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중국 소설이 온다!'란 페이퍼를 만든 적이 있는데, 대표작가 중 한 사람이 쑤퉁이 방한했다('중국 작가가 왔다!'고 해야겠다). 아침에 전철에서 읽은 기사를 옮겨놓는다. 아직 그의 소설들을 읽은 바 없지만 그의 소설을 원작으로 했단 영화 <홍등>은 오래전에 본 기억이 있다. 우리에게 보다 친숙한 작가가 될지 두고봐야겠다(적어도 양적으로는 그럴 만한 여지가 충분하다. 쑤퉁은 최근 가장 많은 번역이 국내에 소개된/소개될 중국 작가이다).

경향신문(07. 06. 14) “소설…자기 내면과의 계약”…쑤퉁·전형준 교수 대담  

중국 작가 쑤퉁(蘇童·44)이 한국에 왔다. 중국 당대문학(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 가운데 가장 먼저 한국에 소개된 위화가 2000년 처음 한국 땅을 밟은 데 비하면 7년 늦었다. 그러나 그의 한반도 상륙은 중국 소설이 각광 받기 시작하는 시점에 이뤄진 만큼 훨씬 빠르고 순조로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소설집 ‘이혼지침서’(아고라)가 나왔으며 올들어 장편소설 ‘쌀’(")과 ‘나, 제왕의 생애’(")가 출간됐다. 또 이달 말에는 ‘푸른 노예’(문학동네)가, 9월쯤에는 ‘무측천’(비채)이 나온다. 중편집 ‘양귀비의 집’ ‘홍분’(아고라)도 번역 중이다.

1980년대 중국 선봉파(전위) 문학의 기수로 알려졌던 그의 문학은 90년대 들어 거대 담론으로서의 역사를 해체하는 신역사주의로 변모한다. 문학평론가인 전형준(필명 성민엽) 서울대 중문과 교수가 지난 12일 그와 대담을 나눴다.



전형준=쑤퉁이 한국에 알려진 계기는 장이머우의 영화 ‘홍등’이었다. 원작소설이 중편 ‘처첩성군’(‘이혼지침서’ 수록)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원작에 없는 볼거리를 제공하는 반면 세부를 바꾼다. 밤마다 홍등을 건다든지, 발마사지를 한다든지 하는 다소 수상한 모티브도 추가되고 가짜 임신소동 통해 여주인공 쑹롄의 성격에 적잖은 변화가 나타났다. 이런 변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쑤퉁=영화는 감독의 것이기 때문에 관여하지 않는다. 영화가 나왔을 때 한 문학잡지 편집자로 일했는데 영화 때문에 유명해진 걸 몰랐다. 어느날 홍콩 사람이 전화를 해서 “영화에 나오는 발마사지 도구에 대해 잘 아는 것 같으니 함께 돈벌이를 해보자”고 해서 그때서야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이 봤다는 걸 알았다. 그러나 그 도구는 장이머우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다.(웃음)

전형준=중국 영화는 소설을 원작으로 한 경우가 유별나게 많다. 그러나 영화를 소설로 착각하는 데서 비롯되는 오해도 적지 않다고 본다. 문학연구자의 입장에서 볼 때 안타까운 건 중국 영화를 이야기할 때 문학을 비하하면서 영화를 띄우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쑤퉁=영화는 소설의 친척이지 자식은 아니다. 장이머우나 첸카이거는 소설을 무척 신뢰해서 소설로 영화를 만드는 경향이 두드러졌으나 요즘 영화는 상업적으로 변해서 감독 머릿속의 생각을 글로 만들어서 영상으로 옮긴다. 그러나 소설은 소설로서의 역할이 있고, 영화로 옮겼을 때의 결과는 머릿속에서 끄집어낸 어떤 생각으로 만든 영화와는 다르다.



전형준=선봉파에서 신역사주의 작가로 변했다는 평가에 대해 자신은 어떻게 생각하나. 나는 소설은 소설일 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식의 설명을 좋아하지 않는다.

