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권영민 교수의 평론집(마지막 평론집이라 한다) <분석과 해석>을 읽다가 정지용의 시 ‘유선애상(流線哀傷)‘(1936)을 처음 알게 되었다. <정지용 전집>(민음사)도 갖고 있지만 지용 시에 대해서는 강의한 적이 없어서 눈여겨 보지 않은 탓이다. 한데 정지용의 시 가운데 대표적인 난해시로 꼽히면서 ‘유선애상‘에 대해선 상당히 많은 논문이 나왔고 해석도 제각각이다(권영민 교수도 이숭원, 황현산 교수의 해석이 부적합하다고 지적하면서 새로운 해석을 제출하고 있다. 찾아보니 이후에도 다른 해석들이 더 나왔다). 과연 무엇을 제재로 한 시인지는 각자 가늠해보시길. 다양한 비유가 제시되고 있어서 교본으로도 삼을 만한 시다. 아래는 현대어(한자만 한글로 바꾼 것)로 적은 시 전문이다.

유선애상

생기생김이 피아노보담 낫다.
얼마나 뛰어난 연미복 맵시냐.

산뜻한 이 신사를 아스팔트 우로 꼰돌라인 듯
몰고들 다니길래 하도 딱하길래 하루 청해 왔다.

손에 맞는 품이 길이 아조 들었다.
열고보니 허술히도 반음키-가 하나 남았더라.

줄창 연습을 시켜도 이건 철로판에서 밴 소리구나.
무대로 내보낼 생각을 하예 아니했다.

애초 달랑거리는 버릇 때문에 궂인날 막잡어부렸다.
함초롬 젖여 새초롬하기는새레 회회 떨어 다듬고 나선다.

대체 슬퍼하는 때는 언제길래
아장아장 팩팩거리기가 위주나.

허리가 모조리 가느래지도록 슬픈 행렬에 끼여
아조 천연스레 굴든 게 옆으로 솔쳐나자-

춘천 삼백리 벼룻길을 냅다 뽑는데
그런 상장을 두른 표정은 그만하겠다고 꽥- 꽥-

몇킬로 휘달리고나서 거북처럼 흥분한다.
징징거리는 신경방석 우에 소스듬 이대로 견딜 밖에.

쌍쌍이 날러오는 풍경들을 뺨으로 헤치며
내처 살폿 엉긴 꿈을 깨여 진저리를 쳤다.

어늬 화원으로 꾀여내어 바늘로 찔렀더니만
그만 호접같이 죽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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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06 20: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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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06 22: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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