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서고 책정리를 하고서(책장이 모자라서 아직 절반의 박스는 풀지 못했다) 오랜만에 재회한 책들이 있다. 그 중 하나는 <김윤식 평론문학선>(문학사상사)인데, 1991년에 나온 책이니까 딱 30년 전 책이다(알라딘에서는 중고샵에만 몇 권 남아 있다). 발행일이 3월 20일로 적혀 있고, 책은 비닐카버로 덮여있다(대학가 서점에서는 고시서적을 주로 판매했기에 비닐로 싸주었다). 덕분인지 책은 소위 색바램을 제외하면 새책과 똑같다. 알라딘 기준으로는 상이거나 최상 정도.



읽은 흔적이 안 보일 정도로 책이 깨끗한 이유는 두세 편의 짧은 글을 제외하면 이미 내가 모든 글을 읽었기 때문이다. 30년 전이면 군복무를 마치고 복학할 무렵이다. 짐작에 새학기가 시작하기 전에 상경하여 새로 하숙집을 구하고 말 그대로 '복학'을 준비하던 무렵. 따져보니 그 전에 이미 김윤식 교수의 책을 상당수 읽은 뒤다. 대략 1988년까지다. 
















지금은 절판되고 다시 안 나오고 있는데, <이상 연구>가 나온 게 1987년 12월이고(그해 겨울에 읽었겠다), 예술기행 <낯선 신을 찾아서>는 1988년 10월에 나왔다. 창밖으로 은행나무 잎이 떨어질 무렵 도서관에서 읽은 기억이 난다(책은 구내서점에서 구입했을까?). 그리고 문학기행 <환각을 찾아서>는 1992년 4월에 나왔으니 4학년 1학기 때 읽었겠다(이 책의 글 여러 편도 재수록된 것이었다). 나머지 책 상당수는 도서관 열람실에서 읽었고(저자로서 김윤식 교수의 미덕은 읽을 책이 다 읽을 수 없을 정도로 많다는 데 있다).


이런 책들을 읽을 때 서른 살이 되지 않았건만, 어느 새 이 책들을 읽은 지 30년이 지났다. 그나마 책이 새책 같아서 시간의 경과를 더디게 느끼도록 해준다. '사라진 책'이지만 손에 들고 있다는 부듯함에서 몇 자 적어둔다...
















P.S. <김윤식 평론문학선>은 제1회 김환태평론문학상 수상기념으로 나온 책이다. 1회 수상자가 김윤식 교수였는데, 이 상은 해마다 수상자를 배출하다 보니 지난해 31회 수상자가 나왔다(확인해보니 김미현 교수가 평론집 <그림자의 빛>으로 수상했다. 기억에 처음 몇해 동안은 수상자의 '평론문학선'이 책으로 나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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