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기차 안에서 마스크를 쓰고서 지젝의 <팬데믹>을 읽는다. 지젝이 인용한 헤겔의 통찰을 읽는다. 그에 대한 냉소는 지젝도 예상한 바인데, 그보다 먼저 헤겔이 적시한 것이기도 하다.

˝우리가 역사로부터 배울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역사에서 아무것도 배울 게 없다는 사실이라고 헤겔은 썼다. 그러니 감염병 덕분에 우리가 더 현명해지리라는 주장은 의심스럽다.˝

흠, 읽으면서 그리고 옮겨적으면서 고개를 갸웃한 대목이다. 헤겔은 무엇에 대해서 냉소하는 것인가. 역사에서 아무것도 배울 게 없다? 헤겔이 역사 무용론자인가? 내가 한글을 잘못 이해하는 게 아니라면 이 부분은 ˝우리가 역사로부터 배울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우리가 역사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않는다는 사실이라고 헤겔은 썼다˝라고 옮겨져야 한다. 그러니까 문제는 역사가 아니라 우리다(유명한 문구이므로 이 문장의 영어 번역을 온라인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The only thing we learn from history is that we learn nothing from history.˝

역자가 너무 무심하게 번역한 게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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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23 16: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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