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동시대 비평가라면 단연 가라타니 고진이 넘사벽의 위상을 갖고 있다(하스미 시게히코도 거장으로 분류되지만 고진만큼 충분히 번역돼 있지 않다). 걸출한 신예가 등장하면 '제2의 가라타니 고진'이란 식으로 불리게 되는데, 한때 아사다 아키라가 그렇게 불렸고, 그 배턴을 이어받은 신예가 아즈마 히로키다(이 신예 비평가도 어느덧 50세 문턱에 있군). 그 히로키의 신작이 나왔다. <관광객의 철학>(리시올). 

















제목으로는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지만(우리로선 '관광객'에게 기대하는 바가 없어서일까?), 목차에서 '가족의 철학'과 함께 '도스토옙스키의 마지막 주체'를 발견하면 사정이 달라진다. 아즈마 히로키의 도스토옙스키론! 초기 주저들에 이어서 좀 '약한' 책들이 계속 나온다 싶었는데, 그래도 이번에는 취향에 딱 맞는 주제를 다룬다. 
















주저라고 한 건 <존재론적, 우편적>(도서출판b)를 말하는데, 1999년에 펴낸 데뷔작이다. 28살 때 펴낸. 국내에는 <동물화하는 포스트모던>(문학동네)으로 처음 소개되고 많이 인용되었다. 그렇지만 이후의 저작들이 대체로 기대에 부응하지는 못했던 듯싶다. 기대가 너무 높았거나 관심사가 많지 않았을지도. <관광객의 철학>은 오랜만에 저자를 좀 가깝게 느끼게끔 해줄지 모른다.

















히로키마저 이제 '중견'이라면 일본의 젊은 비평가는 누구인가. 사사키 아타루? 아타루도 73년생이니 이제는 중견이다. 게다가 <야전과 영원>이나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이후의 저작들은(여러 권 더 소개되었다) '충격적'이지 않았다. 일본 비평도 이제는 잦아드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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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풍오장원 2020-08-24 0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즈마의 책은 번역이 계속되고 있군요. 번역된 책은 어찌하다보니 나오는 대로 구해서 읽게 됩니다. 아직 이 책은 읽진 않았는데,존재론적 우편적의 주요개념 ‘오배가능성‘의 실천적 재해석이 관광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로쟈 2020-08-24 01:18   좋아요 1 | URL
네, 역자도 두 책의 상관성에 대해서 얘기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