쑤퉁=동의한다. 소설을 쓰는 건 자신의 내면과의 계약이다. 분류에 맞춰 소설을 쓰는 게 아니라 내가 쓰고 싶은 내면의 변화를 쓴다. 선봉파였지만 후퇴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도 원하는 걸 쓸 수 있는 게 자신과의 계약이다.

전형준=후퇴란 말은 실험성이 약화되거나 대중성과 타협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대중성을 고려한 것인가.



쑤퉁=나는 상업적으로 성공한 작가가 아니다. 장이머우가 영화를 찍음으로써 유명해졌는데 중국에서 3만 독자만 유지해도 좋다고 생각하다가 90년대 문학이 약세를 면치 못하면서 5000명만 남아도 좋다고 생각하게 됐다. 작가는 계속 변한다. 이를테면 ‘나, 제왕의 생애’는 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작품인데 젊었을 때 아니면 쓸 수 없는 아름답고 따뜻한 이상세계의 이야기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현실을 직시한다. 현실과 타협하는 게 아니라 현실을 주제로 쓰게 됐다.

전형준=‘쌀’이나 ‘나, 제왕의 생애’는 인간의 부조리 탐구, 잔혹극에 가까운 상상과 묘사, 상식이라는 이름의 지배 이데올로기에 대한 전복 등 좋은 의미의 불온성이 느껴진다. 창작 의도는 어떤 것이었나.



쑤퉁=‘쌀’은 첫번째 장편인데 인간성 속에는 아름다움과 함께 남에게 보일 수 없는 추악함이 있다고 생각했다. 아름다움은 묘사가 쉽지만 어둠은 표현하기 어렵다. ‘쌀’의 주인공 오룡은 최악으로 표현돼서 추리소설처럼 비현실적이기도 한다. ‘나, 제왕의 생애’는 우화에 가깝다. 제왕에서 광대가 되는 것, 하늘과 땅, 진실과 거짓, 어둠과 밝음의 극단을 잘 묘사하고 싶었다.

전형준=한국뿐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문학의 위기에 대한 논의가 나오고 있다. 중국은 어떤지.

쑤퉁=중국도 당대문학의 황금기는 70~80년대였다. 당시에는 드라마·영화·음악 등이 상대적으로 부족해서 소설이 사람들의 정신적 욕구를 충족해주던 시기였다. 원래 생일케이크처럼 크고 중심에 놓였던 문학이 대중매체 발달에 따라 조그만 치즈케이크로 변했다.

전형준=중국에 사회주의 시장경제가 도입된 이후 물질적 측면은 크게 발전한 반면 민주화나 부의 분배 등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현재 중국에 필요한 정신적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쑤퉁=현재 중국의 문제는 빨리빨리다. 집도 빨리 짓고 돈도 빨리 벌고 뭐든지 그렇다. 이런 변화가 빠른 종말을 맞을 수도 있다. 먼저 낚아채는 사람이 임자라고 생각해서 정신적으로 공황을 맞게 된다. 그러나 가난하게 살았던 기간이 너무 길기 때문에 누구라도 자본주의 맛을 봐야 할 상황이다. 과거의 인상 쓰는 중국인들에 비하면 요즘 젊은이들은 중국인 같지 않다. 일본 아이나 한국 아이와 다를 바 없는 천진난만함은 물질이 가져다준 것이다. 사람은 산 꼭대기에 있어야 하늘을 가까이 볼 수 있고 산 밑에 사는 사람들은 산기슭만 바라본다. 중국인들은 아직 산 밑에 있다.

전형준=한국 독자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씀은.

