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야별로 매주 나오는 신간을 정돈하는 것도 일이다(굳이 해야 한다면). 매주 분야별로? 전업이 아닌 이상 감당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수시로 자원해온 일이긴 하다. 이번주에는 몇 분야를 건드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단 철학쪽. 눈에 띄는 건 스피노자와 레비나스 신간들이다. 이차문헌이 아니라 일차 원전의 번역서들이 나오고 있어서 더 의미가 있다.
스피노자의 경우에는 '세계사상의 고전' 시리즈로 <지성교정론>(길)과 <정치론>이 새로 번역돼 나왔다. 주저 <에티카>(<윤리학>)의 새 번역본은 언제 나오는지 모르겠지만, 그 준비가 무르익어 가는 듯싶다. 물론 기존 번역본이 없는 건 아니지만, 번역에 대한 여러 지적들이 있는 터라 신뢰할 만한 정본 번역이 더 절실하게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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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노자 선집'은 강영계 교수의 번역판이 다섯 권 나와 있는데, <지성개선론>과 <정치학논고>가 들어 있지만 이 목록에도 아직 <에티카>는 빠져 있다. 이미 나온 번역의 개정판을 진행중인 것으로 보인다. <에티카>는 기타 번역본도 몇 권 더 있지만 아직까지 정본의 평가를 얻고 있는 번역본은 없는 상황이다(학술논문에 인용할 수 있다거나 대학강의나 대중강의에서 교재로 쓸 수 있는 번역본 정도면 정본에 값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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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카>에 대해선 절판된 책들까지 포함하면 다수의 해설서가 나와 있다. 주연인 <에티카>만 등장하면 된다. 스피노자 평전 류는 나중에 다른 기회에 적기로 한다.
그리고 '레비나스 선집'의 하나로 <타자성과 초월>(그린비)이 출간되었다. 전집 번호상으로는 넷째 권인데, 출간 순서로를 다섯번째다. "1967년부터 1989년까지 여러 곳에서 발표한 9편의 논문과 3차례의 대담을 엮은 모음집"이다. 레비나스의 주저는 물론 <전체성과 무한>이지만, 만만치가 않은 저작이기에 대담이나 다른 논문들의 도움을 받을 수가 있다.
레비나스 철학에 관한 입문서로는 우치다 타츠루의 <레비나스의 사랑의 현상학>(갈라파고스) 같은 책을 먼저 꼽을 수 있지만(나는 콜린 데이비스의 <처음 읽는 레비나스> 원서로 오래 전에 입문했다), 국내 연구자들의 책도 참고할 만하다. 다만 대중용보다는 조금 난이도가 높다.
레비나스의 저작 가운데서는 아무래도 대담집이 가장 접근이 용이한데, 선집판과 함께 <윤리와 무한>(다산글방)이 그에 해당한다. 아, <레비나스 평전>(살림)도 오래 전에 나왔지만 나도 아직 완독은 못한 책이다...
어떤 책이건 기본 스탠스를 잡게 되면 선집 가운데 하나를 골라 도전해보면 되겠다. 윤리학에 대한 관심을 묶을 수 있는 스피노자와 레비나스가(둘다 유대인이기도 하다) 어디서 접점을 갖는지 문득 궁금한데, 그걸 해소하는 건 시간도 없는 김에 <에티카> 출간 이후로 미뤄둔다...