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책(과학을 다룬 책)이지만 난데없이 철학의 급소를 찌른다. 많은 사람의 생각을 움직이는 소수의 생각을 바꾸는 데 철학의 용도가 있었지만, 현재도 유효한가 의문이다(오늘날 철학은 주로 다수를 혐오하는 용도로 쓰인다. 무지한 것들이라니!). 그러는 중에 철학의 시간은 점점 느려진다...

"새로운 과학적 진리는 반대자들을 설득하거나 감화시키지 않는다. 그보다는 반대자들이 다 죽고 나서 새로운 진리에 익숙한 새로운 세대가 나타날 때 비로소 승리한다."

물리학자 막스 플랑크의 말이다. 간단히 말해서 과학이 발전하기 위해시는 이전 세대가 죽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 이 말은 과학보다 철학에 더 어울린다. 과학으로 다가오는 실체적 변화는 받아들이기 싫어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실체가 없는 이 생각이란 놈은 고쳐 먹으려고 부단히 노력하지않으면 결코 바뀌지 않는다. 이전 세대가 죽지 않으면 세계의 철학은 정체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기술의 발전으로 점점 더 오래 살고 있다. 그러니 현실에 맞게 끊임없이 변하고 가끔은 앞에 서서 사회를 이끌어야 할 철학의 시간은 점점 느려진다.
- P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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