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세계문학을 주제로 한 강의를 하는데, 작품이 아니라 세계문학론을 다룰 때면 매번 어려움을 느낀다. 세계문학에 대한 정의부터 세계문학사의 전개까지 기본적으로 해명해야 할 사항들이 너무 많아서다. 그런 설명의 부담을 덜어줄 책을 몇 권 써야겠다는 생각은 그때마다 다지게 된다(올해부터도 한권 낼 계획이다).
당연하게도 국내외에서 관련서가 적잖게 나와 있다. 강의에서도 참고가 필요하지만 책을 내려고 한다면 자연스레 선행 저작들을 검토해보아야 한다. 내가 이 일의 견적으로 염두에 두고 있는 몇몇 저자들을 한 자리에 모으려 한다. 먼저, 국문학자로서 세계문학사에 대한 예외적인 관심을 보여준 조동일 교수의 저작들이 있다. <세계문학사의 전개>와 <세계문학사의 허실>, 그리고 <한국문학과 세계문학> 등.
세권으로 갈무리된 <소설의 사회사 비교론>도 이 주제와 관련해서는 요긴한 참고문헌이다.
세계문학 강의에서 '세계문학'이란 담론 자체는 창비 담론이라는 설명을 덧붙이고는 하는데(<세계문학론> 자체도 창비에서 나왔다), 거슬러 올라가면 이 담론에서 가장 많은 지분을 갖고 있는 이가 백낙청 교수다. 전체 평론집의 공통 제목(혹은 부제)인 '민족문학과 세계문학'은 말 그대로 백낙청 비평과 문학론의 화두이다.
영문학자로 다수의 번역서를 펴낸 김욱동 교수도 최근에 낸 <세계문학이란 무엇인가>를 포함하여 세계문학 수용과 번역, 그리고 비교문학에 관한 저작들을 여럿 펴냈다. 이론적으로 유익한 길잡이가 되는 건 <세계문학이란 무엇인가>이지만 여타 저서도 참고할 만하다.
또다른 영문학자로 정정호 교수도 포스트모더니즘을 포함한 비평이론과 비교세계문학론에 해당하는 저서들을 펴냈다. 필명으로 펴낸 <문학의 타작>도 관련한 주제들에 대해 폭넓게 다루고 있다.
영문학자 김용규 교수도 세계문학과 번역학에 관한 주요 논저들을 발표하고 있다. 편저인 <세계문학의 가장자리에서>는 세계문학론의 현단계를 가늠하게 해주는 앤솔로지다.
국문학 전공자이지만 외국문학 독서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김한식 교수의 책들도 세계문학 독서의 유익한 참고가 된다.
국외 학자로는 두 명만 꼽겠다. 먼저, 국내에도 잘 알려진 이탈리아 학자 프랑코 모레티. 소설론의 교과서격인 <소설1,2>의 편자이기도 하다(분량상 번역되기 어려울 듯하다). 소설론과 관련해서는 필수적인 참고서를 여러 권 썼다.
<근대의 서사시>나 교양소설론 <세상의 이치>, 그리고 초기작 <공포의 변증법> 모두,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독자들에게도 자극과 영감을 준다.
그리고 아직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저자로, 세계문학사 출간과 세계문학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 학자 데이비드 담로시 교수의 책들. 세계문학 앤솔로지까지 포함하여 다수의 저작이 나와있다. 이 주제의 대학원 세미나에서라면 읽고 토론해볼 수 있는 책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