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그인 2006-07-01  

바쁘시겠지만 로쟈님의 생각이 궁금해져서....
인사드립니다. 꾸벅. 어떤 이의 글을 보다가 갑자기 님의 생각이 궁금해져서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바쁘시겠지만 약간의 노동의 댓가(?)를 기대하시고, 한가 하실 때 짧게나마 답변 부탁드립니다. 꾸벅! 오늘날 시를 쓰는 사람은 자신의 사유와 직관 능력에서 산문적 치열함의 결핍을 숨기기 위해 시로 위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봐야 한다. 오늘날 시는 음악과 분리되어 과거의 운문이 지녔던 힘을 상실했으며 단지 종이 위에 끄적인 산문의 조각에 불과한 것으로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시가 아니라 아포리즘일 것이며, 행갈이를 한 산문에 불과할 것이다. 과연 음악과 분리된 시정신이라는 것이 존재할까? 그렇다면 침묵 속에서 쓰고 읽히는 시는 시가 아닐 터. 시인이 이제 맞부딛혀야 할 상대는 과거의 시인이 아니라 차라리 고금의 산문일 것이다. 이른바 오늘날의 시인은 자기 식의 산문 형식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며 산문 형식을 창조하는 능력의 결핍을 숨기기 위해 미완의 산문인 침묵의 시로 도피하고 있지는 않은지 자문해 보아야 할 것이다.
 
 
로쟈 2006-07-01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생각하기에 따라선 견적이 많이 나오는 문제일 텐데, 임의로 간단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오늘날'의 시점이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지만, 오늘날의 시가 '산문적 치열함의 결핍'을 위장한 게 아니냐란 혐의에 대해서. 일리가 없지 않다고 생각하며, 그래서 저는 시인들의 산문을 중요한 기준으로 간주합니다. 엉터리이거나(부정확하거나) 허접한 산문을 쓰는 '좋은' 시인은 불가능하다는 게 제 믿음입니다. 그러니까 그건 '기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따라서 '미완의 산문인 침묵의 시'로 도피한다는 건 (일시적으로야 혹 가능할지 모르겠으나) 가능하지 않는 기도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