았다는 생각이 났다. 생각난 김에 상반기에 대표작 몇권을 강의에서 읽어볼 계획이다...

내가 그에게 얼마나 빚을 진 기분인지 일일이 다 열거하기는 어렵다. 지난 20년 동안 폴 굿맨은 나에게 가장 중요한 미국 작가였다. 그는 우리의 사르트르이고 장 콕토다. 폴 굿맨은 사르트르처럼 탁월한이론적 지식을 갖추지도 않고, 장 콕토가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내보인 열광적이고 불투명한 환상의 원천을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지만, 그에게는 사르트르도 콕토도 갖지 못한 재능이 있었다. 인간의 삶에 대해 까다롭지만 관대한 도덕적 열정에 대해 그는 진심으로 다가갔다. 활자화된 종이 위에서 그는 지금까지 어떤 작가도 내지 못했던 친숙하면서 사랑스럽고, 화가 치밀어오른 듯한 그런 진짜 목소리를 냈다. 종종 문학작품에서 그러한 것처럼 나는 그의 삶 속에서보다 그의 작품 속에 더 품위 있는 인간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때론그 반대로 실제 삶 속에서의 인물이 책 속의 인물보다 더 고상한 경우도 있다. 마르키 드 사드처럼 책 속의 인물과 실제 삶의 인물 사이에 아무런 관련이 없을 때도 있다.)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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