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고심했던 책은 <밀턴의 산문선집1,2>(한국문화사)이다. 학술명저번역총서로 나왔는데(그렇지 않다면 나오기 어려웠을 책이다), 고심한 이유는 내 안의 독서가와 장서가가 각기 다른 견해를 갖고 있기 때문. 독서가는 냉정하게 읽을 여유가 없을 거라고 말하지만, 장서가는 또 셈법이 달라서 이런 책을 소장하지 않는다면 누가 하겠느냐고 대꾸한다(나름 상위 0.1퍼센트의 구매자다). 절충점은 17세기 영문학 내지 밀턴에 대한 강의를 하게 된다면 구입하는 것으로(밀턴의 산문 연구서로 <중기 밀턴>도 나왔다는 걸 이번에 알았다).
내게 영문학 독서와 강의의 상한선은 영국 르네상스 시대의 작가들까지다. 셰익스피어와 크리스토퍼 말로까지. 중세 영문학으로는 넘어가지 않으려고 한다(<베오울프>와 <캔터베리 이야기> 등을 강의에서 다룰 계획이 아직은 없다). 그 다음이 바로 17세기 대표작가로서 밀턴이고, <실낙원>에 대해서는 이미 몇 차례 강의에서 읽었다.
<실낙원> 강의는 맨처음 이창배 교수의 번역으로, 그리고 이어서는 조신권 교수의 번역을 진행했었다.
<복낙원>은 아직 강의에서 다루지 못했고.
조신권 교수는 <실낙원>과 <복낙원>의 번역 외에도 밀턴의 문학과 사상에 대한 연구서도 펴낸 바 있다.
그 다음 세대 연구자가 최재헌 교수로 <다시 읽는 밀턴의 실낙원>(경북대출판부) 초판본은 <실낙원> 강의 때 참고문헌으로 읽었다. 앞서 적은 <중기 밀턴>의 저자이기도 하다.
그리고 꼽을 만한 연구자는 <밀턴 평전>의 저자 박상익 교수로 밀턴의 대표 산문인 <아레오파기티카>를 우리말로 옮겼다. <아레오파기티카>는 이번에 나온 <밀턴 산문선집>에도 수록돼 있다.
밀턴에 관한 최신 평전으로 지난해 프린스턴대출판부에서 나온 <혁명의 시인: 존 밀턴의 탄생>도 바로 구입했기에 사실 산문선집 구입을 망설일 이유는 없는데, 여하튼 꽂아둘 만한 책꽂이가 없는 상황이어서 당분간은 구입을 미루기로 한다. 그 대신에 적어두는 페이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