쑤퉁=내 책을 두 권씩 사서 한 권은 자신이 읽고 한 권은 남에게 선물해주길 바란다.(웃음)



◇쑤퉁은 누구?
본명은 퉁중구이(童忠貴). 1963년 장쑤성에서 태어나 84년 베이징사범대 중문과를 졸업했다. 83년 등단한 뒤 중편 ‘1934년의 도망’(1987)에서의 형식실험으로 선봉파의 중심인물이 된다. 중편 ‘처첩성군’(1989), ‘홍분’(1991)이 영화화돼 대중에게 알려진다. 영국 캐논게이트 출판사의 세계신화총서에 오르한 파묵, 주제 사라마구, 토니 모리슨 등과 함께 참여해 집필한 ‘푸른 노예’로 세계적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방한 일정
▲14일 오후 4시 30분 서강대 강연회(다산관) ▲15일 오후 7시 교보문고 주최 강연회(서교동 한국출판인회의 강당) ▲16일 오후 2시 교보문고 사인회(광화문점) ▲ 16일 오후 5시 작가와 독자의 밤(홍대근처 중국음식점 ‘피낭’)

경향신문(07. 06. 14) 이제 中國을 읽는다…위화·모옌·쑤퉁 작품 출간

중국 당대소설의 삼두마차로 불리는 위화, 모옌(영화 ‘붉은수수밭’의 원작자), 쑤퉁을 시작으로 중국 소설이 한국에 속속 소개된다. 개혁 개방 이후 사회주의 당파성을 벗어난 40~50대 작가들이 써내는 중국 소설은 서구 출판계에서도 관심의 대상이다. 이미 독자들에게 익숙해진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작가들의 후속으로 중국 작가들을 발굴하고 있다.

국내 출판계는 올들어 발동이 걸렸다. 일본 소설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중국 소설이 ‘블루오션’으로 떠올랐다. 고전·무협·역사소설을 제외한 순문학 기준으로 볼 때 지난해 10여편에서 올해는 30여편으로 껑충 뛰었다.



단일작가로 가장 많은 책을 선보이면서 독주가 예상되는 쑤퉁 외에 위화(*왼쪽)는 10년 만의 장편인 ‘형제’(2권·휴머니스트)를 이달 말 출시한다. 또 모옌(*오른쪽)의 소설 ‘생사피로’(창비)가 올 하반기에 나온다. 포스트모던 작가인 옌롄커의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웅진), 청소년 소설 ‘빨간 기와’로 국내 독자와 낯을 익힌 차오원쉬안의 성인용 장편 ‘천표’(은행나무)도 올 안에 출간된다.

김영사 임프린트인 비채는 쑤퉁의 ‘무측천’ 외에 영화 ‘국두’의 원작소설인 ‘푸시푸시’의 작가 류헝의 장편 ‘수다쟁이 장 따닌의 행복한 생활’, 팡팡의 ‘행위예술’, 허다차오의 ‘칼과 칼’ 등 5종의 중국 소설을 올해 내놓는다. 문학동네 역시 쑤퉁의 ‘푸른 노예’ 외에 비페이위의 ‘청의’를 준비 중이다. 현암사도 한사오궁의 중단편 선집으로 중국 소설에 뛰어든다. 얼마전 중국의 대형 베스트셀러였던 양즈쥔의 ‘사자개’(황금여우)도 나왔다.

중국 소설의 강점은 탄탄한 기본기로 평가된다. 문학동네의 오영나 해외문학팀장은 “중국 특유의 입담과 표현력으로 과거 이야기를 살려내는 데 깊이가 있다”고 말한다. 또 비채의 이영희 사장은 “일본 소설에 비해 기교는 무방비 상태지만 읽다보면 확 와닿는 느낌이 있다”면서 “상황은 늘 좋지 않은데 유머와 위트가 살아 있는 것”을 중국 소설의 강점으로 꼽는다.

아직 중국 소설의 시장 규모는 크지 않다. 한 종당 3000~5000부를 소화하는 게 목표다. 그러나 출판기획자들은 “새 작품을 소개하는 보람이 있고 시장이 세분화하면서 독자층이 좀더 넓어질 것이란 기대가 있기 때문에 당분간 중국 붐이 계속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한윤정 기자) 

07. 0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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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7-06-15 21:25   좋아요 0 | URL
제 보관함에 이 작가의 책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페이퍼 별찜해 갑니다.
새서재가 되어서도 여전히 방대하고 알 빵빵한 자료정보를 기대합니다.

로쟈 2007-06-15 23:14   좋아요 0 | URL
기대에 부응하려면 땀깨나 나겠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